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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티 테이블] 후회와 염려 내려놓기





최근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환경이 우울과 불안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재정적 불안감, 직무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COVID19 위기의 정신건강 영향 해결’ 연구 보고에 따르면 대부분 OECD 회원국이 코로나 이전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2~3배씩 늘었다. 우울증 유병률은 한국(36.8%)이 가장 높다. 우려스러운 것은 OECD 회원국 중에 한국은 자살률 1위, 우울증 유병률 1위인데 우울증 치료율은 세계 최저인 점이다. 우리가 우울과 불안이란 감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상실감은 우울과 불안의 원인이 된다.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건강을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을 때, 온 마음을 담아 일했던 회사를 떠날 때, 사업 실패로 가진 것을 다 잃었을 때 상실감을 경험한다. 또 한편으로 미래에 소중한 무언가가 없어질 것 같다는 상상을 하면 불안해진다.

우울과 불안은 어느 한쪽만 나타날 때도 있지만 함께할 때가 더 많다. 우리는 지난 일에 대한 후회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를 살아내지 못할 때가 많다. 현재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사람은 게으르게 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우울감과 불안감이 비슷하게 느껴지고 혼재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치유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우울의 원인은 과거에 대한 후회, 불안은 미래에 대한 염려다.

현재의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내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울과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성과에 못 미친 자신에게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주고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면 우울과 불안에서 멀어질 수 있다.

‘자기 자비’ 연구자로 알려진 미국 텍사스대학 크리스틴 네프 교수는 “완벽주의자는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높은 기준을 세우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세운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자기 자비란 실패나 좌절, 고통을 당할 때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돌봐주고 친절하게 토닥여주는 ‘너그러움’이다.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듯이 자신을 너그럽고 자애롭게 대해보자. 예를 들면 속상한 감정이 생기면 “아 정말 속상하네. 우울할 만도 하지. 그래도 어쩌겠어.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라며 감정을 읽어주면 의외로 위로가 된다. 또 “나는 완벽해야 한다”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는 완벽할 수 없다”라고 스스로 말해줘야 한다.

또한 사람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의 ‘걱정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라고 한다. 96%의 쓸데없는 걱정거리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심리상담센터 강용 대표는 저서 ‘걱정 내려놓기’에서 걱정을 극복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첫째, 자신의 걱정을 노트에 구체적으로 적는다. 적다 보면 걱정 안 해도 되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둘째, 구체적인 내용은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걱정이 계속 진행형이 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구체적인 걱정을 현실적으로 반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걱정은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하면 더 걱정이 아니다. 이외 걱정을 친구와 나누거나 다른 여가 활동을 통해 분산시킨다.”

우울과 불안은 신앙생활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현상적인 것에 눈과 귀가 쏠릴 위험성이 커진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보다는 자기 생각과 경험 또는 힘 있는 사람들을 의지하려는 인간적인 노력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신의 불안과 두려움을 잘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자각해야 한다.

이지현 종교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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