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에 있는 대전겨자씨교회(김영심 목사)는 대전교도소와 이웃이다. 48세 늦은 나이에 교회 개척을 결심한 김영심(65) 목사는 아무도 선뜻 가려고 하지 않는 이곳을 찾아 들어왔다.
주변에 아파트가 조금씩 들어섰지만 여전히 높은 교도소의 담벼락과 아직 개발되지 않은 인근 숲길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할 만한 곳이 못 된다. 그러나 대전겨자씨교회만큼은 마치 작은 펜션처럼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흐른다. 11일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어려운 사람을 찾는 게 교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곳에서 교회를 시작하라는 하나님의 응답에 순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 김씨 종갓집에서 태어난 그는 예수님은 몰랐어도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했던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아침에 집안이 시끌벅적해서 눈을 떠보면 어머니가 이웃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계셨어요. 자연스럽게 어려운 사람을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배웠죠.”
결혼 후 부산을 거쳐 대전에 자리를 잡았던 그가 예수님을 처음 만난 건 30대가 훌쩍 지나서였다. 몸이 아픈 막내딸, 남편의 실패한 사업으로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대전제일교회를 소개했다. 이곳에서 복음을 접한 후 그는 자신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교회로 데려와 위로하고 회복시키는 삶을 살게 됐다.
“당시 대전제일교회는 250여명이 출석하던 교회였는데 제가 많게는 일 년에 120명 이상을 전도했어요.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기도의 은사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섬기기 시작한 거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성경 지식이 없는 은사는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 베델성서연구원과 성서신학원에서 공부하고 전주대에서 철학박사 학위까지 받았습니다.”
지금은 별세한 박종덕 대전제일교회 원로목사의 권면으로 그는 2005년 대전겨자씨교회 담임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연로한 어르신이 사는 집 몇 채만 띄엄띄엄 있던 곳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아이들을 위한 문화교실이었다.
미술 축구 기타 등을 무료로 가르치면서 교회가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아이들이 교회에 오는 것을 즐거워하니 자연스럽게 부모들도 교회에 등록하게 됐다. 아이들이 늘면서 교회 바로 옆에 약 3300㎡(약 1000평)의 땅도 매입했다. 무화과 포도 수박 자두 참외 등 친환경으로 작물을 키우며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뛰놀 수 있게 했다.
“교회를 개척했을 때부터 제 목표의 1순위는 ‘다음세대’를 키우는 것이었어요. 출산율은 낮아지는데 그 적은 수의 아이들이 예전보다 쉽게 범죄나 유혹에 빠지잖아요. 하나님 말씀을 기초로 윤리와 도덕이 우선시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대안학교 ‘리버트리스쿨’이다. 2012년 충남 금산군에 세운 리버트리스쿨은 현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6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하는 기숙학교로 성장했다. 학생들에게 3개 국어를 가르치고 악기와 미술 수업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독교 세계관 중심의 인문 고전 교육으로 아이들을 양육한다는 게 자랑거리다.
“교회학교에서 아이들을 잘 가르쳐도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되지 않아요. 학교에서 신경을 써도 가정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죠. 리버트리스쿨은 학교, 교회, 가정이 한마음이 돼서 윤리와 도덕을 우선순위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대전겨자씨교회의 교육 사역은 해외로도 확장됐다. 미얀마와 태국 등지에 교회 학교 병원 마을회관 등을 지었다. 태국 메솟지역의 경우 교회 17개와 학교 13개, 기숙사 17개를 지원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신발과 옷가지도 없이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입히고 가르치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게 목표다. 이곳에서 지원받은 아이들은 간호사 교사 구호단체 직원 등으로 성장해 지역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을 이어가다 보니 가정 상담도 김 목사의 주요 사역이 됐다. 자녀·부부·건강 문제 등 성도들은 다양한 아픔을 가지고 그를 찾아온다. 그는 문제 하나하나를 들어주고 기도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그 덕분에 비행 청소년이 회심하고 질병이 낫고 가정이 회복되는 은혜가 교회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여성 목사라는 편견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그는 모성애 같은 사랑으로 성도들을 품으며 한 영혼과 그 가정이 회복되는 역사를 꿈꾸고 있다.
“교회가 다음세대를 올바로 키워 그들이 성경대로 살아간다면 한국사회는 변화하고 한국교회는 신뢰를 얻을 것입니다. 부모와 가정이 변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아이들이 배움에서 그치지 않고 말씀을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끊임 없이 섬기고 사랑하겠습니다.”
대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