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질의했다. “시진핑 2기 한·중이 신뢰에 기초한 전면적 협력 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장애물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필요하다.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참여, 한국·미국·일본의 군사동맹 발전 가능성에 대한 정부 입장은 무엇인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우리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것을 대한민국 입장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정부의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한·중 정부는 다음 날 각각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측 보복으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중국은 MD,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 협력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우려를 천명했고 한국은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혀온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한국은 입장이라고 하고 중국은 약속으로 여기는 ‘사드 3불’이 나오게 된 과정이다.
당시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로 경색된 중국과의 관계를 풀려고 한 데는 이듬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영향이 컸다. 올림픽에 북한을 참석시키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은 한·중 정상회담을 서둘렀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그러나 시 주석의 답방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시 주석이 집권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한국을 방문한 건 2014년 7월 한 번이다. 그 기간 박근혜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중국을 6번 방문했다.
사드는 한·중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난제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지난 8일 칭다오 회담은 사드 인식차를 극명하게 드러낸 자리였다. 중국 외교부는 박 장관의 방중 전 “새로운 지도자는 과거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사드 3불 유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더니 회담이 끝나자마자 기존에 배치된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1한’까지 들고나왔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양측이 미래 30년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5가지 요구도 내놨다. 그중 하나가 선린우호를 견지해 서로의 중대 관심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중국이 말하는 중대 관심사란 사드다. 이와 함께 외부 간섭 배제, 공급망 안정적 유지, 내정 불간섭, 유엔 헌장 준수를 제시하며 이는 시대적 흐름의 필연적 요구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 5가지를 견지해야 할 주체는 쌍방으로 돼 있다. 그러나 뉘앙스는 미국에 치우치지 말라는 훈계에 가깝다. 이것이 오는 24일 수교 30주년이 되는 한·중 관계의 현주소다. 정부 차원의 문제를 넘어 한국 국민의 대중 감정은 다시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여기엔 중국의 고압적 태도에 대한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시 주석은 올가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 권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그때의 미·중 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지, 관리 모드로 들어갈지 예단하기 힘들다. 여기에 북한 변수가 있다. 북한은 미·중이 격하게 대치하고 있는 지금 굳이 도발할 이유가 없지만 양국 관계가 풀리는 기미가 보이면 핵실험을 강행해 판을 흔들 것이다. 한국 외교가 그즈음 본격적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드 사태 이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한·중 관계를 그래도 너무 망가지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지혜 베이징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