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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점심에 주문한 옷, 저녁에 입는다



빠른 배송이 온라인 쇼핑의 기본으로 자리잡으면서 폐션업계도 속도 전쟁에 뛰어들었다.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의 자체 풀필먼트 센터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과 센터 외관.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제공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의 '직진배송' 서비스. 지그재그 제공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이 약 500억원을 투자해 구축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스마트허브 e비즈'. 한섬 제공


패션업계에서 8월 초는 1년 중 가장 심한 비수기로 통한다. 이때 서울 동대문 의류시장이 여름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동대문 의류시장의 도매업자로부터 물건을 구입해 파는 온라인 쇼핑몰들도 이 시기에 맞춰 휴가를 간다. 당연히 신상품 업데이트와 배송이 줄어든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입점해 있는 패션 플랫폼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 패션 플랫폼들은 비수기로 통하는 7~8월에 오히려 거래액이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앞다퉈 도입한 빠른 배송 서비스가 비수기와 성수기의 경계를 허문 것이다.

신선식품에 이어 옷도 당일배송 시대가 열렸다. 점심에 주문한 옷이 저녁에 도착하고, 저녁에 주문한 옷은 다음 날 새벽에 온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른 배송이 온라인 쇼핑의 기본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속도 전쟁은 패션업계로 번졌다. 업체들은 물류센터 투자에 나서며 빠른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4일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달 1~15일 ‘직진배송’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배 이상(467%) 늘었다. 직진배송은 밤 12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물류 서비스다. 덕분에 전체 거래액은 같은 기간 50% 증가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재고를 미리 입고해 동대문과 쇼핑몰 휴가 기간에도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그재그는 CJ대한통운의 ‘e-풀필먼트 서비스’와 연계해 직진배송 서비스를 운영한다. 직진배송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싶은 입점 쇼핑몰은 CJ대한통운의 메가허브센터로 상품을 입고하면 된다. 가용재고화 처리된 상품을 구매자가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CJ대한통운 택배를 활용해 다음 날 배송한다. 지그재그는 서울에 한해 오후 1시 이전까지 주문하면 당일 도착, 오후 6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하는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다른 패션 플랫폼도 비슷하다. 에이블리의 ‘샥출발’의 경우 론칭 1년 만에 거래액이 158% 늘었다. 비수기인 7월에도 샥출발 거래액은 전월보다 83% 증가했다. 에이블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000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고 평일 오후 6시 전까지 주문하면 주문 당일 출고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플랫폼의 주요 경쟁력으로 풀필먼트 센터가 꼽히고 있는데, 에이블리도 다른 패션 플랫폼보다 빠르게 7년 전부터 풀필먼트에 투자했다”며 “빠른 배송의 핵심인 재고 관리는 그동안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한 판매 수요 예측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당일배송, 익일배송의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소개팅, 결혼식 같이 갑작스러운 모임에 입고 갈 옷이 없거나, 당장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쇼핑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빠른 배송을 찾는 수요가 높다”면서 “주문을 한 뒤 언제 오나 기다리기보다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메리트가 된 것 같다. 전 연령층에서 빠른 배송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건 소비자만이 아니다. 판매자도 빠른 배송으로 매출 증가 효과를 본다. 빠른 배송 상품이 일반 배송 상품과 비교해 구매까지 이어지는 속도가 빠른 데다, 소비자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매출 증가뿐만 아니라 신상품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 베드로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그재그가 지난해 7월 직진배송 서비스를 시작하자 입점 쇼핑몰 ‘메이드제이’의 매출이 입점 당시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에이비글’은 직진배송 시작 후 쇼핑몰 랭킹이 212위에서 142위로 올랐다.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패션 기업들은 물류센터에 투자를 단행하며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지난 6월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약 500억원을 투자해 온라인 의류만을 전담 처리하는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연면적 약 1만5200평 규모로 제품 자동 분류시설, 92만벌을 보관할 수 있는 자동화 창고가 들어섰다. 주문 후 제품 준비부터 배송까지 걸리는 물류 처리 시간은 기존 평균 41시간에서 9시간가량 줄었다.

한섬은 더한섬닷컴과 H패션몰의 당일 출고 마감 시간을 늦춰 당일 출고량을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올해 안에 오전 7시까지 주문하면 당일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한섬 관계자는 “온라인 부문의 성장세와 무관치 않다.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21%로 확대됐다.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 패션업계의 이커머스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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