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즈는 기상 관측 프로그램을 사용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똑같은 계산을 여러 번 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뒤죽박죽 계산 결과의 원인은 계산 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넣어야 할 수치 중 하나를 소수점 네 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넣었기 때문이다. 이를 로렌즈는 카오스 개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확장시켰다.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브라질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거나, 중국 베이징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킨다는 등 지역을 달리하며 여러 버전이 나왔고 사람들은 이 이론을 ‘나비효과’라 불렀다. 과학 용어로 출발한 이 말은 미세한 변화, 작은 차이, 사소한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현상을 표현하는 일상 용어가 됐다.
최근 나비효과라는 용어가 ‘잊지 말아 달라’는 호소와 결합하는 걸 경험했다. 얼마 전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침례교연맹(APBF) 대회에선 어렵게 한국을 찾은 미얀마 현지 목회자가 기자들에게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지난 8월 한국을 찾은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 월드비전 회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세계가 우리를 잊고 있다. 내가 한국 등을 찾는 이유다.” 두 사람이 망각을 유도한 원인으로 지목한 건 러시아다. 지난 2월 이후 전 세계 시선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지난해 2월 군부가 장악한 뒤 1년6개월 넘게 내전을 벌이고 있는 미얀마, 탈레반이 장악하면서 1년 사이 경제는 물론 인권까지 붕괴한 아프간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기도 전에 관심에서 멀어졌다. 미얀마 목회자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발 나비의 날갯짓은 의외의 장소에서도 토네이도를 일으켰다. 지난 5월 국가 지도자의 부정부패와 잘못된 정책으로 국가 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다. 현지 선교사들이 전해준 의외의 이야기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주요 수입원인 관광이 코로나로 위기에 처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관광객의 상위권에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전쟁 이후 스리랑카를 찾지 않아서다. 러시아발 나비의 날갯짓이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세계에 토네이도를 일으켰는데 피해는 취약한 국가에 더 가혹하게 다가온 셈이 됐다.
그럼에도 나비의 날갯짓이 꼭 토네이도만 일으키는 건 아니다. 훈풍도 불러온다. 과거 미국 정치가이자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사는 필라델피아 주민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고민하던 중 자기 집 대문 앞에 선반을 만들어 환한 등을 올려놨다. 사람들은 집 밖에 등불을 두는 걸 보고 불필요한 낭비라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고 한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거리를 밝히는 등불 덕에 거리의 장애물을 피할 수 있게 됐고 멀리서도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집 밖에 등불을 놓기 시작했다. 바로 가로등의 시작이다.
성경에도 작은 날갯짓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비효과 비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누구든지 제자의 이름으로 이 작은 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마 10:42) 그리고 지금도 전 세계 교회와 목회자, 선교사들은 “작은 일에 충성하라”(눅 16:10)던 성경적 나비효과를 실천하고 있다.
미얀마와 태국 국경에선 현지 교회와 한국인 선교사들이 오가며 식량과 생필품을 조달한다. 스리랑카에선 한국인 선교사가 앞마당에 텃밭을 만들어 식량을 자급하는 방법을 현지인들에게 알려준다. 교회와 목회자들의 선한 날갯짓이 증폭돼 만드는 바람이다.
서윤경 종교부 차장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