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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이번엔 에세이집으로 청춘 위로

옥상달빛 멤버 박세진과 김윤주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거리의 한 벤치에 함께 나란히 앉아 있다. 최근 옥상달빛은 에세이집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를 출간했다. 15년 전 캠퍼스에서 만난 동갑내기 두 친구는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삶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한결 기자


옥상달빛이 출간한 에세이집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 표지. 문학동네 제공


‘수고했어, 오늘도’ ‘없는게 메리트’ ‘그대로도 아름다운 너에게’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 ‘잘 지내, 어디서든’…. 어떤 힘든 날에는 노래 제목들만 주욱 읊어도 코끝이 찡해진다. 청춘들에게 옥상달빛의 음악은 위로 그 자체다.

최근 옥상달빛은 에세이집 ‘소소한 모험을 계속하자’를 출간했다. 15년 전 캠퍼스에서 만난 동갑내기 두 친구는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삶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허심탄회한 말들이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사람 사는 건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하기도 하다고, 우린 다 걱정했던 것보다 잘 해내고 있다고.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옥상달빛에게선 12년 간 인디계에서 쌓은 연륜과 갓 데뷔한 신인 작가의 스스럼이 동시에 느껴졌다.

박세진은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첫 번째로 들었다. ‘우리가 이런 걸 해도 되나’ 싶기도 했지만 처음 한 일 치고는 결과물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명언이 가득 들어있는 멋진 책은 아니다.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만큼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주는 “사실 정말 어려웠다. 책 제안을 받았을 땐 신나서 수락했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괜한 일을 하나’ 싶었다”며 “평소에 책을 왜 이렇게 안 읽었을까 후회했다. 글을 쓴다고 앉아서 다른 사람들의 책을 더 많이 본 것 같다”고 돌이켰다. “줄줄 풀어내는 글을 쓰고 나니 함축해서 ‘꽁꽁 싸매는’ 가사 쓰기가 더 어려워진 거 같기도 하다. 음악을 ‘장기하와 얼굴들’같은 스타일로 바꿔하나 싶다”고 김윤주가 말하자 박세진이 “너무 좋다”고 깔깔대며 물개박수를 쳤다.

편지 형식의 책을 냈지만 실제로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잘 없다. 매일 만나기 때문에 할 말을 쌓아둘 일이 없는 사이다. 책을 쓰는 동안에는 글 속에서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박세진은 “문자나 전화로 할 얘기도 모았다가 만나서 푼다”며 “할 이야기가 늘 있다. 어떤 때는 얘기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어도 웃긴다”고 했다. 김윤주가 “여기다 편지까지 더하면…”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MBC FM4U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는 다음 달 8일이면 4주년을 맞이한다. 애청자들은 지친 하루 끝에 옥상달빛의 위로를 듣기 위해 매일 밤 10시를 기다린다. 팬층의 연령대가 20~30대에서 10~60대로 넓어졌다.

김윤주는 “라디오 스케줄이 매일 있으니까 스스로 아주 성실하게 느껴진다. 지각한 적도 없다”면서 “제일 좋은 건 진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다. 누군가 늘 같은 시간에 라디오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친해진 기분이다. 계속 재밌고, 문득문득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세진은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흘렀다. 4년 간 바를 정자 쓰듯 하루하루를 산 느낌”이라며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공감하는 능력을 많이 키우고 있다. 예전에 비해 다른 사람의 입장을 한 번쯤 더 생각해 보게 돼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라디오는 옥상달빛이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창구이지만 가끔은 고민스럽기도 하다. 김윤주는 “재밌기도 하고, 누구한테나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오래 하고 싶다”면서도 “음악에 더 집중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박세진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더 즐겁게 라디오를 할 수 있을까 기대되는 동시에 음악 작업에도 ‘때’가 있을텐데, 그걸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수고했어, 오늘도’는 옥상달빛에게 참 고마운 노래다. 박세진은 “그 노래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많다. 저희에겐 명함같은 노래”라며 “또 다른 좋은 곡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과 숙제가 있지만 그건 좋은 자극”이라고 말했다. 김윤주는 “그 노래가 유독 좋아서라기보다 그 때 저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이 필요했던 거 같다. 요즘엔 어떤 말들이 필요할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요새 조금은 설렁설렁 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책 출간에 이어 지난달 새 싱글 ‘세레머니’를 발표했고, 페스티벌의 계절인만큼 매주 주말엔 야외공연이 있다. 하반기에도 새 앨범을 내려고 계획하고 있다.

2030을 위로하던 옥상달빛은 어느새 마흔을 앞두고 있다. “40대라니. 캬, 진짜 대박”이라고 추임새를 넣는 박세진 옆에서 김윤주는 “주변에 40대를 멋지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대되는 것들이 있다”면서 “20대엔 헤매고, 30대엔 조금 안정적으로 살 수 있고, 40대엔 안정 속에서 재밌는 모험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세진은 좀 다르다. 그는 “모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윤주의 말에 공감하지만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된다. 결혼, 출산 등 사회에서 이 나이대에 요구하는 일들을 아직 안하고 있어서 숙제가 남은 느낌이기도 하다”며 “가장 서운한 건 노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는 거다. 외모도 그렇지만 체력이 떨어지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흔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일로 박세진은 나쁜 습관 고치기, 운동, 다이어트를 꼽았다. 그는 “가사를 쓰거나 말을 하고, 글을 쓰려면 책도 많이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올해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100일 프로젝트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쉬워했다. “헬스를 꾸준히 하고 싶다”고 운을 뗀 김윤주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냥 이대로 살겠다”고 시크하게 말했다.

2030에겐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박세진은 “젊은층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손절’ 이야기가 종종 들려올 때가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 ‘내게 이득을 주지 않는다’ 등 여러 부정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인간관계는 바이오 리듬같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고, 언제나 변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기에 지금의 감정 때문에 너무 쉽게 인연을 단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김윤주는 “연애 많이 하고, 사람 많이 만나고, 체력이 허락할 때 여행 다니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며 “내 앞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다시 돌아간다면 재밌는 일을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더 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서로의 40대는 어떻길 바라는지 물었다. 박세진은 “윤주가 원하는 모험들이 다 이뤄졌으면 좋겠다. 근데 종종 저를 같이 데리고 다녔으면 좋겠다. 좋은 데 갈 거 같다”고 답했다. 김윤주는 “세진이가 불안해하는 것들에서 잘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좋아하는 사람도 만나고, 더 편안하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책에 쓴 것처럼 선술집 사장이 되고 싶다는 꿈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세진은 “연희동에 자그마한 좋은 점포가 나온다면”이라고 말하면서 익살스럽게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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