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3대 종교는 개신교 불교 가톨릭이다. 지난해 한국갤럽의 종교 분포 조사를 보면 개신교라는 답변이 17%, 불교는 16%, 가톨릭은 6%였다. 2014년 불교(22%) 개신교(21%) 가톨릭(7%) 순으로 답했던 것에 견줘 개신교가 앞선 자리로 올라섰는데,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종교 없다’는 응답자가 2014년 50%에서 2021년 60%로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3대 종교의 변화 양상을 논하는 학술대회가 지난 17일 한국종교사회학회 주최로 숭실대에서 열렸다. 팬데믹 당시 온라인 예배로 대거 전환했던 개신교, 현장 미사를 중단했던 가톨릭, 산문 폐쇄로 대처했던 불교가 뉴노멀 시대 어떤 대응책을 모색하는지 비교해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였다.
개신교를 대표해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종교사회학 교수가 ‘한국교회의 변화와 전망’이란 글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예배도 가능하다고 답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주일성수 의식 변화, 출석 교회를 떠나 온라인 예배에 참여하는 성도들의 비율 증가, 코로나 기간 32%→21%→18%로 우하향한 한국교회의 신뢰도 등을 언급했다.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코디연구소, 목회데이터연구소 등이 조사한 수년 치 통계가 근거로 사용됐다.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가감 없는 분석이 돋보였다.
정 교수는 코로나 이후 온라인 중심의 느슨한 연대, 오프라인 소그룹 공동체가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기간에도 원자화된 개인들이 각자 친한 사람끼리, 원자 몇 개가 모인 분자와도 같은 소그룹 모임을 이어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소그룹 활동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연결하며 기독 시민의 사회 참여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의 최영균 신부는 ‘뉴노멀 시대 가톨릭 신앙의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다. 세속화와 개인주의 흐름, 청년세대 신앙의 개인주의적 성향 등을 지적한 그는 ‘정상적 대면 관계가 가능해져도 미사 참석은 다소 줄어들 것’(매우 그렇다+약간 그렇다, 75.5%)이라고 답한 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신앙생활 방식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최 신부는 신앙의 개인주의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극히 개인적이고 조심스러운 제안이란 전제를 달아 ‘지역 사목구의 속지주의적 경계의 완화에 대한 교회적 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쉽게 말해 서울 용산구에서 생활하던 성도가 송파구로 이사해 창업할 경우 개업 예식을 할 때 친했던 용산구 사제가 아닌 낯선 송파구 사제가 나와야만 하는 속지주의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최 신부는 설명했다. 온라인 교회의 장단점 논쟁이 활발한 개신교처럼 가상공간의 교회적 확장이 필요하다고 했고, 순수 종교 목적을 넘어선 사회를 향한 공적 책무에 민감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불교를 대표해선 박수호 중앙승가대 교수가 ‘팬데믹과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모색’을 주제로 PPT 발제를 이어갔다. 박 교수는 “불교는 매주 법회를 진행하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종교시민사회의 공동체 위기 양상은 동일하다”고 전했다. 불교 역시 명상 앱 개발, 유튜브를 통한 불교대학과 언택트 법회 등 디지털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양극화 대처와 기후위기 대응 등 시민사회 관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종교 모두 코로나 이후 개인주의화된 신앙의 양상을 위기로 꼽았다. 디지털을 통한 적극적 확장이 필요하다고 봤고, 무엇보다 종교기관의 공공성과 대사회적 책무를 강조했다. ‘한국교회 세상 속으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이며 성도 개개인이 멋진 시민으로 거듭나는 일도 꼭 필요하다.
우성규 미션탐사부 차장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