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농업이 있다. 땅을 살리고 인간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농업과 땅을 죽이고 독을 공급하는 농업. 전자는 소농의 형태로 남아 있으나 축소되고 있고, 후자는 현대의 산업농으로 확대되고 있다. 마크 비트먼 미국 컬럼비아대 공공보건대학원 교수의 책 ‘동물, 채소, 정크푸드’는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농업이 죽이는 농업으로 변해온 과정을 섬뜩하게 보여준다.
“정크푸드를 발생시킨 산업화된 농업은 노천 광산, 도시화, 심지어 화석연료 채굴보다 더 큰 피해를 지구에 끼쳤다” “현대 농업, 식량 생산, 마케팅은 정부의 지원 속에서 아무런 처벌 없이 모든 테러를 자행해왔다” “거대 석유 회사의 경우처럼 거대 식품 회사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현대 농업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수위가 매우 높다. 하지만 그 유명한 책 ‘총, 균, 쇠’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농업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라고 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농업을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평가했다.
인류가 농업을 하게 된 것은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결정적 단계로 여겨졌다. 농업 덕분에 수십억 명이 살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농업은 불의, 빈곤, 질병, 노예제도, 전쟁 등을 낳은 새로운 사회로 이어졌다.
특히 20세기 들어 농업은 훨씬 사악하게 변했다. 미국식 산업형 농업이 지배적인 형태가 되었고, 농장은 공장처럼 변했다. 작물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단일작물 재배로 변했다. 농업의 변화는 우리가 먹는 음식도 악화시켰다. 살충제 범벅인 식재료들, 재료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된 ‘초가공식품’, 유전자변형식품이 아니라면 먹거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과잉 축산의 결과로 고기류와 유제품 섭취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과잉 생산과 마케팅의 결합으로 가공식품의 과다 섭취가 일상이 되면서 식단으로 말미암은 만성 질환이 증가했다. 심장병만 해도 2배로 늘어났다.”
저자는 현대로 올수록 농업이 우리의 필수적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에서 대기업의 이익을 내는 수단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밝힌다. 농업은 최근 기후위기의 한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는데, 저자도 이 문제를 짚는다. 그는 “산업형 농업은 광업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면서 “토양, 물, 여러 성분, 화석 연료 등을 채굴하고, 영겁의 세월 동안 이루어진 풍성함을 짧은 시간 동안 사용한다는 점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거대 농업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석유와 가스 회사를 필적할 정도다. 특히 축산이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700억 마리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는데, 이들을 기르고 먹이기 위해 얼음 없는 땅의 4분의 1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 가축은 전체 농업 부문 탄소배출량(전 세계 총 배출량의 최대 15%) 대부분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현대 농업의 이런 파괴적인 실상을 전하면서 “오늘날 정부는 유해한 형태의 식품을 생산하는 파괴적인 형태의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를 모든 곳에 있는 시장에 강요한다”고 비판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