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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 연못 기적처럼 영화 통해 장병들 영의 눈 뜨는 기회됐으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국내 최초의 군선교 영화 ‘실로암’의 촬영 현장. 신동일 감독 제공




2일 낮 12시 서울 용산 국군중앙교회에서 영화 ‘실로암’ 시사회가 열린다. 성경에 등장하는 실로암은 예루살렘성 바깥에 있는 연못의 이름이다. 예수가 맹인의 눈에 침과 흙을 이겨 바른 뒤 이 연못의 물로 씻게 해 눈을 뜨게 만든 기적의 장소다. 국내에서는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로 시작하는 가스펠곡 실로암이 유명하다.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영화 실로암은 국내 영화계 최초로 ‘군선교’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군대에서 매주 실로암 찬양을 부르던 주인공이 제대 후 뮤지컬 실로암에서 예수 배역을 맡으면서, 결국 실로암의 참 의미를 깨닫고 신앙을 갖게 된다는 줄거리다. 총 60분 분량인 영화는 군인교회용과 극장개봉용 2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국내 첫 군선교 영화가 만들어진 데는 이 영화 감독인 신동일(65·사진·문화선교교회) 장로의 헌신을 빼놓고 얘기하기 힘들다. 그는 2019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군인교회 진중세례식에서 수천명의 장병이 한목소리로 ‘실로암’ 찬양을 부르는 장면을 목격했다. 신 감독은 당시 큰 감동을 느꼈다. 동시에 ‘장병들이 실로암의 진정한 의미는 알고 부르는 걸까’라는 의구심도 생겼다. 몇몇 장병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대다수는 그저 노래가 좋아서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신 감독은 처음으로 ‘군선교가 필요하구나’ 절감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군교회 예배가 비대면으로 전환되자 신 감독은 자신의 강점을 살려 영화제작을 통한 ‘영상선교’를 결심했다. 하지만 곧바로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렸다. 영화를 만들 돈이 없었다. 그는 직접 발로 뛰면서 주변에 영화 제작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틈날 때마다 예장합동총회 군선교회에도 군선교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예장합동총회 군선교회에서 제작비 1억원을 지원키로 한 데 이어 각계각층에서 십시일반 후원금이 모아졌다. 총 3억원의 제작비를 마련했지만 또 다른 먹구름이 몰려왔다. 15년 전쯤 병원에서 선고받은 ‘녹내장’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이었다. 시력을 거의 잃어 시나리오조차 제대로 쓰지 못할 형편에 처했다. 신 감독이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다. 그때가 마침 고난주간이었던 터라 그는 특별새벽기도에 나가 두 손을 모았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주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옵소서.”

간절한 기도는 힘을 발휘했다. 신 감독은 그나마 보이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1시간짜리 영화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 닷새 만에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극적인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영화 촬영은 불과 5회 차 만에 마무리됐다. 아내인 김민정씨 등 배우와 스태프가 한마음으로 뛰어든 결과였다.

그에게 있어 이번 영화는 ‘시작’이다. 유튜브용으로 선교 및 간증 드라마도 기획 중이다. 신 감독은 “실로암 연못의 기적처럼 (영화를 통해) 장병들도 영의 눈으로 하나님을 똑바로 보고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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