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국내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돈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낸 5대 금융지주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5대 금융지주가 지원하기로 한 95조원은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 12조원, 지주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 10조원이다. 여기에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와 취약차주 지원 방안까지 더해지면 규모는 늘어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시장 안전 조치 ‘50조원+a’의 2배 가까운 규모로 제대로 지원될 경우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회사는 올 3분기까지 16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주사의 주요 계열사인 은행이 가만히 앉아 ‘이자 장사’로 돈을 끌어모은 결과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8회에 걸쳐 단행한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연 0.5%에서 3.0%까지 높아졌다. 은행은 이 과정에서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많이 올리는 방식으로 최대 수익을 올렸다. 은행이 실적 잔치를 벌이는 동안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가계 대출이 늘어난 서민의 고통은 극심해졌다. 금융위원장이 지주사 회장들을 불러 모아 금융권이 자금시장의 원활한 순환을 위해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이후 은행권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여러 금융 지원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실제 은행 창구에서 까다로운 조건에 막혀 대출을 받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에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돈이 돌아야 한다. 위기에 처한 서민과 기업에 자금이 실질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은행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자 장사라는 비난에 휩싸인 은행권이 마지못해 내놓은 면피성 보여주기 대책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