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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아픔, 공감하는 것부터… 그리고 시간을 갖자

게티이미지뱅크


하나님 앞에서 울다/제럴드 싯처 지음/신은철 옮김/좋은씨앗


헤아려 본 슬픔/CS 루이스 지음/강유나 옮김/홍성사


아들아, 씨유 인 헤븐/이동원 지음/두란노


죽음을 넘어 부활을 살다/김기석 지음/두란노


“끔찍한 상실. 그것은 거대한 홍수처럼 모든 것을 파괴한다. 무자비하고, 가차 없으며, 통제 불가능인 데다 몸과 마음과 정신을 잔인하게 망가뜨린다.”

음주 운전자와의 어처구니없는 정면충돌 교통사고로 어머니와 아내와 딸이 차량의 옆자리 뒷자리에서 한꺼번에 숨졌다. 40대 나이에 3대에 걸쳐 사랑한 여인 세 명을 순식간에 잃은 제럴드 싯처 미국 휘트워스대 종교철학 교수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책 ‘하나님 앞에서 울다’(좋은씨앗)는 바로 그 상실의 아픔을 묘사하는 저 문장으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상실은 어찌 보면 보편적이다. 죽음처럼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 상실을 직면하는 일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책은 말한다. 상실을 딛고 일어서는 일은 사지가 절단된 사고를 당한 것처럼 많은 시간과 재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라, 주변의 섣부른 위로가 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한다. 40일간 밤새 울며 지새운 나날들의 고통을 3년에 걸쳐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글은 이보다 몇십 년 앞서 발간된 CS 루이스의 ‘헤아려 본 슬픔’(홍성사)을 다분히 의식한 작품이다.

“슬픔이 마치 두려움과도 같은 느낌이라고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다. 무섭지는 않으나, 그 감정은 무서울 때와 흡사하다. 똑같이 속이 울렁거리고 안절부절못하며 입이 벌어진다. 나는 연신 침을 삼킨다.”

세계적 기독교 변증가인 루이스 옥스퍼드대 교수도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은 슬픔을 저렇게 묘사하며 글을 시작한다. 처음엔 ‘NW 클러크’란 가명으로 발표한 글은 루이스 교수의 일기를 모은 것이다. 그 역시 “내게 종교적 진리에 대해 말해주면 기쁘게 경청하겠다. 종교적 의미에 대해 말해주면 순종하여 듣겠다. 그러나 종교적 위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 ‘당신은 모른다’고 나는 의심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비극적 참사 앞에서 각각의 죽음을 가벼운 언어로 위로하기보다는 슬픔에 대한 깊은 공감이 먼저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암흑과도 같은 상실을 되돌릴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응과 개선책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닫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 앞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울고, 선으로 악을 이기기 위해 다짐하는 한국교회가 경청해야 할 지점이다.

루이스 교수 글의 영어 원제는 ‘A Grief Observed’이고 싯처 교수의 원제는 ‘A Grace Disguised’이다. 싯처 교수는 “이전까지는 서로 상극이라고 생각한 슬픔과 기쁨, 고통과 즐거움, 죽음과 삶이 거대한 하나의 총합체임을 알게 됐다”면서 “나의 영혼은 한층 성장했다”고 말한다. 상실의 어두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앞으로 빛으로 나아간 과정 전반을 들여다 봐야 삶이 ‘위장된 은혜’임을 알 수 있다.

국내 목회자가 상실에 관해 쓴 책은 ‘아들아, 씨유 인 헤븐’(두란노)이 최근작이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가 40대 아들을 대장암으로 먼저 보내고, 그 아픔을 시와 편지와 기도문으로 엮었다. 책의 정점은 이 목사가 고통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이를 다룬 국내외 21권의 책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부분이다. 참척의 아픔을 먼저 겪은 박완서 작가의 ‘한 말씀만 하소서’(세계사)와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의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열림원), 아브라함 헤셀의 ‘안식’(복있는사람)과 헨리 나우웬의 ‘죽음, 가장 큰 선물’(홍성사) 등을 언급한다.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의 ‘죽음을 넘어 부활을 살다’(두란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진행된 부활 관련 설교를 모은 책이다. 죽음의 현실이 전부인 것처럼 절망하게 만드는 시대에 부활이 지닌 생명과 사랑과 돌봄과 나눔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자고 말한다. 참사 유가족들, 낯선 땅에서 차별을 당하는 이주민들, 더 이상 무고한 죽음이 없도록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절규하는 이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처럼 손을 내밀자고 언급한다.

우성규 양민경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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