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을 거쳐 풍토병화된 시대(엔데믹)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는 필수 요소입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현장(사진) 원장은 지난 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더 이상 미래 서비스가 아니라 현재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 방법”이라며 “나아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의 새로운 모멘텀(계기)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증진개발원은 2016년 성인 대상으로 보건소 기반 모바일 헬스케어사업을 시작했다. 공공기관이 최초로 도입한 건강관리 서비스다. 이후 2020년 AI·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지난해말엔 아동·청소년 모바일 헬스케어로 확대됐다. 조 원장은 “스마트 기기와 모바일 앱을 통해 연동되는 다양한 활동 데이터에 근거해 개인 맞춤의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이런 부분은 향후 실버 세대의 건강한 삶의 질 영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가 대유행한 지난 2년여간 보건소 기반 디지털헬스케어가 빛을 발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11만명의 지역주민 건강관리에 일조했다. 조 원장은 “사업 시점이 각각 다르긴 하지만 대상자 지속 확대를 통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는 곧 지역사회 보건소가 대면 중심에서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 병행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르신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접근이 어려운 건강취약계층 관리를 통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건강 격차를 줄이는 ‘디지털 포용’의 성과도 거뒀다”고 했다. 어르신 사업의 경우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대상을 위해 건강체크뿐 아니라 응급상황 알림이나 말벗 기능이 탑재된 ‘화면형 AI스피커’ 서비스를 새로 제공하고 있다.
개발원은 향후 어르신 사업을 복지 분야 돌봄 서비스와 연계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가능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조 원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그런 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부처간 행정체계 조정이나 통합돌봄 모델·콘텐츠 개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추진 조직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개발원은 또 초창기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의 기술적 한계와 노후화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플랫폼 개발도 준비 중이다. 공공 자체 개발이 아닌 민간기업들의 우수한 콘텐츠를 API(응용프로그램 인터스페이스) 형식으로 연계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방침이다. 조 원장은 “이런 플랫폼 환경이 구축되면 지방자치단체별 유사 사업들도 병행해 ‘윈-윈 전략’으로 운영할 수 있어 디지털헬스케어의 새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위해 신청한 60억~70억원의 내년 예산이 최종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조 원장은 아울러 “앞으로 다른 감염병이 출현하더라도 공공 중심 건강관리 서비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