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 부동산시장 대책을 내놨다. 규제지역 해제와 대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시장 연착륙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하다. 우선 서울과 경기 4곳(과천, 성남 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규제지역이 모두 해제된다. 대출 규제도 완화해 20~50%로 세분된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일원화와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이 내년 시행에서 다음 달 1일로 앞당겨진다. 이에 따라 분양권 전매가 자유로워지고 청약 및 대출 규제가 풀리면서 중도금, 잔금 대출 등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처럼 이날 대책은 그간 갑갑함이 느껴졌던 부동산 정책에 유연성이 발휘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6월과 9월 서울 등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으나 미국발 금리 인상 가속화로 주택시장 침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3포인트 하락한 46.3으로 조사 이래 최저치를 보여 미입주 적체에 따른 건설업체와 제2금융권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 따라서 불과 2개월 만에 부동산 대책을 또 내놓은 것은 부동산시장 경착륙이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막아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5조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에 나선 것도 같은 차원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책으로 경착륙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서울 등지의 추가 규제 해제와 세제 완화 등 더 과감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일거에 바꾸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풀지 않은 것도 당분간 지속될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을 통한 물가 안정 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도 있음을 고려한 때문일 것이다. 몇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정부가 경기 상황에 맞는 단계별 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경제주체들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