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15일 기준으로 지구촌 인구가 80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70억명에 도달한 2010년 이후 10억명 느는 데 12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 수)은 2.3명에서 2050년 2.1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인 ‘인구 대체 수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의 다양성을 기념하고, 기대수명을 늘리고 산모와 아동 사망률을 극적으로 떨어트린 보건 발전에 경탄한다”고 치하했다.
그러나 저출산율 세계 1위인 한국은 80억명 돌파를 축하할 처지가 못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5174만명으로 정부 수립 이후 72년 만에 첫 감소를 기록하는 등 인구절벽에 봉착해 있다. 합계출산율은 0.81명에서 올해 0.7명대로 더 떨어지고, 추세 반전이 없는 한 인구는 2040년 이후 4000만명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시작한 2006년 1.13명인 합계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으로 늘리기로 했으나 오히려 0.84명으로 줄었다.
실패 이유는 15년간 쓴 380조원 규모 출산 예산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부산을 떨었지만 명확한 방향 없이 진행돼 온 백화점식 면피성 정책이 1차 원인이다. 근본 원인은 현재의 출산 정책이 청년층에 희생을 강요한다는 면에서 산아제한 캠페인을 펼쳤던 1970~80년대 압축성장 시대와 다를 게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출산을 경제 인구 메우는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탈피가 급선무다. 생명 중시 철학을 복원해 미래세대의 종합적인 삶의 가치와 연동시키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아기 울음소리는 다시 늘어날 것이다. 정부에서 검토 중인 이민청 설립도 외국인 복지를 도외시한 채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유지 차원에서만 다뤄지는 건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