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한국은 최빈국 중 하나였다. 60여년 후 국내총생산(GDP)은 3659억원에서 2071조원대로 무려 5662배 성장했다.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그 밑바탕에는 62년 시작돼 7차례에 걸쳐 시행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있었다. 정부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과 근로자가 힘을 모아 석유 파동,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다. 앞으로도 이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2022년 우리는 복합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탄소중립, 저출산·고령화 등 대내외적 도전 요인에 더해 고물가·고금리 등의 악재가 겹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96.3%가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답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고충이 심해지고 있다. 물가를 감안하면 소득 하위 20%의 실질소득은 1년 전 보다 6.5% 줄었다. 이들 10가구 중 6가구가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살림을 살고 있다. 가처분 소득의 절반이 식비인데 고물가에 시름이 깊다. 정부는 무엇보다 저소득층 삶의 질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장바구니·생활물가 안정 대책 등 민생 경제를 살펴야 한다. 과감한 규제 혁파 등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역대 부총리·장관 24명과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7명 등이 참석한 어제 행사는 10년 전 이명박정부 말기에 치러졌던 50주년 간담회보다도 더 성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 발전사를 되돌아보고 국가 미래 전략을 나눌 수 있는 기회였지만 서민 고통을 외면한 자축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긍심을 되새기는 것도 좋지만 다가올 60년을 준비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