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스타는 볼보와 중국 지리자동차가 합작해 만든 전기차 회사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25일 시승한 폴스타의 전기 세단 폴스타2는 볼보 차량을 많이 닮아있었다. 특히 볼보의 시그니처인 ‘토르의 망치’라고 불리는 LED 헤드라이트를 적용했다. 하지만 차량 곳곳에서 폴스타만의 단순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폴스타는 최고경영자(CEO)가 디자이너 출신인 유일한 완성차 업체다.
북극성을 형상화한 앰블럼은 차량과 같은 색상을 채택해 마치 보닛에 스며든 것 같았다. 사이드미러는 프레임을 없앴다. 이렇게 하면 공기의 저항을 줄여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바퀴에 달린 캘리퍼(브레이크 부품)와 안전벨트가 노란색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실내에도 미니멀리즘을 구현했다. 물리버튼을 최소화했다. 비상경고등, 볼륨 조절버튼, 성에 제거 버튼이 전부다. 나머지 기능은 중앙에 위치한 11.2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에 집어넣었다. 천장 전체가 유리로 덮여 있어 개방감도 좋았다. 폴스타는 볼보에서 개발한 중형차용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내연기관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를 모두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배터리를 바닥 전체가 아니라 중앙에 쌓는 구조 때문에 바닥 중앙이 내연기관차처럼 볼록 솟아있다.
폴스타의 승부수는 디자인이 아니다. 볼보의 안전성에 고성능, 스포티함을 더한 전기차를 추구한다. 지난달 25~29일 제주도에서 폴스타2를 타고 약 450㎞를 주행했다. 운전석에 앉아 전자동으로 시트를 조절하고 안전벨트를 맸다.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고 변속기어를 ‘D’(주행)로 옮기니 차가 움직였다. 주행을 마칠 때에도 마찬가지로 기어를 ‘P’(주차)에 두고 운전석에서 내리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졌다. 볼보도 최근 출시하는 차량에는 시동 버튼을 빼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는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경고음을 낸다. 폴스타2는 뒷좌석 승객까지 전부 안전벨트를 매야 조용해진다. 안전을 강조하는 게 볼보 못잖았다. 자동차 기사를 쓴 지난 1년 동안 약 10여대의 전기차를 시승했는데, 폴스타2는 주행 성능이 내연기관차와 가장 비슷한 전기차였다.
통상 전기차는 회생제동(감속시 남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폴스타2는 ‘크립 모드’를 활성화하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뗐을 때 차가 조금씩 앞으로 전진한다. 운전자가 주행감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휠(운전대)의 감도를 3단계(가볍게, 표준, 단단하게)로 설정할 수 있다. 페달 하나로 가속과 제동을 동시에 하는 원페달 드라이브도 3단계(끄기-낮음-표준) 설정이 가능했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무거운 배터리를 하부에 깔고 있지만 주행에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고 경쾌하게 달렸다. 다만 노면에서 방지턱에서 덜컹거림은 다소 전달됐다.
볼보 차량과 마찬가지로 SK텔레콤과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장착했다. 인공지능(AI) 비서 누구(NUGU), 음악스트리밍서비스 플로(FLO), 티맵 등을 탑재했다. 웬만한 건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음성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아리아, ‘엉뜨’(엉덩이 뜨겁게) 부탁해.” 이건 못 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시트 엉덩이 부분이 따뜻해졌다. 내비게이션은 가까운 충전소, 현재 이용 가능한 충전기 현황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하만카돈 스피커를 탑재했다. 뒷좌석은 조금 단단하게 느껴졌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제주=글·사진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