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국내 최초의 사진전문미술관으로 출발한 한미사진미술관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종로구 삼청동에 새로 본관을 짓고 ‘뮤지엄 한미’로 재도약한다고 18일 밝혔다. 장르 간 융합하는 현대미술의 특성을 반영해 뮤지엄 한미는 종합미술관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한다. 대지미술, 장소 특정적 미술, 개념미술, 뉴미디어 영상 등 사진에서 출발한 다기한 영역으로 전시 대상을 확장한다.
삼청동 뮤지엄 한미는 국내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의 제자인 기오헌 건축사사무소의 민현식 건축가가 설계했다. 건물 한 가운데 ‘물의 정원’이라는 인공 연못이 있고, 이를 가운데 두고 세 개의 동이 교차한다. 기존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사진미술관은 사진 관련 도서관으로 활용한다. 삼청동 본관에는 기존에는 없던 항온·항습 수장고를 갖췄다.
한미사진미술관은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전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관장의 사진 사랑이 설립의 바탕이 됐다. 숙명여대 교육학과 출신인 송 관장은 4년제 대학에 사진학과가 없어 사진동호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한미약품 건물에 사진 전문 미술관을 열었다. 사진작가를 대상으로 창작 및 전시 활동을 지원하는 전문 기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사진 예술의 육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부터는 학술연구기관인 한국사진문화연구소를 설립했다.
삼청동 본관 개관전으로 한국의 사진사를 되짚는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을 한다. 21일부터 일반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사진이 어떤 제도적 조건과 역사적 문맥 속에서 역사를 일궈갔는지를 들여다본다. 1929년 광화문빌딩 2층에서 열렸던 정해창의 ‘예술사진 개인전람회’부터 1982년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석조전 서관에서 ‘원로작가 초대전’의 일환으로 열렸던 ‘임응식 회고전’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진사의 주요 연보를 재구성한다.
개관전과 연계해 1929년 이전에 나온 초기 사진들도 볼 수 있다. 국내에 처음으로 사진을 도입한 황철이 촬영한 1880년대 사진부터 고종의 초상사진, 흥선대원군의 초상 사진 원본이 나왔다. 황실 사진가였던 해강 김규진이 1907년 서울에 문을 연 천연당사진관 사진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사진가로 알려진 경성사진관 이홍경이 촬영한 여인 초상도 볼 수 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