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며 변화를 경험했고, 되풀이되는 대형 참사와도 마주했다. 여전한 코로나19 상황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경제는 위기를 맞았고, 국내 서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차분하게 한해를 정리하며, 지친 심신을 위로할 때다. 가족, 지인들과 기독교 가치관이 깃든 영화를 보며 함께 묵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기독교 신앙의 정수 알고 싶다면
영화 ‘그리스도 디 오리진’
영화 ‘그리스도 디 오리진’
기독교 신앙의 정수인 예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그려낸 영화 한 편이 지난 부활절 대중에 선을 보였다. 영화 ‘그리스도 디 오리진’이다. 영화는 한 노파가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폭력과 탄압으로 세상을 지배하던 로마 왕정에 맞서 열두 제자와 함께 하나님 말씀을 전하며 고통받던 이들을 사랑으로 치유한 예수의 삶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영화는 불가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 3개국에서 공동으로 제작했다. 제작진은 촬영장 세트와 의상은 물론 성경 속 내용을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영화 속 대사 역시 예수가 사용한 언어로 알려진 아랍어 히브리어만 사용했다. 서구의 시선에서 제작된 기독교 영화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올해 처음 기독교 신앙을 접했거나 자녀에게 예수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다면 가족 모두와 함께 볼 만하다.
초기 선교사들의 희생·헌신 기린다
영화 ‘머슴 바울’
영화 ‘머슴 바울’
“머슴이었던 내가 주님의 사랑으로 씻겨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죠.”(김창식)
“(김창식처럼) 그토록 신실한 순교자인 사람을 나는 결코 본적이 없어요.”(제임스 홀 선교사)
김창식은 1901년 조선인으로는 최초의 목사가 되면서 ‘조선의 바울’이라 불린다. 1894년 평양이 배경인 영화 ‘머슴 바울’은 윌리엄 제임스 홀 선교사와 함께 깊은 우정을 나누며 한국 땅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한 김창식의 이야기를 그렸다.
서양인들이 조선 아이들을 유괴해서 삶아 먹는다는 괴소문을 듣고 그는 직접 증거를 찾고자 국내에 머물던 올링거 선교사의 집에 머슴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올링거 선교사 부부의 친절과 베풂에 점차 감화됐고 성경을 접하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다. 세례를 받고 정식 교인이 된 김창식은 이후 홀 선교사와 함께 평양 선교 사역에 동참하게 되는데….
한국 개신교 최초의 뮤지컬 기독 영화인 ‘머슴 바울’은 ‘사람의 머슴’에서 ‘주님의 머슴’으로 바뀐 김창식의 삶을 전하며 때론 웅장한 리듬으로, 때론 절절한 가사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특히 “지나온 모든 길이 내게 주신 선물이었음을 압니다”라고 읊조리는 김창식의 말이 올 한해 힘겨운 삶을 살아냈을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감미로운 CCM과 함께 사랑의 의미를
영화 ‘아이 스틸 빌리브’
영화 ‘아이 스틸 빌리브’
미국의 세계적 CCM 가수 제러미 캠프. 2002년 데뷔하자마자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에게는 아내 멜리사를 암으로 잃은 슬픔이 있다. 영화는 아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결혼을 약속한 그의 영화 같은 실화를 담았다. 제러미가 멜리사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기까지의 이야기다. 죽음을 마주한 커플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지만, CCM이 곁들여진 청춘 로맨스 멜로 영화답게 너무 무겁지 않다.
영화 제목 ‘아이 스틸 빌리브’는 앨범 발매 직후 ‘메가 히트’를 기록한 제러미 캠프의 곡 제목이기도 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과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 말씀을 믿고 의지하겠다는 마음이 담긴 노랫말처럼 영화는 이들 커플이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또 그 절망을 어떻게 기독교 가치관으로 극복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에미상을 세 차례 수상하고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아카데미상 음악상 후보로도 올랐던 유명 작곡가 존 데브니가 OST 작업에 참여했다. 영화도 보고 영화 속 감미로운 CCM을 들으며 사랑하는 이의 소중함도 되새겨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전하는 바른 신앙에 대해
영화 ‘클라우스’
영화 ‘클라우스’
성탄절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지만, 아이들에게만큼은 산타클로스도 큰 의미를 지닌다. 무조건 산타클로스 신화를 배척하기보다는 그 이야기의 기원이 된 성 니콜라우스가 베풀었던 선행의 의미를 자녀들에게 알려주면 어떨까. 산타클로스의 이야기를 토대로 종교적 색채를 빼고 새롭게 각색한 스페인 애니메이션 ‘클라우스’는 아이들과 함께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법하다.
영화는 ‘금수저’와 다름없는 우체국장 아들로 방탕하게 살던 우체부 제스퍼가 외딴 섬마을로 발령받으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제스퍼의 잔꾀로 시작된 아이들의 선행이 온 마을을 변화시켜 나간다.
영화의 배경인 가상의 마을처럼 이념과 종교 차이로 인한 반목과 갈등은 현실 세계도 다르지 않다. 영화는 다음세대에게 각자의 선행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왜 우리는 선을 행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질문하고 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