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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의 해’ 맞아 별주부전 얘기 들으러 가볼까

토끼와 거북의 전설을 품은 경남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 너머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가운데 큰 섬이 비토섬이고, 왼쪽 위에 월등도와 거북섬, 토끼섬 등이 자리한다. 비토섬 오른쪽에 별학도와 진도가 보인다.


썰물 때 길이 드러나 차로 갈 수 있는 월등도.


바다 건너 각산으로 이어지는 사천바다케이블카.


입구는 좁고 내부 공간이 넓은 대방진굴항.


비토섬 끝자락 월등도 입구의 토끼와 거북 조형물.


2023년 계묘년 ‘토끼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토끼와 관련된 지역명은 총 158개다. 토끼가 들어간 지명이 81개, 지명의 한자에 토(兎)자가 포함된 지명이 39개, 토끼 묘(卯)자를 포함한 지명은 6개가 있었다. 지명에는 토끼를 의미하는 글자가 들어가 있지는 않으나 지명의 유래에 토끼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지명이 32개다.

설화를 바탕으로 한 지명도 있다. 경남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이다. 비토섬은 날아오르는 토끼를 닮았다고 해 ‘날 비(飛)’에 ‘토끼 토(兎)’를 쓴다. 비토섬에는 별주부전과 관련된 얘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뭍으로 올라온 토끼는 너무 기쁜 나머지 달에 비친 섬 그림자를 육지로 착각해 자라 등에서 뛰어내렸다가 바다에 빠져 죽어 토끼섬이 됐다. 빈손으로 용궁에 돌아갈 수 없던 자라 역시 안절부절못하다가 그 자리에서 죽어 거북섬이 됐다. 집에서 남편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토끼 부인은 죽어 목섬이 됐다’는 내용이다. 죽을 위기에 처한 토끼가 꾀를 써 목숨을 구하고 자라는 도인에게서 선약을 얻었다는 해피엔딩과는 조금 다르다.

비토섬은 다리로 연결돼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사천 남서쪽의 서포에서 비토교를 건너면 솔섬이고 다시 거북교를 건너면 비토섬이다. 섬 입구에서 길이 두 개로 갈라진다. 오른쪽은 해안으로 둘러가는 ‘거북길’이고 왼쪽은 섬 중앙을 관통하는 ‘토끼길’이다. 두 길은 별주부전테마파크 앞에서 만나 월등도 들어가는 길로 이어진다.

비토섬 끄트머리에 자리한 월등도는 토끼가 달을 보고 뛰어올랐다는 섬이다. 비토섬에 전해 내려오는 별주부전 전설의 주무대다.

월등도 입구 비토섬 하봉마을에는 토끼와 거북 조형물과 비토섬의 전설을 새긴 안내판이 있다. 월등도에는 하루 두 차례 간조 전후 2시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월등도 주변에 전설 속의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먼저 오른편으로 거북섬이 보인다. 둥그런 모양새가 꼭 빼닮았다. 월등도 북동쪽의 토끼섬은 바닥에 납작 웅크린 토끼 형상이다. 토끼섬에는 나무데크가 놓여 물때와 상관없이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대나무로 조성된 굴 양식장 너머로 목섬이 자리한다.

비토섬에 자리한 별주부전테마파크는 작은 공원과 캠핑장, 물놀이장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캠핑장 주변 해안을 따라 나무데크가 만들어져 바다를 감상하면서 산책을 할 수 있다.

비토섬 남쪽에는 날아가는 학을 닮은 별학도가 있다. 연도교를 통해 비토섬과 연결됐으며 비토해양낚시공원을 갖추고 있다. 섬 앞 바다 위에는 이글루와 같이 생긴 반원 모양의 흰 해상펜션이 떠 있다.

낚시공원 반대편에서 보면 진도와 그 너머 소풀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있다. 소풀은 부추를 뜻하는 사천 사투리다. 소풀섬도 슬픈 전설을 품고 있다. 옛날 진도에 살던 황씨 성을 가진 한 부자가 나이 오십이 넘어 간신히 딸 하나를 얻어 소불이라고 이름 지었다. 딸이 열일곱 되던 해 집안의 머슴과 눈이 맞아 아이를 가졌다. 황씨는 혼인도 하지 않은 처녀의 임신이 흉이 될 것을 걱정해 진도 앞 외딴 섬으로 딸을 보냈다. 황씨 부인은 옷을 지어 입을 베틀, 먹을 곡식과 소풀을 배에 실어 함께 보낸 뒤 외롭게 아이를 키우고 있을 딸을 생각하며 밤마다 바닷가로 나와 ‘소불아’라며 딸의 이름을 불렀다. 사람들이 이것을 ‘소풀’로 듣고 섬 이름을 소풀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별학도에서 동남쪽으로 멀리 섬과 바다, 산을 잇는 사천바다케이블카가 보인다. 삼천포대교 입구 대방정류장을 중심으로 초양정류장까지는 바다 구간, 대방정류장에서 각산정류장까지는 산 구간이다. 길이 2.43㎞로, 왕복 20분 이상 걸린다.

대방정류장에서 가까운 곳에 대방진굴항이 자리한다. 고려 말 남해에 자주 침입했던 왜구들을 막기 위해 설치한 군항이다. 항의 입구는 좁고 내부 공간이 넓으며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있어 밖에서 배가 보이지 않는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수군 기지로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돌로 둑을 쌓아 만든 현재의 모습은 조선 순조 때 백성들을 동원해 만든 것으로 전해지며 지금도 어선을 정박해 놓는 항구로 이용된다.

여행메모
낚시공원·캠핑장, 건전·자연주의 추구
최대 자연 굴 생산지 비토섬 특화거리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비토섬에 가려면 남해고속도로 곤양나들목이 편하다. 대중교통으로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사천까지 버스가 운행된다. 약 3시간 40분 소요된다.

비토섬의 토끼길과 거북길은 사천의 트레킹 코스인 '이순신바닷길' 3코스에 해당돼 도보 여행으로도 즐길 수 있다. 사천대교를 출발해 서포농협, 비토교, 거북교를 거쳐 비토섬의 월등도 입구까지 약 16㎞이며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을 돌아오는 길을 포함하면 약 19㎞다. 월등도에 들어가려면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www.khoa.go.kr)에서 물이 빠지는 썰물 때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별학도에 자리한 비토해양낚시공원은 혼합 밑밥 사용을 금지해 건전한 낚시 문화를 추구하는 유료 낚시터다. 비토국민여가캠핑장은 자연주의 캠핑을 추구하는 곳이다. 캠핑장 내로 자동차를 가져갈 수 없어 주차장에서 캠핑장까지 카트로 짐을 날라준다. 비토섬과 솔섬에 리조크와 펜션도 많다.

비토섬은 전국 최대 자연산 굴(石花) 생산지다. 최근 비토섬 낙지포항에 '굴 특화거리'가 조성됐다.



사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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