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 등 비쟁점 법안이 여럿 처리됐지만 쟁점 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이달 말 효력이 다해 개정이 절실한 안전운임제, 추가연장근로제, 건강보험 국고 지원 관련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것은 여야의 이견 조정 능력 부재, 민생을 외면하는 무책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몰 연장이 무산됨에 따라 당장 다음 달부터 관련 업계에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특수차량에 적용되던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 과로·과속·과적 방지 유인책이 사라지고 이들 차량 차주이자 운전자들의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52시간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노사 합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하도록 한 법안도 일몰이 연장되지 않으면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재정적 부담과 구인난이 커질 게 뻔하다.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 건보 재정 안정성이 취약해질 것이다.
관련 업계와 다수 국민에게 미칠 영향이 큰 민생 관련 법안들이고 일몰이 예정돼 있어 여야가 미리미리 논의해 해결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막판까지도 타협점을 찾지 못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입만 열면 민생을 챙기겠다고 외치고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시급한 법안 처리는 나 몰라라 한 것이다. 특히 여권은 여야 간 이견이 큰 안전운임제와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안 일괄 타결마저 끝내 거부했다.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바란다. 여권은 대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데, 비교적 손쉬운 일몰 연장에도 합의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골격을 다시 짜는 법 개정을 하겠다는 것인가.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쟁점 법을 개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일몰이 연장되지 않은 데 따른 피해는 보호막이 사라진 화물차주, 중·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야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