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는 신라시대 경주의 첨성대다. 그럼 세계에서 돌에 새긴 가장 오래된 천문도는 어디에 있을까. 중국의 비림에 있는 송나라 ‘순우천문도’다. 우리나라에도 이 천문도 못지않게 오래된 조선시대 천문도가 있다. 바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이 그것이다. 태조 때 만든 원본과 숙종 때 만든 복각본 등 2점이 있다. 각각 국보와 보물로 지정 되어 있지만 그 동안은 전시장 구석진 자리에 위치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인규)은 최근 상설전시실 중 ‘과학문화’ 전시장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이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2점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과학문화 전시장의 가장 마지막에 이 두 점만 오롯이 별도 공간에 진열한 것이다. 유물뿐 아니라 천문도 내용이 구현된 영상을 함께 비치해 관람객들이 더욱 쉽고 재미있게 감상하도록 도왔다.
영상 1부 ‘조선 국왕의 통치이념과 천문’ 코너에서는 국왕 임무 가운데 으뜸인 ‘관상수시’(천체 운행을 관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절기와 날짜, 시간 등을 배포하는 일)가 국가 통치 이념이자 수단이었음을 전달한다. 왕실에서 제작한 의례용 칼 ‘인검’에 통치자를 상징하는 북두칠성과 28수 별자리를 새긴 것이 그런 예이다. 강우량을 측정하는데 사용한 ‘창덕궁 이문원 측우대’(국보)는 백성의 농사에 도움을 주고 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만드는데 사용한 통치수단이었다. 2부에서는 ‘천문류초’ ‘증보문헌비고’ 등 천문서 발간, 왕실용 달력 ‘내용삼서’를 비롯한 ‘대통력’ ‘시헌력’ 등 달력을 만날 수 있다. 3부 ‘조선의 천문의기’에서는 ‘앙부일구’ ‘자격루’ 등 조선의 대표적인 시계가 전시된다.
전시 홍보과 김충배 과장은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등 과학문화재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면서 “핵심적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상 등 다양한 연출방법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전시 유물 총 45건 중 국보 3점, 보물 6점이 나왔다.
겨울 방학을 맞아 부모와 자녀가 함께 구경가면 좋은 전시다. 국립고궁박물관의 과학문화실은 지하1층에 있으며 박물관은 연중 설날과 1월 1일 그리고 추석당일만 문을 닫고 연중 개방되어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