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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을 판소리로?… 다양한 장르 넘나드는 소리꾼 박인혜

소리꾼 박인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를 판소리로 만드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박인혜가 공연예술창작산실 신작으로 선보이는 한 쇼케이스 장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소리꾼 박인혜(39)는 판소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자다. 앞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를 판소리로 만든 ‘판소리 오셀로’나 제주도 가택신 신화를 토대로 한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는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를 이끄는 박인혜가 올해 공연예술창작산실에서 신작 ‘판소리쑛스토리-모파상 편’(27~29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을 선보인다.

박인혜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만나 “단편소설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형식미가 있다. 단편소설의 그 미감이 판소리 대목 특유의 형식미나 독자성과 닮았다”면서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단편소설들을 판소리로 만드는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소리쑛스토리-모파상 편’은 프랑스 대표 작가 모파상의 1880년대 단편소설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를 판소리 1인극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인간의 속물근성이나 이기주의 등 삶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세 단편소설은 각각 다른 콘셉트의 1인극으로 만들어진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무대지만 악기의 구성이나 배치를 다르게 함으로써 작품마다 변화를 추구한다.

각색, 연출, 작창을 맡은 박인혜는 “작품의 소재를 선택할 때 판소리와 잘 어우러질 것인가를 염두에 두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동시대 우리에게 유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여부”라면서 “모파상의 작품들은 인간을 쉽게 유형화하고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서 상상하게 만드는 판소리처럼 모파상 역시 작품의 장면이나 인물의 심리, 심지어 구체적 이면까지 상상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거운 주제를 위트 있게 다루는 모파상 작품의 쾌활함을 판소리에서도 유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인혜는 2000년대 후반 여성민요그룹 아리수의 멤버로 활동한 뒤 2011년 첫 창작음반 ‘청춘은 봄이라’를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또 2011~201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예술가로 선정된 데 이어 2012년 리투아니아 문학 작품 ‘아닉쉬짜이의 솔숲’을 판소리로 각색해 현지 국제연극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13년 ‘춘향가’를 재해석한 1인 판소리극 ‘비단치마’ 이후 그는 판소리를 근간으로 다양한 극양식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를 중심으로 한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은 판소리극 ‘필경사 바틀비’ ‘판소리 오셀로’ 등을 선보여 호평받았고, 그가 2021년 새롭게 깃발을 올린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 역시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로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이외에도 창작자로서 유연한 그는 뮤지컬 ‘아랑가’의 판소리 작창과 도창을 맡는가 하면 국립창극단 어린이창극 ‘미녀와 야수’ 및 궁중문화축전 창극 ‘심청’의 작창을 맡는 등 외부 작업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음악 중심의 판소리 활동을 하다가 2011년 본격적으로 창작 판소리를 시작한 뒤 2013년 ‘비단치마’부터 극 중심의 판소리에 목표를 두게 됐다. 전승 및 보존되는 판소리보다 창작의 도구로서 판소리에 더 관심이 많다”면서 “내가 예전부터 활동명으로 즐겨 사용한 ‘놀애’는 ‘놀다’라는 동사와 접미사 ‘애’가 붙어서 생긴 것으로, ‘노래’의 어원이다. 판소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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