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은 전체 입원 환자의 10~15%에서 경험하며 중환자실 환자의 경우 30%, 고관절(엉덩이관절) 수술 환자는 40~5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기 암 환자는 80% 이상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중선 교수는 30일 “나이에 따라 섬망의 위험 요인이 다르고 고령 자체가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수술 후 흔히 발생되며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가 있는 고령 환자가 감염, 수술 등 유발 요인으로 인해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매 등 섬망과 헷갈릴 수 있는 질환과는 감별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가장 뚜렷한 차이는 발생 양상인데, 섬망 증상은 수일 내 급격히 발생하지만 치매는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섬망은 또 하루 동안에도 증상의 기복이 심하나 치매는 비교적 일정한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섬망은 일시적으로 뇌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기 때문에 원인을 교정하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만 치매는 일반적으로 회복되기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이 밖에 과소활동형 섬망의 경우 심한 우울증이나 조현병, 조울병(양극성장애)과도 증상이 비슷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섬망은 신체 상태에 기인하므로 위험요인 개선으로 대부분 회복된다. 다만 기저질환이나 위험요인이 사라지지 않으면 수주 혹은 수개월까지 지속되고 퇴원 후 가정에서도 증상이 이어질 수 있다. 신경외과 수술 후 뇌가 부어 있거나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 말기 암 환자 등이 ‘지속형 섬망’ 위험이 높다. 집에 와서도 잠을 잘 못자거나 낙상 위험이 있거나 공격적 성향을 보이면 신속히 응급실으로 데려가 선제 조치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섬망 예방을 위해선 입원 시 침상 맡에 가족 사진이나 평소 자주 쓰던 물건을 두는 등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또 수면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낮에는 걷기·앉기·스트레칭 등으로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이고 밤에는 조명을 끄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안경·보청기 등을 쓴다면 치료 후 조기에 착용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도록 하면 도움된다.
병원 차원에선 섬망 고위험군의 조기 발견과 집중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국내 10개 의료기관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환자 개인의 입원 중 섬망 발생과 위험인자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 중이어서 주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는 “해외 예측 프로그램은 한국 실정에 맞지 않아 보건복지부 연구과제로 한국형 섬망 예측 모델을 새로 개발했다. 올해 입원 환자 1000명 대상으로 검증에 들어갈 것”이라며 “효과가 입증되면 병원별로 차이나는 섬망 예방·관리의 표준으로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