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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쇼크, 성장률 하향… 한국 경제, 상반기가 고비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자료사진. 뉴시스


삼성전자가 31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실적은 처참한 ‘어닝 쇼크’였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재작년보다 97%나 급감했다. 예상치를 크게 밑돈 실적에는 세계적 반도체 불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문제는 이런 부진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조~2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리란 전망이 나왔다.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전망치는 더 열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한국 주력산업인 반도체가 적자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중 절반 이상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LG전자 포스코 현대건설 등 주요 대기업이 줄줄이 포함됐고, 이들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도 큰 폭으로 낮아졌다. 한국 경제가 힘겨운 해를 보내리란 예고는 해외에서도 날아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2% 포인트 올린 2.9%로 전망하면서 한국의 성장률은 거꾸로 0.3% 포인트 낮춰(1.7%) 제시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경제권의 성장률 전망치를 다 상향했는데, 유독 한국에만 비관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IMF 진단은 미국 경기의 견조함,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 전쟁 속에 선방한 유럽의 안도감 등 세계 경제의 긍정적 흐름에서 한국이 소외돼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장인 주요 경제권의 회복이 가시화할 때까지 한국 기업의 고전은 계속될 테고, IMF는 올해 중 그 전환점이 오리라 봤으며, 전문가들은 ‘상저하고(上底下高)’의 올해 경기 지형을 예상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자 고비가 될 올해 상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한국 경제의 향배가 걸려 있다. 여전히 불안한 물가를 비롯해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수출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도록 정책적 뒷받침에 집중해야 할 때다. 세계 경제 질서는 근본적 재편 과정을 겪고 있다. 블록화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진다. 수출국가에 불리할 새로운 환경에서 활로를 찾아가려면, 지금의 침체기를 그에 대비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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