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들어 또다시 미사일 도발 준비에 나선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 회담이 31일 서울에서 열렸다. 이종섭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재확인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동맹국을 핵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스틴 장관은 연합뉴스 기고문을 통해 “우리의 적과 경쟁자들이 우리 중 한 나라에 도전할 경우 한·미동맹 전체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점증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이 서울에서 만나 확장억제 강화 약속을 재천명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두 장관은 확장억제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일부 밝혔다. 당장 다음 달에 확장억제 수단 운용연습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도 긴밀히 협의하고 한·미 양국의 연합훈련도 확대하기로 했다. 북한의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위한 한·미·일 안보회의도 추진된다.
한·미동맹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지만 한반도의 안보 지형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특히 북한의 도발 양상이 핵·미사일부터 무인기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안보 위기는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동맹 보호와 거듭된 확장억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여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최종현학술원의 의뢰로 조사한 뒤 3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의 77.6%가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국갤럽의 2017년 9월 당시 여론조사(60%)에 비해 17% 포인트 높고, 지난해 3월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70.2%)보다 7% 포인트 높다. 핵무장을 지지하는 국내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 전술핵을 배치하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은 이런 여론과도 일치한다. 다만 그런 일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이 독자 핵개발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기존 핵무기 보유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이를 기반으로 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흔들어 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엔과 NPT 체제의 보호가 대한민국 안보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아니다. 미국이 확장억제 강화를 재천명한 것은 이런 점을 감안했을 것이다. 북한도 한·미동맹의 안보 의지를 시험하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