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금속 커튼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어두운 공간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조명을 받은 청자가 품위를 뽐낸다. 모두 고려 최고의 비색 청자, 특히 사자 토끼 등 동물 모양이나 인체 모양의 비색(翡色) 청자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해 연말 ‘청자실’을 개편하면서 역점을 둔 몰입형 공간 ‘고려 비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공간에는 비색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형상이 있는 상형청자 18점(국보 5점, 보물 3점 포함)이 전시되고 있다. 세계적인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상형청자가 이처럼 한꺼번에 한자리에 전시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비색 청자란 은은하면서도 맑은 비취색을 띤 절정기의 고려청자를 말한다.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이 1123년 고려를 방문한 후 남긴 ‘고려도경’에는 당시 고려인이 청자 종주국인 송나라 청자의 비색(秘色)과 구별하여 고려청자의 색을 비색(翡色)이라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 서긍은 고려 비색 청자를 극찬했다.
박물관은 ‘고려비색’ 공간을 조성하면서 시각적 요소를 절제함으로써 관람객의 몰입을 도왔다. 이곳에 들어서면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 ‘블루 셀라돈(Blue Celadon)’이 나직이 펼쳐진다. 이 곡은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다니엘 카펠리앙(Daniel Kapelian: 오마 스페이스 팀원,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공동기획자)이 작곡했다.
서유리 학예사는 12일 “청자실 개편으로 상형 청자가 주목받아 기쁘다. 관람객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등 반응이 뜨겁다”면서 “관람객들이 비색 상형청자에 깃든 아름다움을 느끼고 명상을 하듯 자신의 본모습과 마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편된 청자실에는 전체적으로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보)와 ‘청자 참외모양 병’(국보) 등 국보 12점과 보물 12점 등 250여점이 나왔다. 고려청자가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제작기법과 실제 쓰임새, 그리고 자기 제작의 시작과 완성이라는 문화사적 의의도 주목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