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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곁 산동네에 살아 숨쉬는 레트로 감성

산동네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강원도 삼척시 정라동 나릿골 감성마을이 하얀 눈에 덮여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광을 펼쳐놓고 있다.


관동팔경 중 제1경인 죽서루에 서면 기둥 사이 벽이나 문이 없어 탁 트인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신라 문무왕의 전설을 품은 죽서루 옆 용문.


BTS 재킷 촬영지 맹방해변의 서핑보드 포토존.


정상 조망대와 주변 탐방로를 갖춘 덕봉산.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삼척해안.


강원도 삼척은 바다와 해안, 내륙 산악이 한데 어우러진 천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그 가운데 겨울철에는 해안 쪽 절경이 발길을 끌어들인다. 해안 따라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고, 겨울철 별미를 찾아도 그만이다. 여기에 감성적인 아늑한 풍경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앨범 촬영으로 ‘버터 비치’ ‘버터 해변’이라는 예쁜 애칭을 얻은 맹방해변도 있다. 새 희망을 돋우는 여행지로 장엄한 해돋이가 멋진 삼척으로 떠나보자.

먼저 삼척항 바로 옆 바다를 품은 볕 좋은 산동네인 나릿골 감성마을이다. 1976년 건설된 삼척항의 옛 이름은 정라항이다. 삼척·동해 지역의 석탄 사업이 번창하던 시절, 시멘트 회사의 전용항으로 개항해 1991년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무역항으로 변모했다. 깔끔히 리모델링한 광장과 산책 코스, 작지만 쾌적한 어시장과 넓은 주차장도 갖추고 있다. 2021년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문이 완공됐다.

나릿골이라는 이름은 정라항 영진안과 벽너머 사이에 나루가 있어 붙여졌다고 한다. 마을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비탈에 조성돼 달동네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정겨움을 준다. 언덕 위를 수놓듯 아담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집들은 대부분 본채와 마당, 골목의 구분이 없는 독특한 형태다. 슬레이트 지붕, 시멘트 블록 담, 좁은 골목, 텃밭 등 1960~70년대의 전형적인 어촌 산동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낙후된 어촌 마을이었던 나릿골은 도시 재생 사업이 진행되면서 레트로한 분위기의 예술문화 마을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나릿골 감성마을’이란 이름으로 빛바랜 담장과 골목마다 새롭게 페인트가 칠해지고 곳곳에 정겨운 벽화와 조형물이 설치됐다. 그 너머로 드넓게 펼쳐진 푸르른 동해가 드넓게 바다향을 전해준다. 좁고 투박한 시멘트 계단을 따라 가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이어진다. 동해시 묵호의 논골담길과 비슷하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고,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미술관도 여럿 들어섰다. 특히 정상에는 꽃밭이 드넓게 펼쳐진 감성적인 포토존도 마련됐다. 아직 꽃은 없지만 늦겨울 내린 흰 눈에 덮인 마을이 평화로움을 준다.

정라항 뒤편 바위산은 육향산이다. 언덕 위 비각 안에 ‘척주동해비’가 있다. 척주는 삼척의 옛 이름이다. 조선 현종 2년(1661) 삼척부사 허목이 풍랑 피해를 막기 위해 동해를 칭송하는 ‘동해송(東海頌)’을 지어 세운 비다. 유실된 비석의 탁본으로 다시 만들어 숙종 36년(1710) 세웠다.

가까운 삼척 시내에 관동팔경 중 제1경인 죽서루가 있다. 건물은 정면 7칸, 측면 2칸의 규모로 지어졌으며 겹처마에 팔작지붕을 이고 있다. 1층에는 길이가 제각각인 17개의 기둥이 있는데 반은 잘 다듬은 주춧돌 위에, 나머지 반은 자연석 위에 세워져 독특하다. 기둥 사이에 벽이나 문이 없어 탁 트인 개방감을 자랑한다. 오십천 옆 층암절벽 위에서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정자가 늦겨울 정취를 물씬 풍긴다. 바로 옆 용문바위가 관심을 끈다. 신라 30대 문무왕이 사후 호국룡이 돼 동해를 지키다가 오십천에 뛰어들어 죽서루 옆을 지날 때 생겼다고 전한다.

삼척 시내에서 해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0분 남짓 가면 맹방해변이 나타난다. 길게 늘어선 해송 숲과 거친 파도가 인상적인 해변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변은 BTS의 앨범 ‘Butter’ 재킷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사람들로 북적인다. 앨범 촬영 후에 해당 시설물은 철수됐지만, 방문객이 늘어나자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된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조형물과 바다를 배경으로 톡톡 튀는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맹방해변 바로 옆에는 덕봉산이 우뚝하다. 군 경계 철책 철거와 함께 53년 만에 개방되면서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발 53.3m로 낮지만 정상에서 보면 동해의 탁 트인 풍광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1㎞ 남짓의 탐방로에 들어서면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동해의 비경이 가까이 다가온다. 구불구불 외나무다리도 사진 포인트다.

맹방해변 남쪽으로 6~7㎞ 거리에 부남해변이 위치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소박한 해안과 남쪽 바위산이 영화적이다. 2022년 6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개봉한 뒤 이곳은 해준(박해일 분)과 서래(탕웨이 분)의 사랑이 깃든 장소가 됐다.

여행메모
대게·곰칫국·회… 삼척항 먹거리
가곡 유황온천 24일부터 상업운영

삼척 죽서루와 나릿골은 동해고속도로 삼척나들목에서, 맹방해변이나 부남해변은 근덕나들목에서 가깝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에서 삼척까지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약 3시간 10분 소요된다.

나릿골 마을 곳곳에 주차장이 조성돼 있다. 보통 나릿골말랑이수퍼와 나릿골안내센터가 있는 삼척항대게거리 쪽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나릿골의 일부 길은 집 마당과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주민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돌아봐야 한다. 걸어서 언덕 오르기가 벅차면 차로 정상부의 바람주차장이나 전망주차장까지 진입할 수 있다.

삼척은 대게와 곰칫국으로 유명하다. 삼척항을 따라 대게·홍게 등을 파는 직판장, 식당과 회·해산물을 판매하는 활어회 센터가 있다. 고추장을 푼 '장국수'도 별미다.

최근 삼척시 가곡면에 가곡 유황 온천장 및 국민 여가 캠핑장이 준공돼 24일부터 상업운영에 들어간다. 온천장은 지상 4층, 건물 총넓이 2945㎡ 규모에 옥상 수영장 등을 갖춰 4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유황 온천수 온도는 32.8도다.



삼척=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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