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 ‘챗GPT’ 열풍이 거세다. 챗GPT로 작성한 의학 논문 초록 50편이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모두 통과했고, 시와 판결문까지 쓰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 스마트폰 혁명에 버금갈 정도로 챗GPT가 우리 생활의 패러다임을 혁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챗GPT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설계된 초거대 AI가 질문에 맞는 답을 생성해내는 서비스다. 2022년 11월 30일 공개된 지 두 달 만에 챗GPT 사용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고 하니 그 성능이 궁금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 사이트에 가입해 질문을 던졌다. 1분도 안 돼 답변이 돌아왔다.
질문: 사순절 설교로 적절한 주제를 소개해주세요.
답변: 사순절은 예수님의 십자가 순교의 기적을 기념하는 기간입니다. 아래는 사순절 설교에 적합한 주제 중 일부입니다.
1. 구원의 기적: 예수님의 십자가 순교에 대해서 설명하고, 우리가 어떻게 구원의 기적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2. 긍지: 예수님의 순교가 우리에게 어떤 긍지를 주는지, 그리고 그 긍지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3. 희생: 예수님의 순교가 우리에게 어떤 희생의 정신을 주는지, 우리가 어떤 희생을 해야 하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4. 사랑: 예수님의 순교는 사랑의 표징입니다. 사순절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추앙하고, 우리가 어떻게 사랑을 행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목사들이 사순절 설교 주제를 고민할 텐데 챗GPT의 신속한 답변은 놀랍다.
챗GPT 기술이 고도화되면 나와 대화하는 상대가 AI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다. 현재 챗GPT 버전(3.5)은 데이터가 입력된 2021년까지 발생한 일들만 인지한다. 또한 답변의 출처를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사용자가 검증해야 한다. 챗GPT가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했을 경우 틀린 답변을 정답처럼 말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에 빠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혐오와 편견, 가짜뉴스 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챗GPT가 창작물을 만들면서 기존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챗GPT 출현으로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집단지성을 뛰어넘는 순간, 즉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반면 오픈AI를 만든 일론 머스크는 “AI는 가능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거대한 위험도 따른다”며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AI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에 접근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한국 미국 중국 등 60개국은 최근 군사영역에서 AI의 책임 있는 사용을 촉구하는 공동행동 선언을 채택했다.
챗GPT는 과연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최첨단 기술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인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하나님의 영역을 넘보는 바벨탑이 될 것인가. 결국 인간에게 달렸다. 모든 지혜의 근원은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한 인간에게 지성과 영성, 자유의지를 주셨다. 따라서 인간이 지성을 발휘해 AI 기술을 고도화하되 신학적 고찰과 영성적 성찰을 통해 그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자유의지로 제어해야 한다.
챗GPT로 세상이 소란스럽지만 크리스천에게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그 본질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인 믿음과 영성이고,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의 인격적 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이 크리스천 과학자들과 머리를 맞대어 성경적 관점에서 AI에 관한 윤리적 기초를 마련하고, 우리 사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때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