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람의 행동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게임 업계에서도 AI 상용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화형 NPC(Non-Player Character·게임에서 이용자가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말하는 것으로 이용자에게 퀘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부터 게임 내 부정행위 감독 및 단속, 아트그래픽까지 AI가 손을 뻗고 있다.
“이젠 혼자 게임해도 외롭지 않아요”
최근 AI 챗봇 ‘챗GPT-4.0’이 큰 화제다. 챗GPT는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새로운 정보를 창조하는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근간으로 한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가 발전하면서 게임 산업계에선 대화하는 NPC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지난 17일 미디어기업 더밀크가 주최한 ‘더밀크 AI 아카데미: 실리콘밸리에서 본 GPT 혁명’에서 ‘개인맞춤형 NPC’를 언급했다. 짜인 대본에 맞춰 말하는 NPC가 아닌 이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휴먼’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엔씨소프트는 2015년 AI랩 산하 NLP팀을 설립하고, 한국어 문장을 이해하고 구사하는 AI 개발에 집중해왔다.
크래프톤은 ‘버추얼 프렌드(Virtual Friend)’를 개발 중이다. 버추얼 프렌드는 이용자와 함께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를 의미하는데, 텍스트 외에 음성으로도 대화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버추얼 프렌드는 챗GPT 수준의 자연어 처리 및 언어 모델이 적용되며 게임 플레이 인공지능을 통해 AI가 스스로 게임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해당 AI를 게임 외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첨언했다.
넥슨게임즈는 다양한 신작에 AI 기술 ‘넥슨애널리틱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넥슨애널리틱스는 2017년 4월 설립한 인텔리전스랩스 산하의 자체 분석 플랫폼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을 신작 및 라이브 게임에 개발·적용해 고객이 더 재밌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 세계의 경찰관이 된 AI
최근 게임사들은 AI를 활용해 게임 이용자 간의 갈등, 욕설, 혐오 표현, 더 나아가 불법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에서 한국어를 포함한 14개 언어를 단속할 수 있는 대화 필터링 기술을 도입했다.
넥슨애널리틱스는 ‘탐지’ 기능에 AI를 범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일 쌓이는 100TB(테라바이트) 가량의 데이터를 토대로 게임 내 이상 현상과 불법 프로그램, 작업장 등을 탐지한다. 작업장이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자동사냥, 불법 매크로 등으로 아이템을 대규모로 수집한 후 현실 세계에 파는 시설 혹은 사람을 의미한다. 게임 내 불공정 거래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개발하고, 그림 그리고… 인건비 절감 효과도
펄어비스는 자체 개발해 사용 중인 차세대 엔진에 AI 기술을 접목해 개발 효율을 크게 높였다. 대표적으로 엔진의 ‘대기’ 처리 기술을 꼽을 수 있다. 하늘, 태양, 안개, 빛줄기 등 게임 속의 복잡한 대기 현상을 AI를 활용해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다.
AI는 게임 일러스트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기도 한다. 양산형 게임 등을 개발할 때 인건비를 절약하는 데 효과적이다. 개발사 ‘큐트펜 게임즈’가 만든 퍼즐 게임의 아트는 AI가 담당하고 있다. 목소리와 연기까지 AI가 맡았다.
정진솔 인턴기자 s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