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관현악의 살아있는 역사’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4년 만에 내한했다. 오는 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을 비롯해 세종, 인천에서 총 6회 공연을 가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첫 해외 투어로,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 아닌 한국 단독 투어가 된 것은 올해 정명훈의 고희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번 한국 투어 공연을 지휘하는 정명훈은 2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 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한국에서만 투어 공연을 열 만큼 한국의 음악적 수준이 높아졌다는데 감사함을 느낀다”면서 “최근 젊은 음악가들의 활약을 비롯해 한국 클래식의 발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클래식 음악은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처음으로 한국 단독 투어를 결정한 데는 정명훈과의 오랜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은 2001년 드레스덴과 첫 인연을 맺었고, 2012년에는 드레스덴 역사상 최초로 수석 객원 지휘자 타이틀을 달았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부터 해외 투어, 각종 연주 프로젝트를 함께 해오고 있다.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548년 독일 궁정악단으로 창단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 가운데 하나로 오케스트라 문화를 주도했다. 정명훈은 지휘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역사를 잇고 있다”면서 “정명훈은 우리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는 대부와 같은 존재로 깊은 존중과 신뢰를 받고 있다. 정명훈은 일방적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연주자들이 음악을 자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지휘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한국 단독 투어는 정명훈의 일흔 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면서 “지난주 드레스덴에서 이뤄진 공연에 조성진을 보러 온 소녀팬들을 보고 이번 한국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고 웃었다.
이번 한국 투어는 2~5일 공연에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7~8일은 협연자 없이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성진과 정명훈은 2009년 조성진이 중학교 3학년이던 시절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15년간 여러 차례 무대에서 지휘자와 연주자로 호흡을 맞춰왔다. 조성진은 “정명훈 선생님이 저와 같이 연주해주시는 건 언제나 영광”이라며 “다만 너무 어릴 때부터 선생님 같은 훌륭한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고 나니 지휘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아져 그 점은 좀 힘들다”며 웃었다.
이날 줄곧 조성진을 흐뭇하게 바라본 정명훈은 “성진이가 13살 때 연주를 처음 들었는데, 그저 어린아이가 잘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음악적으로 모든 걸 이해하고 연주하는 걸 보고 놀랐다. 그 아이가 이렇게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된 것이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수록 겸손해지기 힘든 법이다. 조성진이 지금처럼 앞으로도 초심을 지키길 바란다. 그게 결국은 음악으로 나타난다”며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