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근로가능 시간을 주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69시간이면 1주일에 5일 평균 13.8시간 일해야 하는 시간이다. 정부는 다만 주간 근로가 최대 69시간에 이르더라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등 근로자들의 휴식과 건강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간 단위 최대 근로가능 시간이 늘어나면 근로시간 총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이 악화되는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70년 동안 고수했던 근로시간 기준단위를 주간에서 월간이나 반기 등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연장근로나 장시간 연속근로가 불가피한 업종들의 고충을 감안한 것이다. 게임개발업체 등 IT업계나 영화, 드라마 제작 등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은 집중근로가 어쩔 수 없이 요구되는 산업의 특성이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나 전통적인 근로환경에 익숙한 노동자들은 비록 노사 협상으로 주 근로가능 최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환경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반발하고 있다.
한국의 근로시간은 세계적으로도 높다. 한국인의 평균 근로시간은 연 1915시간(2021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5위다. 한국보다 근로시간이 많은 나라는 멕시코(2128시간), 코스타리카(2073시간), 콜롬비아(1964시간), 칠레(1916시간) 등 중남미 국가들뿐이다. OECD 평균(1716시간)보다 199시간 많다.
정부는 연장근로시간의 1.5배를 휴가로 인정하고 이를 모아서 ‘안식월’로 쓸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현행 제도하에서 주어지는 연차휴가도 다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규제로 받아들이는 기업들의 고충을 들어주기 위해 제도 변경을 시도하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제도 변경이 근로환경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득은 부족해 보인다. 노동계뿐 아니라 야당의 이해를 끌어내기 위해 보완책을 강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