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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인 성경공부하고 화요일엔 가정예배…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서울 상신교회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더욱 건강한 신앙 공동체로 성장했다. 서은성 목사가 지난 27일 서울 노원구 상신교회 본당에서 성경을 들고 지난 목회 여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교회 사역이 침체됐다는 진단이 많다. 서울 노원구 상신교회(서은성 목사)는 코로나가 오히려 보약과도 같았다.

교인들이 교회로 모일 수 없었던 시간, 교회는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통해 신앙 공동체를 한 데 묶었다. 교인들은 더욱 단단해졌고 엔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비전을 품게 됐다.

지난 27일 교회에서 서은성(60) 목사를 만나 ‘슬기로운 코로나 기간’을 보낸 노하우를 들을 수 있었다.

서 목사가 집중한 건 ‘가정’이었다. 경북대와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미국 멕코믹신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서울 소망·목민·연동교회에서 부교역자를 거쳐 부산 대성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면서 가정의 힘을 체험했다고 했다. 상신교회에는 2007년 부임했다.

교회는 코로나 기간 ‘가스펠과 안디옥 프로젝트’ ‘화요 가정예배(화가예)’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가스펠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3년 동안 진행하는 장기 프로그램이다. 교인 가정이 신앙 공동체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성경 말씀과 성경공부를 한 데 묶는 교육과정이다.

전 교인이 매주 하나의 본문으로 묵상하고 성경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를 위해 서 목사를 비롯한 모든 목회자가 매주 같은 본문으로 설교한다. 1년 치 설교 본문도 미리 정한다. 3년 동안 이 본문만 봐도 성경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교인들은 미리 배포된 기도문에 따라 매주 ‘교회와 영적 지도력’ ‘성도와 비전’ ‘가정과 자녀’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한다.

‘화가예’를 통해서는 가정예배의 전통을 세웠다.

화요일마다 저녁 9시에 이 교회 유튜브 계정으로 송출되는 예배를 전 교인이 가정에서 함께 드리는 걸 말한다. 온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린 뒤에는 유튜브 영상 댓글로 예배의 은혜를 나눈다. 매달 한 차례씩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과제도 준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꽃잎으로 형상화 한 뒤 이를 촬영해 공유하는 식이다. 교회는 과제를 마친 가정에 기프티콘을 보냈다.

서 목사는 “화가예의 온 가족 과제가 특별히 자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면서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신앙 공동체라는 의식이 생겼다. 모든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디옥 프로젝트는 선교지에 교회를 짓는 프로그램이다. 바울의 선교가 안디옥교회를 통해 유럽 전체로 확산한 것처럼 선교의 씨앗을 심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사역하는 한 선교사를 통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소도시에 교회를 짓고 있다.

서 목사는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으로 어디에서 드리더라도 경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기간 중 거리두기가 강화돼 아예 교회가 폐쇄됐을 때도 홀로 빈 예배당에서 설교한 이유다. 이 교회는 모든 예배를 생중계했다. 녹화된 예배 영상을 공유하지도 않았다. 예배시간을 놓치면 예배를 못 드리는 셈이었다. 예배의 경건함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는 “오히려 코로나 기간에 했던 여러 목회적 프로그램과 생중계 예배를 통해 교인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예배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목회 리더십도 세워졌다”면서 “코로나가 준 유익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코로나 기간 중 또 다른 전통도 생겼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부활절 달걀을 나누지 못하게 되자 작은 꽃 화분을 나누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교회는 부활절 아침, 교회 앞에 1000개의 작은 꽃 화분을 놔뒀다. 교인들은 편한 시간에 교회를 방문해 화분을 가지고 돌아갔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교인들이 꽃을 보며 기분전환을 하라는 배려에서였다. 교회는 꽃을 나누는 전통을 앞으로도 이어가기로 했다.

서 목사는 교인들의 마음을 모으는 게 목회의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또한 부임 직후 전 교인과 함께 1대 1 제자 양육을 시작했다. 이렇게 훈련받은 교인들이 장로가 되고 당회에서 함께 교회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후배 목회자들에게는 ‘화평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 목사는 “적지 않은 교회가 교회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갈등은 피하고 은혜만 받는 분위기를 뿌리내리는 게 중요하다”면서 “갈등이 생기면 힘들어도 보다 은혜로운 방향으로 가기 위해 설교부터 기도까지 모든 걸 바꿔야 한다. 갈등과 싸움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조언했다.

1970년 창립한 교회는 53년 만에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게 된다. 동네가 대대적인 재개발에 들어간다.

서 목사는 “지역이 크게 바뀌게 되는데 교회는 선교에 더욱 집중하려 한다”면서 “안디옥 프로젝트도 장기적으로 해외 선교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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