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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도깨비바늘
‘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디 밭뿐일까요. 가을 들판도 가을 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온갖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계절, 밤과 도토리가 반가운 건 다람쥐만은 아닐 테니까요. 가을 들판이나 산을 쏘다니다 보면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 있습니다. 옷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도깨비바늘’을 보게 됩니다. 언제 그랬는지 모르게 도깨비처럼 달라붙었다 해서 도깨비바늘이라고 부르게 됐다지요. 이름은 왠지 으스스하지만, 도깨비바늘은 국화과 식물입니다. 삼지창처럼 뾰족하게 갈라진 씨앗 ...
입력:2021-11-02 14:05:03
[겨자씨] 철새
한강 주변에 살다 보니 새들을 자주 봅니다. 강 주위와 천변 논, 작은 개울에서 열심히 먹이를 찾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본격적인 이동을 앞두고 충분한 영양을 축적하는 것이겠지요. 철새가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화살촉 모양으로 기류를 뚫고 날아갑니다. 앞장선 새가 힘차게 날갯짓을 할 때 좌우의 새들은 그 기류를 느끼며 함께 납니다. 앞장선 새가 힘들면 서로 교대를 해준다고 합니다. 날면서 서로 힘을 내라고 소리 내서 격려하기도 합니다. 새들을 보며 어떤 면에선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때를 압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이동 ...
입력:2021-11-01 14:10:02
[겨자씨]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법
나이가 들면서 생기게 된 병 때문에 먹는 약이 있는데, 몇 달 전 새로 생긴 증상 때문에 약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그런데 그 약을 먹은 후부터 속이 메스껍고 입맛도 없어지고 종일 기분도 그리 좋지 않은 상태로 보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얼마 전 약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약 때문인 듯하니 약을 줄여주면 어떠냐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단호하게 “입맛이 없어지면 음식을 조금 먹고 좋은 것이 아니냐”며 “지금 예전보다 상태가 매우 좋으니 약을 줄여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늘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면 속도 메슥거리고 ...
입력:2021-10-31 14:10:02
[겨자씨] 저울
“20○○년 ○월 ○일 오후 ○시○분 축하합니다. 공주님 순산하셨습니다.”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말입니다. 엄마의 자궁을 벗어나 아이는 사랑으로 자라납니다.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어엿한 성인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키가 자라고 몸무게가 늘어납니다. 해마다 무게가 늘어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삶의 무게’입니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해도 삶의 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저울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지쳐 낙망한 채로 세상을 떠나는 이도 많습니다. 우리네 삶으로 찾아와 인생...
입력:2021-10-29 04:50:01
[겨자씨] 석양이 좋아지는 이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한 장면입니다. 드라마 속 다섯 명의 의사가 나란히 서서 석양을 바라보며 이런 대사를 합니다. “난 어릴 때는 해 뜨는 것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석양이 더 좋아지더라.” 저도 어릴 때 동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본 적이 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캄캄한 새벽 바다가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하다가 해가 고개를 내밀었고, 어느 순간 둥근 해가 바다 위로 불쑥 솟아오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나이가 들수록 저녁노을이 물들어가는 것이 참 좋아졌습니다. 그 대사를 들으며 일출보...
입력:2021-10-28 14:10:02
[겨자씨] 꽃길
무덤들이 있는 야산을 지나 초등학교에 가야 했던 소년은 늘 무서웠습니다. 어느 날부터 소년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길가에 피어 있는 꽃도 보이고 산들바람도 느끼고 길은 꽃길이 되었습니다. “꽃길만 걸으세요!” 축복하며 인사합니다. 꽃길은 꽃이 있는 길입니다. 울퉁불퉁한 길이어도, 진창길이나 오솔길이어도 꽃이 있으면 꽃길입니다. 가시밭길이라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길이라도, 심지어는 무덤이 있는 길이라도 주님이 함께하시면 주님의 길입니다.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느냐는 더욱...
입력:2021-10-27 14:10:01
[겨자씨] 묵상과 묵살
코로나 시대는 신앙에서도 큰 위기로 다가옵니다. 교회를 찾아 예배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지거나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교회와 믿음의 큰 숙제가 됐습니다. 처음 하는 숙제여서 도움 받을 만한 참고서가 따로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매일 아침 교우들에게 성서일과 본문을 문자로 보냅니다. 성서일과 본문 중 한 구절을 묵상한 뒤, 교우들과 문자로 소통하지요. 성서일과를 보내고 나면 교우들의 반응이 이어집니다. “아멘”이라고 짧게 답하는 이들도 있고, 같이 묵상하며 자신이 느낀 점...
입력:2021-10-26 14:10:01
[겨자씨] 김밥천국
길을 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김밥 한 개를 봤습니다. 지나쳐 가려다가 자세히 보니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김밥 한 개를 놓고 개미떼가 몰려와서 조금씩 뜯은 다음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개미집의 전체 구성원이 연합해서 바닥에 떨어진 김밥을 분해하고 옮겨 저장하는 일에 동원된 것 같았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김밥천국’이라는 제목을 붙여 봤습니다. 길바닥에 떨어진 하잘것없는 김밥 한 개가 개미에겐 하늘에서 내린 축복이었던 것입니다. 그것 하나를 잘 저장하면 한 겨우내 천국처럼 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미들을 관찰하다가 문득 ...
입력:2021-10-25 14:10:02
[겨자씨]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네팔 선교사로 사역할 때 일입니다. 매일 아침 집에 우유를 배달해 주는 아이가 있었는데, 당시 네팔에선 가공우유보다는 소(혹은 물소)에서 직접 짠 우유를 많이 먹었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짠 우유를 아침마다 가져다주던 그 아이가 어느 날 물었습니다. “아 유 크리스천?” 네팔어도 아니고 난데없이 영어로 기독교인이냐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당황한 저는 얼떨결에 “노”해 버렸습니다. 네팔은 선교 제한 국가라 다른 신분으로 활동했기에 저도 모르게 믿음을 부인 아닌 부인해 버린 것입니다. 그 일로 매우 부끄럽고 괴로운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
입력:2021-10-24 14:10:01
[겨자씨] 밥 차려주는 남자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던 큰아들이 3주째 음식을 가져와 정성스레 대접합니다. 근래 제 마음의 풍경을 표현하자면 로뎀나무 아래 엘리야 같고,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걸어가는 한 마리 양 같고, 빈 그물을 멍하니 쳐다보는 베드로 같았습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대접하려는 아들의 마음에 사랑으로 배부르고 행복해졌습니다. 2000년 전 부활하신 예수님은 갈릴리 바다에서 빈 그물을 거두던 제자들을 위해 정성스레 생선을 굽고 아침밥을 차려주셨습니다. 초라해 보이는 식탁, 그러나 그 속에는 길 잃은 인생을 향한 새로운 소명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입력:2021-10-22 03:20:02
[겨자씨] 빨리 빨리
해외여행을 가면 한국 여행객들이 자주 가는 식당이나 가게에서 들리는 한국말이 있습니다. ‘빨리 빨리’입니다. 빨리 빨리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을 대표하는 말이 됐습니다. 늘 바쁘게 사는 사람들, 늘 빨리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한국인입니다. 여행을 왔는데 평소보다 더 바쁘게 움직입니다. 시간이 아까워 새벽부터 일어나 한 곳이라도 더 보고 가야 잘 다녀온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유학을 가서 처음 느낀 점은 느리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비교하면 행동도 느리고 일 처리도 늦었습니다. 하지만 좀 지내다 보니 게을러서 느리기보다는 ...
입력:2021-10-21 14:10:02
[겨자씨] 오징어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징검다리 건너기, 오징어 놀이…. 자칫 ‘아재’ 내지는 ‘꼰대’의 ‘왕년에’ 타령에서나 뒹굴 수 있는 것들이 창조적인 예술가의 손에 닿으니 ‘오징어 게임’이라는 세계적인 대박 드라마가 됩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풍금, 타자기, 성냥, 연필 깎는 칼, 소풍 가서 먹던 바나나 반쪽, 차 옆구리를 탕탕 치며 ‘오라이’ 하고 뛰어오르던 안내양이 있던 시내버스, 책가방 속 김칫국물 자국…. 그 어떤 것도 대가(大家)의 품에 안기면 ...
입력:2021-10-20 14:10:02
[겨자씨] 포렌식
시절이 하 수상하기 때문일까요. 자주 듣게 되는 낯선 말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포렌식(forensic)’입니다. 포렌식이란 법의학 용어로 범죄를 밝혀내기 위한 과학적 수사 방법을 이르는 말입니다.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에 사용되는 과학적인 기술, 방법, 수단 등의 뜻을 포함합니다. 잘못한 흔적을 감추기 위해 컴퓨터나 휴대전화의 자료를 모두 지워도 저장 공간으로부터 데이터를 분석하고 추출해 문자 메시지나 사진, 영상, 통화내용 등을 복원해 냅니다. 아무리 지능적으로 범죄를 감춰도 마침내 찾아낸다는 점에서 놀라운 기술이라 여겨집니다....
입력:2021-10-19 14:05:04
[겨자씨] 진일보
이전 상태로 돌이킨다는 뜻에서 ‘원상 복구’란 말이 있습니다. 집이나 상가를 임차했다가 돌려주거나 물건을 빌려 쓴 후 손상 부위를 고쳐 반납하는 것입니다. 신체가 상처를 입었을 때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최선으로 여깁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은 일상 회복의 뜻에서 원상 복구를 소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값비싼 경험을 치른 후 ‘진일보’해야 합니다. 집단적인 질병이 지난 후 내성과 면역력이 생기기를 기대합니다. 뼈가 부러졌다가 다시 붙을 때는 더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무리한 근력운동은 미세한 근육 파열...
입력:2021-10-18 14:10:01
[겨자씨] 지금 여기서
고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님을 기억하며 오래전 조 목사님께 들었던 대조동 천막교회 시절의 간증이 생각이 나서 소개합니다. 그당시 교회를 개척했던 동네에는 어려운 사람이 참 많았다고 합니다. 집마다 다니며 전도를 하셨는데, 어느 날 한 아주머니에게 “예수님 믿으세요. 예수 믿고 천당에 갑시다” 하고 전도하니 예수를 꼭 믿어야 천당에 가느냐고 묻더랍니다. 그래서 예수 믿고 죄 사함 받아야 천당에 갈 수 있지 안 그러면 지옥에 간다고 하니 그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하길, “지금 내가 사는 것이 지옥인데 나중에 지옥 가는 것은 무섭지 ...
입력:2021-10-17 14:05:04
[겨자씨] 소통
몇 년 전 우리나라 가수들이 평양을 방문해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한 가수는 아버지가 함경도 출신이라고 소개하면서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바이 밥 잡쉈소. 아바이 밥 잡쉈소’라는 가사가 나올 때였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노래를 감상하던 관객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노래로 서로 공감하고 소통했던 것이지요. 성경은 세상을 가리켜 혼돈하고 흑암이 가득하다고 표현합니다. 서로의 언어가 달라서 흩어져가는 바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
입력:2021-10-15 04:25:01
[겨자씨] 스터디 그룹에서 얻은 교훈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때 함께 수업을 듣던 한국 학생들끼리 늘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매주 과제가 나오면 각자 먼저 풀어보고 모였습니다. 모이면 과제의 첫 문제부터 풀 줄 아는 학생이 앞에 나가 문제를 풀었고, 그렇게 모든 문제를 하나씩 풀면서 아는 학생이 모르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줘 쉽고 빠르게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한 수업에서는 같은 지도교수의 미국 학생이 저와 같이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이미 한국 학생들과 함께 과제를 다 해결한 후였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거의 가르쳐주면서 한 학기 동안 함께했습니다. 완전 ...
입력:2021-10-14 14:10:02
[겨자씨] 하늘에 별 달기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것은 하늘에 별 달기입니다. 이미 달린 별을 보고 멋있네 못났네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는 쉽습니다. 달린 별에 선을 그어 별자리를 만들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망망한 하늘에 별을 달아 놓는 것은 몇 백 배 어렵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남을 비판하는 일, 그리고 세워진 어떤 일을 비판하는 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고, 무너진 곳을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건전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비판하는 사람은 많고 세우는 사람이 없다면, 열매는 없고 이파리만 무성한 나무가 됩니다. 바울 사도는 숱한 고...
입력:2021-10-13 14:10:01
[겨자씨] 한 땀 한 땀
한 교우가 초대하지 않았다면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버스를 한 번만 타면 되는 가까운 곳에 멋진 곳이 있었습니다. 옛 풍문여고 자리에 세워진 서울공예박물관은 이어령 교수가 말했듯이 ‘때 묻은 보석들’이었습니다.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둘러본 곳은 ‘자수, 꽃이 피다’와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두 곳이었습니다. 한평생 땀과 정성으로 모은, 어쩌면 자신의 분신과 같을 5000여점의 작품을 기증한 허동화 선생이 있어 가능한 공간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넉넉한 품이 얼마나 많은 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입력:2021-10-12 14:10:01
[겨자씨] 관계 행복
아들이 무사히 제대했습니다. 코로나로 위험했던 시기라서 휴가 한 번 나오지 못한 채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안전한 군대 내에서 보호받았습니다. 예방 접종도 두 차례 했습니다. 군대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물어봤습니다. 대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동기들과 관계였다고 합니다. 훈련이나 업무, 제한된 환경, 간부나 고참이 아니라는 게 의아했습니다. 요즘 군대는 내무반을 동기끼리 배정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늘 함께 지내는 사이이다 보니까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고 스트레스도 되었겠다 싶었습니다. 사회에 복귀했지만, 군대처...
입력:2021-10-11 14:10:04
[겨자씨] 물 좀 주소
옛날 송나라의 장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처해 끼니를 거르는 지경에 이르자 당시 치수를 담당하는 관리에게 쌀을 빌리고자 했습니다. 그러자 그 관리는 장자에게 수확기에 세금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쌀을 빌려주겠노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불쾌해진 장자는 “내가 이리로 오면서 보니 말라가는 웅덩이에 큰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물고기가 ‘자신은 동해 용왕의 신하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으니 내게 한 바가지의 물을 주어 제발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이었소. 그래서 내가 남쪽의 오나라와 월나라의 군주를 만나면 큰 강의 물을 끌어들여 ...
입력:2021-10-10 14:10:02
[겨자씨] 맞물리는 인생
TV에서 스위스의 시계 장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쪽 눈에 확대경을 끼고 날카로운 기구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톱니바퀴를 하나하나 만들고 있었습니다. 부품의 모양은 다 달랐고 들쑥날쑥해 보이지만, 장인의 손에서 알맞은 위치에 놓인 톱니들은 서로 단단하게 맞물렸습니다. 그렇게 맞물린 초침과 분침, 시침은 지금 이 순간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습니다. 모태로부터 생명을 창조한 하나님은 인생 속에서 섭리의 도구로 각 사람을 다듬으십니다. 그것이 우리 눈에 고통과 상실, 눈물, 고독, 두려움, 질병, 불가능의 상황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합력...
입력:2021-10-08 04:05:02
[겨자씨] 포도 한 상자
어제 과일가게에 갔다가 포도 한 상자를 샀습니다. 가을인데 아직도 포도가 나오니 신기했고, 올해 마지막 포도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신학생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시간 강의로 생계를 이어가던 때라 여름방학이 되면 수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참 힘들었습니다. 8월에 생일이 있는 아내는 포도를 좋아합니다. 아내 생일에 마트에서 포도 몇 송이를 집어 계산대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계좌 잔액 부족으로 결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해는 아내에게 포도 한 송이도 사주지 못하고 넘어가야 하나 싶어서 속상했습니다. 그 주일 교회에 갔더니 교육전도사로 섬기던 부서의 ...
입력:2021-10-07 14:05:03
[겨자씨] 아무개
값어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광개토대왕 비(碑)도 빨래판일 뿐입니다. 모르는 사람은 고려청자도 개 밥그릇으로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셰익스피어의 친필 책도 라면 그릇 받침대로 사용합니다. 룻기에 보면 영원한 값어치를 모르고, 당장 손해 볼 것이 싫어서 책임을 회피한 사람이 나옵니다. 그의 이름은 ‘아무개’입니다. 룻기에는 엘리멜렉, 말론, 기룐 등 죽은 사람 이름까지 나오는데, 하나님은 그의 이름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부르셨습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유명해도 하늘 생명책에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사람은 아무개입니다. 자신의 ...
입력:2021-10-06 14:10:02
[겨자씨] 창을 사랑하는 것은
‘창(窓)’이란, 바람이나 햇빛이 들게 하고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건물의 벽이나 지붕에 낸 작은 문을 말합니다. 창으로는 빛과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듭니다. ‘窓’이라는 글자 속에 마음 심(心)이 들어간 것을 보면 창은 마음의 통로라는 의미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가을이면 더 생각나는 시인 김현승의 ‘창’이라는 시는 “창을 사랑하는 것은/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눈부시지 않아 좋다”로 시작합니다. 사랑을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담아낼 수 있는 말이 얼마든지 있는 것처럼 말과 빛이 어울리며 나직하면서도 ...
입력:2021-10-05 1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