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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시간 공동체 복원
때를 뜻하는 시각은 같은 시점이라도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다. 우리나라가 낮 12시일 때 이웃인 중국은 오전 11시,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은 밤 12시다. 시각의 기준이 되는 표준시가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 미국 등 동서로 길게 펼쳐진 일부 국가들은 여러 개의 표준시를 사용한다. 그러나 생활상 필요나 정치·경제적 이유에서 단일한 표준시를 채택한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지나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설정된 표준시를 적용하고 있다. 동경 120도와 135도 사이에 위치해 있지만 경도 15도 단위로 표준시를 적용하는 국제적 관례를 따르고 있...
입력:2018-05-03 16:05:04
[한마당-김영석] 백두산 관광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오랜 꿈을 언급했다.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레킹이다. 앞선 비공개 환담에서도 중국이 아닌 북측을 통해 백두산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준비를 잘해서 모시겠다고 화답했다. 최근 한반도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의 백두산 방문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개마고원을 거쳐 백두산에 오른 적이 있다. 17년 전이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이용했다. 삼지연 공항까지 505㎞ 거리를 한 시간 남짓 만에 도착했다. 허허벌판에 두 채의 초라한 건물과 낡은 콘크...
입력:2018-05-02 16:05:02
[한마당-김명호] 충동과 결단 사이
충동적 성향의 두 사나이가 곧 만나 담판을 벌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이 충동적 기질을 갖고 있다는 건 그동안 해 온 말과 행동, 정책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핵·미사일 도발을 해오던 김정은은 이젠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에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 선제타격까지 시사했던 트럼프는 “김정은이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이 잘 되고 있다”고 언급한다. 두 사람 180도 다른 말을 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러면서 ...
입력:2018-04-30 16:10:02
[한마당-신종수] 김정은의 파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옷차림은 평소의 틀에 박힌 인민복이었지만 언행은 그렇지 않았다. 국경을 넘자마자 남북이 사전에 합의한 행사내용에 없는 깜짝 제안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쪽으로 오셨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하자 김 위원장은 “지금 넘어가 보자”며 즉석에서 손을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또 문 대통령이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하자 “초청해주면 언제든 청와...
입력:2018-04-27 16:10:02
[한마당-배병우] 한반도 신경제지도
광복 70주년 다음 날인 2015년 8월 16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라는 집권비전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 경제활동의 영역을 북한과 대륙으로 확장, 한반도의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려야 한다”면서 “남북이 통일은 안 되더라도 먼저 경제공동체를 이룬다면 우리 기업의 북한 진출로 단숨에 8000만 시장에 국민소득 3만 달러로 경제규모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처음 등장한 이 구상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포함됐다. 지난해 7월 7일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된 ‘신한반도 평화비전&r...
입력:2018-04-26 16:05:04
[한마당-김혜림] 판문점과 널문리
2002년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출입기자단은 선진국의 가족친화 정책을 취재하기 위해 독일 출장을 갔었다. 당시 기자들은 독일 정부 관료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을 쏟아냈다. 통일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처럼 동서로 갈렸다 통일을 이룬 독일이니 궁금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관료들은 통일을 대비한 준비로 풍부한 예산 확보를 꼽았다. 오랜 단절에서 비롯된 이념과 문화 차이 극복방안 준비 등등 내심 이런 답을 기대했기에 살짝 입을 삐죽였다.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난 베를린 장벽.’ 현장에서 만난 베를린 장...
입력:2018-04-24 16:05:03
[한마당-서윤경] 갑질과 가짜 진주목걸이
“한국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태도나 행동을 가리킨다. 두 개의 단어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인데 ‘Gap(갑·甲)’은 계약에서 첫 번째 당사자를 제시하는 단어로 이제는 우월한 상태를 나타낸다. ‘∼jil(∼질)’은 특정 행동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접미사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갑질’을 위키피디아 영문판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최근 경제를 지배하는 부유한 엘리트 권력이 한국 사회의 직업 문화, 계층적 특성과 결합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입력:2018-04-22 16:05:03
[한마당-이명희] 명품백의 용도
하나의 물건을 산 뒤 그에 어울릴 만한 물건을 계속 구매하며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을 디드로 효과라고 한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가운을 서재에 걸어놓고 난 뒤 초라해 보이는 서재 안의 다른 가구들을 모두 바꿨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의 낡은 가운은 자신이 주인이었는데 선물 받은 새 가운에 대해서는 지배를 당했다고 묘사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은 1899년 출간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지각없이 행해진다’고 했다. 가...
입력:2018-03-21 16:10:02
[한마당-전정희] 인생 길다
지난 10일 오후 충북 제천의병회관에선 근대 계몽사상가 탁사 최병헌 선생 탄생 16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충북 제천 출신 최병헌은 성리학에 밝은 한학자였다. 그는 19세기 말 서세동점의 현실에 동도서기(東道西器)로 대응하는 조선 지식인들의 안목을 비판하고 동서양의 가치에 뿌리를 둔 대도대기(大道大器)의 문명개화를 주창했다. 그는 근대 계몽사상가이자 한국적 신학의 뿌리가 된 신학자로 서울 정동교회 2대 목사를 지내기도 했다. 제천시는 10여년 전부터 기념관 등을 지어 최병헌의 뜻을 기리고자 했다. 한데 뜻밖의 난관에 부닥쳤다. 갑오농민전쟁 ...
입력:2018-03-20 16:05:04
[한마당-김영석] 고르디우스의 매듭
기원전 800년 고르디우스는 왕가의 후손이면서도 가난한 농부였다. 어느 날 자신의 소달구지에 독수리가 내려앉는 것을 보고 왕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실제 지금의 터키인 프리기아의 왕이 됐다. 새 도시 고르디온을 건설해 수도로 삼았다. 일등공신 소달구지를 신전에 바쳤다. 밧줄로 복잡한 매듭을 만들어 기둥에 묶었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되리라는 신탁을 남겼다. 수많은 영웅들이 도전했지만 성공한 이는 없었다. 기원전 333년.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이곳을 점령했다. 신탁을 전해들은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자신의 검으로 밧줄을 잘...
입력:2018-03-19 16:10:01
[한마당-고승욱] 창경궁의 작은 도서관
서울에 있는 궁궐은 썰렁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좀처럼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경복궁 창덕궁 모두 몇 개의 문을 지나면 왕이 일했던 집무실 격인 건물이 나온다. 주위 비슷한 건물에서도 안내문을 읽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다. 잠긴 문 앞에는 ‘올라가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다. 어쩌다 열린 틈으로 안을 들여다봐도 빈방일 뿐이다. 건물 자체는 무척 아름답지만 스토리가 없다. 예를 들어 경복궁 강녕전은 왕이 잠을 자는 곳이다. 근정전이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이라면 강녕전은 관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쉬는 개인 공간이다. ...
입력:2018-03-16 1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