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향기-신창호]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일
- 아주 오래된 서부극 영화가 하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고 주연까지 해낸 ‘용서받지 못한 자(The Unforgiven·1992년 개봉)’. 주인공 윌리엄 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잔혹하기로 유명했던 살인자였다. 사람을 죽일 때마다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해 아내까지 살해하고 말았던 인물이다. 사고였지만, 그 사건 이후 윌리엄은 무법자 생활을 청산하고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남겨진 아이들을 키운다. 스스로 ‘절대 용서받지 못할 자’라고 여기고, 밤마다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얼굴을 악몽으로 꾸며 살아간다. 어디에...
- 입력:2018-03-16 16:10:01
- [한마당-고승욱] 창경궁의 작은 도서관
- 서울에 있는 궁궐은 썰렁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좀처럼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경복궁 창덕궁 모두 몇 개의 문을 지나면 왕이 일했던 집무실 격인 건물이 나온다. 주위 비슷한 건물에서도 안내문을 읽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다. 잠긴 문 앞에는 ‘올라가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다. 어쩌다 열린 틈으로 안을 들여다봐도 빈방일 뿐이다. 건물 자체는 무척 아름답지만 스토리가 없다. 예를 들어 경복궁 강녕전은 왕이 잠을 자는 곳이다. 근정전이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이라면 강녕전은 관저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쉬는 개인 공간이다. ...
- 입력:2018-03-16 16:10:01
-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아기펭귄처럼
- 이사를 했다. 공동주택 단지를 벗어나 산 중턱 단독주택으로. 아파트 아닌 곳에서 사는 건 삼십 년 만이다. 위아래 옆 사방으로 나를 에워싼, 내 집과 똑같이 생긴 집들에서 똑 떨어져 나온 첫날, 막막했다. ‘쩌저적’이라는 그림책에 나오는 아기펭귄처럼. 아기펭귄 한 마리가 올라선 얼음에 쩌저적! 금이 간다. 그러고는 똑 떨어져 나간다. 아기펭귄과 똑같이 생긴 수많은 펭귄이 모여 있는 빙산이 멀어져 간다. 망망대해에서 혼자가 된 아기펭귄은 놀란 나머지 물고 있던 물고기도 떨어뜨린다. 눈이 뭉개질 정도로 울어댄다. 그러다 발치에서 어른거리는 오묘...
- 입력:2018-03-15 16:10:01
- [기고] 선배 목사가 신학교 신입생들에게
- 신학교에 막 입학한 학생들의 가슴엔 신앙의 뜨거움이 있다. 하지만 ‘1년만 지나면 신앙의 불꽃 대신 연기만 나고 졸업반이 되면 재만 남는다’는 말도 있다. 오래전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선배들로부터 들은 말인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말이 주는 충격 때문이다. 바울이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권면한 말을 보자. “네 속에 있는 하나님의 은사를 다시 불 일 듯 하게 하기 위함이라.”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복음을 들려주시고 그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주신 것은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기대와 소원...
- 입력:2018-03-12 11:05:01
- [조용래 칼럼] 통일희년 선포 30주년에 훈풍이 일다
- 남북이 해방과 복권의 ‘기쁨의 해(禧年)’를 함께 맞이하자는 선언은 통일 그 이상을 추구하자는 것 시장이 神처럼 군림하는 세상이라도 빚을 탕감하고 갇힌 자를 풀어주는 일은 매우 절실한 가치실현 봄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도 드디어 훈풍이 분다. 평창올림픽을 전후로 펼쳐진 남북의 대화 모드가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화해 구도를 구체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지고 있다. 위기의 한반도에 도둑처럼 봄이 왔다. 강추위가 봄기운에 밀려나듯 한반도를 짓눌러온 전쟁 공포가 평화를 바라는 염원 앞...
- 입력:2018-03-11 05:20:01
- [삶의 향기-박재찬] 미투, 100년 인생의 교훈
-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와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 이쯤 되면 스캔들을 피하기 힘든 조건이다. 금전, 성적인 문제로 입방아에 오르는 이들 중엔 이런 환경 속에서 실족한 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열정적인 언변과 넘치는 카리스마, 집회 때마다 구름떼 청중을 몰고 다니던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세간의 시선은 집중됐다. 영화 벤허의 주인공 찰턴 헤스턴을 닮은 그를 붙잡으려고 영화와 방송계도 안달이었다. 그는 미국과 전 세계를 누비면서 많게는 백만명 넘는 청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100년을 살다 간 그에게서 돈·여자 문제 같...
- 입력:2018-03-09 05:00:01
- [삶의 향기-김나래] 선생님은 왜 괴물이 됐나
- 연일 터져 나오는 미투(#MeToo) 관련 소식에 오늘도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피해자들의 고백은 빙산의 일각 같다. 힘겹게 수면 위로 떠오른 고백 아래로 지금까지 그들이 달고 살았던 두려움과 거대한 아픔이 보인다. 그들의 영혼이 불안과 고통에 잠식당한 채 살아온 시간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가해자들의 태도는 우리를 더 아연하게 만든다. 그 안이하고 빈약한 상황 인식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가장 끔찍한 건,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운 추악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선생님’ 소리를 듣는 이들이란 점이다.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 ‘학예가 뛰어난 사...
- 입력:2018-03-02 04:40:01
- [조용래 칼럼] 文 정권이 넘어야 할 세 가지 시련
- 지난 30년 동안 물 샐 틈 없는 대북 제재 지속되지 못했던 게 문제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박 각별히 경계할 때 소득주도성장은 혁신성장이 먼저 작동해야 의미 있어 잔치는 끝났다. 전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평창 동계올림픽은 마침내 막을 내렸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누리며 북한의 참가로 집중조명을 받았던 문재인 정권도 이제 차분해져야 한다. 화려한 잔치만큼이나 미처 다 지불하지 못한 이런저런 명목의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고 보면 앞으로가 걱정이다. 문 정권은 중도에 주저앉은 박근혜정권을 딛고 집권해 경제 회생을 비롯, 한국 사회 쇄신 등 적...
- 입력:2018-03-07 01:21:07
- [이원영 기자의 진맥세상] ‘탄수화물 엔진’ 50세면 시동 꺼야
- LA중앙일보 논설실장 (한의학 박사) 얼마 전 영국 엘리자베스 2세(91)여왕이 전혀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며 그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외신이 눈길을 끌었다. 여왕의 전속 요리사였던 대런 맥그래디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왕은 감자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고 채소 샐러드와 생선을 주로 먹으며 다크 초콜릿도 그의 기호품 중 하나였다고 말한 바 있다. 언론들은 일제히 '여왕의 건강비결은 NO 탄수화물'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우리가 흔히 주식이라고 일컫는 밥, 면류, 빵 등이 탄수화물의 대표적 음식인데 이것들을 멀리하는 것이 건강의 비...
- 입력:2017-10-26 15:55:41
- [이원영 기자의 진맥세상] 북유럽을 동경하는 한국인들
- LA중앙일보 논설실장 (한의학 박사)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부산)에 계신 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올렸다. 어떠시냐고 인사치레를 하자 불쑥 나라 얘기를 꺼내신다. “아이구, 요새 나라가 말이 아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고, 서민들은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고, 전쟁이 나니 안나니 하고, 뭐가 편안한 구석이 없어.” 툭 하고 던진 아버지의 짧은 말씀이 지금 한국살이를 그대로 압축한 표현으로 들려 마음이 묵직했다. 물론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엄청난 인파가 해외여행을 즐기고 서울은 여전히 ...
- 입력:2017-10-19 15:29:25
- [이원영 기자의 진맥세상] 국가 등친‘가족사기단’재산 몰수해야
- LA중앙일보 논설실장 (한의학 박사) “최순실 일가는 돈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손을 대지 않은 곳이 없다. 때와 장소는 물론이고 물불도 가리지 않았다. 최순실이 있는 곳엔 항상 박근혜가 그림자로 존재한다. 대통령의 위엄도, 권위도 체면도 다 내팽개친 박근혜는 무엇 때문에 최순실과 한 몸을 자처했을까. 박근혜가 정권을 잡은 다음엔 청와대는 물론 정부조직도 이들의 사금고를 채우는 도구로 전락시켜 권력을 사유화했다.” 지난 27일 LA에서 강연회를 가진 민주당 안민석 의원(4선)의 저서 ‘끝나지 않은 전쟁-최순실 국정농단 천 일의 ...
- 입력:2017-10-12 15:16:25
- [김진홍 칼럼] ‘이견 제기 의무’ 다하고 있는지…
- 협치 대신 대치다. 역대 정권 초반에 늘 봐왔던 풍경이어서 새삼스러울 건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갓 출범한 정부들은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마음먹은 대로 고위공직 인선을 서두르게 마련이었다. 반면 야당은 인사청문 과정을 통해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문제점을 들춰내며 새 정부를 공격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뒤바뀌었을 뿐이다. 대치 정국의 일차 원인은 예나 지금이나 인사 난맥이다. 흠결 없는 인물은 정말 없는 것인지, 조각(組閣) 과정의 잡음은 문재인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현 정부의 인사는 보은·코드 중시, 도덕성 경시로 압축할 수 있다. ...
- 입력:2017-06-25 04:4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