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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김정은의 파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옷차림은 평소의 틀에 박힌 인민복이었지만 언행은 그렇지 않았다. 국경을 넘자마자 남북이 사전에 합의한 행사내용에 없는 깜짝 제안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쪽으로 오셨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하자 김 위원장은 “지금 넘어가 보자”며 즉석에서 손을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또 문 대통령이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하자 “초청해주면 언제든 청와...
입력:2018-04-27 16:10:02
[삶의 향기-신상목] 기도는 이루어진다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저녁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는 작은 기도회가 열렸다. 이름은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쥬빌리 기도회)’. 예배실에 모인 200여명의 신자들은 “(남북한) 두 정상을 붙드소서. 막혔던 빗장을 풀어주소서”하며 기도했다. 참석자들은 교파를 초월해 자발적으로 모인 무명의 그리스도인들이었다. 이날 기도회는 690번째 모임이었다. 2004년 3월 5일부터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기도회를 열었으니 벌써 14년이 지났다. 남북한의 하나 됨을 위한 연합 기도회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기도회에...
입력:2018-04-27 16:10:02
[특별기고] “모든 것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사무치면 꽃이 피리라”
모든 것이 국민 보시기에 좋았다. 청와대를 출발한 일행이 맨 처음 차를 멈춘 곳, 인근에서 환영 나온 시민들은 일일이 손을 잡아주는 대통령의 눈이 다소 충혈된 것을 보았으리라. 어찌 지난밤에 편히 잠들 수 있었겠는가. 판문점으로 가는 자유로의 한강변 습지와 풀숲에는 아마도 늦잠에서 깬 고라니 가족과 물새들이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행렬을 지켜보았으리라. 그립고 아름다움 그 이름 ‘평화’ 모습을 드러낸 북의 젊은 지도자는 우리 대통령에게 분계선을 넘어볼 것을 즉흥적으로 권유했다. 대통령은 잠시 ‘월북’했다 돌아왔다. 남...
입력:2018-04-27 09:35:01
[한마당-배병우] 한반도 신경제지도
광복 70주년 다음 날인 2015년 8월 16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라는 집권비전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 경제활동의 영역을 북한과 대륙으로 확장, 한반도의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려야 한다”면서 “남북이 통일은 안 되더라도 먼저 경제공동체를 이룬다면 우리 기업의 북한 진출로 단숨에 8000만 시장에 국민소득 3만 달러로 경제규모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처음 등장한 이 구상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포함됐다. 지난해 7월 7일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된 ‘신한반도 평화비전&r...
입력:2018-04-26 16:05:04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여왕과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나를 아동문학으로 이끈 결정적 계기 중의 하나다. 문학이란 말을 가지고 노는 일, 기발한 상상력과 통쾌한 풍자로 인간과 삶의 여러 국면을 다이내믹하게 파헤쳐 보여주는 일이라는 인식도 덕분에 갖게 됐다. 이 책에는 유명한 캐릭터들이 여럿 나오는데, 그중에 하트의 여왕이 있다. 매사에 화를 버럭버럭 내며 사형 선고를 내리는 카드 여왕. 요즘 어이없는 갑질로 유명해진 재벌 총수 집안의 여자들을 보니 그 여왕이 떠오른다. 걸핏하면 “저들의 목을 쳐라”를 외치는 하트 여왕은 급기야 앨리스를 향해서도 “저 애의 ...
입력:2018-04-26 16:05:04
[내일을 열며-이기수] “엄마 닮았네”
“땅콩항공 패밀리 뉴스를 보면 동요 ‘송아지’가 생각남. 그 얼룩무늬가 엄마 닮았다는…. 보고 배운 게 사람 개무시(하는 것이)니 그녀들은 지금의 이 논란이 왜 논란인지 싶을 거 같다는 생각이….” 한 지인이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노랫말처럼 외모만이 아니라 얼룩무늬 갑질 유전자까지 빼박은 듯 보인다는 비난이다. 아무래도 신사도(紳士道) 정신이 없어 보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과 딸들 이야기다. 사전식 풀이에 따르면 신사...
입력:2018-04-25 16:05:03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샛길의 발견
어릴 때 동생은 달리기하듯 피아노를 연주했다. 특히 ‘고양이춤’을 최대한 빠르게 혹은 눈 감고 연주하는 걸 좋아했다. ‘스피드’가 기준이 되다보니 연주하는 모양새는 여간 경망스러운 게 아니었지만 그 덕에 웃음 유발 효과가 좀 있었다. 우리가 아이였을 때 그런 접근은 ‘장난’으로 여겨졌다. 정답은 바이엘과 체르니와 소나타로 올라가며 고루고루 여러 곡을 연습하는 쪽에 있는 것처럼 통했고, 나는 그대로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악보 없이는 어떤 곡도 연주할 수가 없다. 악보가 있기만 하면 연주가 가능하다는 뜻도 아...
입력:2018-04-24 16:10:02
[한마당-김혜림] 판문점과 널문리
2002년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출입기자단은 선진국의 가족친화 정책을 취재하기 위해 독일 출장을 갔었다. 당시 기자들은 독일 정부 관료들을 만난 자리에서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을 쏟아냈다. 통일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처럼 동서로 갈렸다 통일을 이룬 독일이니 궁금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관료들은 통일을 대비한 준비로 풍부한 예산 확보를 꼽았다. 오랜 단절에서 비롯된 이념과 문화 차이 극복방안 준비 등등 내심 이런 답을 기대했기에 살짝 입을 삐죽였다.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거듭난 베를린 장벽.’ 현장에서 만난 베를린 장...
입력:2018-04-24 16:05:03
[김명호 칼럼] 그래서 장막 뒤가 더 중요하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역사적 전환기에 접어들 수 있지만, 우리 내부에는 불편해 할 사람들도 있어 뜨거운 가슴과 신념보다는 차가운 머리와 책임으로 회담의 구체적 성과물을 내놓아야 역사가 평가할 것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심하고 손님을 끌어 모을 모양이다. 오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 남쪽 기자들에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지역에서의 취재를 허용했다. TV 생중계다. 국제무대에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게임 체인저로서, 통큰 젊은 지도자로서 화려하게 데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잘 골랐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 국...
입력:2018-04-24 16:05:03
[돋을새김-권혜숙] 슬기로운 팬질 생활
한국계측기기연구센터 오광석 대표는 ‘가왕’ 조용필의 열성팬이다. “10대 소녀처럼 조용필을 좇았다”는 그는 2000년부터 외국 공연까지 조용필의 모든 공연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봤다고 한다. 존경하는 인물로도 조용필을 꼽는다. 공학자이자 경영인의 선택으론 다소 의외인데, 리허설에서도 사소한 것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를 보며 자기 분야의 1인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꿈대로 공고 졸업 후 직장을 다니며 주경야독, 박사 학위를 받고 창업해 베트남에도 지사를 둔 강소기업을 일궜다. 극진한 ‘팬심’ 덕분인지 조용필과 ...
입력:2018-04-23 16:05:03
[특별기고] 목사의 자격은 누가 정하는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예장합동 교단의 목사 자격이 없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이 한국교회를 강타하고 있다. 이 판결은 오 목사 개인이나 사랑의교회 차원을 떠나서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의 지위와 명예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오 목사가 합동 교단의 목사 자격을 정당하게 취득했는지 여부를 떠나 어찌해서 법원이 목사의 자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 제20조는 정교분리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국가기관인 대법원도 헌법 위에 있는 기관이 아닌 이상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국민의 재판받을 ...
입력:2018-04-22 11:05:01
[한마당-서윤경] 갑질과 가짜 진주목걸이
“한국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태도나 행동을 가리킨다. 두 개의 단어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인데 ‘Gap(갑·甲)’은 계약에서 첫 번째 당사자를 제시하는 단어로 이제는 우월한 상태를 나타낸다. ‘∼jil(∼질)’은 특정 행동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접미사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갑질’을 위키피디아 영문판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최근 경제를 지배하는 부유한 엘리트 권력이 한국 사회의 직업 문화, 계층적 특성과 결합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입력:2018-04-22 16:05:03
[조용래 칼럼] 평화, 새로운 시작 預言의 성취
4·27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반도에 새 지평 열릴 것 정부는 신중하되 강한 의지로 추진하고 시민사회는 낙관도 비관도 말고 담담하게 바라며 지켜봐야 한반도에 새 기운이 감돈다.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변화의 시작이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전쟁설이 파다했었는데 참으로 기묘한 반전이다. 변화의 주인공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여섯 번의 ...
입력:2018-04-22 16:05:03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말과 인형
작년 겨울 알게 된 뒤 자주 보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평상시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대화할 일이 있으면 약간 더듬거리고 천천히 단어를 고르며 말을 이어가곤 한다. 천천히 말하는 사람을 마주하고 있으면 단순히 발화되는 말이 아닌 종이 위에 썼다 지웠다 하는 문장의 언어처럼 읽히곤 한다. 가끔은 답답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어릴 적부터 나 역시 ‘답답해, 어서 말을 해, 남자가 왜 그래’라는 공격을 많이 받아왔기에 천천히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면서 비슷한 생물종처럼 느끼기도 한다. 눌변의 말들이 문학의 ...
입력:2018-04-22 16:05:03
[삶의 향기-박재찬] “당신도 착하오?”
4년 전쯤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으로 한창 시끄러웠던 때였던 것 같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족 세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게 지금 이 시대에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언론에선 연일 성토가 이어졌다. 당시 부서 회의에선가 이런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그 집 근처엔 교회가 하나도 없었을까.’ 늘 이웃사랑을 강조하는 교회이기에 으레 ‘교회=남을 도와주는 곳’이란 인식이 배어있던 때문이었을까. 실제로 교회들은 저마다 봉사나 섬김 활동을 많이 펼친다. 그런 교회들이, 정확히 말하면 교회 목회자나 성도들이 힘겹게 사...
입력:2018-04-20 16:10:02
[살며 사랑하며-김서정] 안녕하세요
그림책만 내는 1인 출판사가 하나 있다. 이름에 공작소가 들어 있어 발행인은 공작소장으로 불린다. 나는 이렇게 일 많이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편집에 밤새우기 일쑤고, 전국 서점과의 직거래 업무도 직접 한다. 그 와중에 필사적으로 퇴근해서 워킹맘인 아내와 함께 집안일에도 지극정성이다. 수준급 요리와 청소와 빨래는 물론이고 딸 바지 무릎을 예쁜 아플리케로 꾸미는 초인적인 살림솜씨!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면, SNS에 종종 맛깔나는 입담과 사진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수십 개씩 달리는 댓글에 일일이 감사를 표하며 답을 하는 일도 그는 빼놓지 않는다. 모...
입력:2018-04-19 16:10:02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그날 바다 이후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들의 삶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었고, 말을 잃기도 했다. 입술이 벌어졌지만 새어나오는 것은 언어로 기록하기 힘든 소리들이었다. 소리들을 짓밟는 음모와 폭력의 말들이 사람들의 목을 조이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소리들은 조각나고 흩어지기도 했다. 때로는 어떤 단어와 말들은 사용하는데 주저하게 되었고, 우리가 믿어 왔던 언어를 의심하는 동시에 또 다른 언어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목소리와 목소리 사이사이 스며들어 출렁이게 만드는 뜨거운 무언가가 우리를 움직이게 했다. 사람들이 있었...
입력:2018-04-15 16:05:03
[삶의 향기-이지현] 추락, 회복 그리고 은총
사람들은 인생의 전반전을 잘 치르고 살면, 후반부 인생은 덤으로 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후반부 인생의 더 먼 여정에 들어가려면 통과해야 할 과정이 있다. 넘어지고 추락하는 것이다. 중세의 기독교 영성가 레이디 줄리안은 “먼저 추락이 있다. 그 다음에 추락으로부터의 회복이 있다. 둘 다 하나님의 자비로운 은총이다”라고 말했다. 전반부 인생에서 실패와 추락을 경험한 사람들만이 후반부 인생에 온전히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패와 추락이 하나님의 은총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통제할 수도, 설명할 수도, 바꿀 수도, 심지어 이해...
입력:2018-04-06 16:05:03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서울 토박이인 내가 주기적으로 찾는 곳은 제주다. 제주의 모든 계절과 자연의 흐름에 빠져 삶의 고단함이나 피로감이 쌓일 때면 제주로 가서 살까 하는 말풍선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제주에 살고 있는 지인들로부터 낭만적인 생각으로 내려오면 안 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어 잘 알고 있지만 제주의 자기장이 나를 주기적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작년 4월, 심신이 지치고 의욕이 없을 때 제주로 떠나 무작정 돌아다닌 적이 있다. 동이 틀 무렵 함덕 서우봉을 혼자 올라가면서 철지난 유행가들을 부르다 맞닥뜨린 작은 봉분들과 언덕 위 무덤들, 그리고 그 사이 사이 피어 ...
입력:2018-04-01 16:05:04
[김진홍 칼럼] 북핵, 춘래불사춘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는 김씨 세습왕조를 대대손손 이어가는 것 ‘단계적 동시 조치’도 체제 유지를 위한 전략 정부, 한·미 공조 유지하며 비핵화 의지 다잡아야 북한 김일성이 살아 있던 1992년이었다. 북한은 우여곡절 끝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수용했고, 사찰 과정에서 플루토늄양을 속인 것으로 밝혀져 큰 파장이 일었다. 북한은 사실이 아니라며 IAEA 사찰을 거부했고, 이듬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에 미국은 북핵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을 꾀했다. 긴장이 고조될 즈음 김일성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회...
입력:2018-04-01 16:05:03
[한마당-이명희] 명품백의 용도
하나의 물건을 산 뒤 그에 어울릴 만한 물건을 계속 구매하며 또 다른 소비로 이어지는 현상을 디드로 효과라고 한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가운을 서재에 걸어놓고 난 뒤 초라해 보이는 서재 안의 다른 가구들을 모두 바꿨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의 낡은 가운은 자신이 주인이었는데 선물 받은 새 가운에 대해서는 지배를 당했다고 묘사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베블런은 1899년 출간한 ‘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지각없이 행해진다’고 했다. 가...
입력:2018-03-21 16:10:02
[살며 사랑하며-윤고은] 꽃이 된 사람
유통기한이 지난 것처럼 보이는데도 여전히 통용되는 것, 그중에 하나가 가족 간의 호칭인 것 같다. 특히 결혼으로 규모가 확장될 때 가족관계에 붙는 호칭 대부분이 가부장적이어서 적어도 내 대(代)에서 끊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단어의 뜻을 들여다보면 차마 부르기 꺼려지는 호칭들이 있고, ‘댁’이나 ‘님’처럼 한쪽에는 있고 다른 한쪽에는 없는 존칭으로 차별적인 구도를 유발하는 것도 있다. 그러다보니 내 친구 하나는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대상이 자신을 ‘형수’라고 부르는지 ‘...
입력:2018-03-20 16:05:04
[한마당-전정희] 인생 길다
지난 10일 오후 충북 제천의병회관에선 근대 계몽사상가 탁사 최병헌 선생 탄생 16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충북 제천 출신 최병헌은 성리학에 밝은 한학자였다. 그는 19세기 말 서세동점의 현실에 동도서기(東道西器)로 대응하는 조선 지식인들의 안목을 비판하고 동서양의 가치에 뿌리를 둔 대도대기(大道大器)의 문명개화를 주창했다. 그는 근대 계몽사상가이자 한국적 신학의 뿌리가 된 신학자로 서울 정동교회 2대 목사를 지내기도 했다. 제천시는 10여년 전부터 기념관 등을 지어 최병헌의 뜻을 기리고자 했다. 한데 뜻밖의 난관에 부닥쳤다. 갑오농민전쟁 ...
입력:2018-03-20 16:05:04
[한마당-김영석] 고르디우스의 매듭
기원전 800년 고르디우스는 왕가의 후손이면서도 가난한 농부였다. 어느 날 자신의 소달구지에 독수리가 내려앉는 것을 보고 왕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실제 지금의 터키인 프리기아의 왕이 됐다. 새 도시 고르디온을 건설해 수도로 삼았다. 일등공신 소달구지를 신전에 바쳤다. 밧줄로 복잡한 매듭을 만들어 기둥에 묶었다.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되리라는 신탁을 남겼다. 수많은 영웅들이 도전했지만 성공한 이는 없었다. 기원전 333년.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이곳을 점령했다. 신탁을 전해들은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자신의 검으로 밧줄을 잘...
입력:2018-03-19 16:10:01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앉아서 움직이기, 생각하기
어릴 적 다리를 다친 이모가 목발을 짚고 걸어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아름답기까지 해서 몰래 그 걸음을 흉내 내다가 어른들한테 들켜 혼난 적이 있다.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는 한 친구와 함께 휠체어를 만들어보겠다고 나무의자와 버려진 자전거 바퀴를 달아보려고 한 적도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포기하고 어설픈 바퀴의자를 버려두고 어스름한 저녁 집으로 돌아갔다. 막연하게 글을 써야지 하고 생각하던 시절 처음 쓴 습작 소설은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습...
입력:2018-03-18 1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