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션라이프  >  겨자씨

[겨자씨] 아버지와 김칫국
제 아버지는 유복자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친척집에 맡겨져 자랐습니다. 어머니 얼굴을 처음 본 게 중학교 2학년 때라고 하십니다. 제 어머니는 평양 출신입니다. 공산당의 핍박을 피해 달 없는 밤에 임진강을 건너 서울로 오셨습니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으십니다. 어려운 일을 만나도 “일단 기도하고 운동화 끈을 다시 묶고 뛰면 된다. 하나님은 38선 철책도 뚫어주셨다”고 하십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 부산행 피난열차 중간역에서 허겁지겁 먹던 김칫국이랍니다. 저는 “100번도 넘게 들었어요. 이젠 그만하세요. 저랑 무슨 상...
입력:2019-05-12 11:05:01
[겨자씨] 나의 영혼을 끌어안다
어릴 적부터 등산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다리 근육 때문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커서 보니 심폐 기능 때문이었습니다. 등산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애환이 있습니다. 잘 걷는 사람들이 저만치 가서 기다려주지만, 애써 따라가도 도착하자마자 또 가버린다는 것입니다. 죽을 만큼 힘을 내어 갔는데, 잠깐의 쉼도 없이 또 따라가야 하는 지경이 됩니다. 오래전 들은 예화가 있습니다. 원주민의 안내를 따라 오지를 탐험하던 백인들이 일정이 빠듯해 무리하게 길을 갔습니다. 그런데 사흘 길을 가자 원주민들이 자기들은 갈 수 없다며 버티더라는 겁니다. 이유를 물으니 &ldquo...
입력:2019-05-10 06:15:02
[겨자씨] 어버이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
2017년 어버이날 설문조사에서 받고 싶은 선물 1순위는 남녀 모두 현금이었습니다. 2위는 가족 식사, 3위는 효도여행이었습니다. 부모님은 현금을 제일 좋아하는데, 선물을 드리는 자녀의 입장에서 현금은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금을 함께 담은 꽃상자와 꽃바구니, 현금으로 쌓은 케이크 같은 상품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 순위를 매길 때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식이 잘될 때라는 전제입니다. 자식이 일이 잘 안 풀려 힘든 상황인데, 어느 부모가 이런 선물을 바랄까요. 많은 부모에게 0순위 선물은 자식이 ...
입력:2019-05-09 11:10:01
[겨자씨] 진정한 히어로
많은 팬이 기다렸던 마블 시리즈의 마지막 편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돼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이 등장합니다. 천하무적의 망치를 휘두르는 천둥의 신 토르도 나오고 어떤 공격도 막아내는 무적의 방패를 든 군인 캡틴 아메리카도 등장합니다. 마음대로 하늘을 날면서 손에서 광선을 뿜는 닥터 스트레인지,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녹색 거인 헐크도 등장합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아이언맨은 언제나 기다려지는 히어로죠. 이들의 목적은 지구를 구하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
입력:2019-05-08 11:05:01
[겨자씨] 아버지, 고맙습니다!
임길택 선생은 탄광마을에서 교사로 지내며 그곳의 아픔을 나직한 목소리에 담아냈습니다. 탄광마을의 특징 때문일까요, 그의 동시집 ‘탄광마을 아이들’에는 아버지에 대한 글이 많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왼손 네 손가락/ 엄지손가락만 빼고는/ 모두 잘라냈다// 그 손으로도/ 아버지는/ 나를 업어주셨고/ 내 팽이를 깎아주셨고/ 하루도 빠짐없이/ 탄광일을 나가신다// 오늘은/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 오른쪽 얼굴을 깠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잘려나간/ 아버지의 손가락 생각을 하며/ 쓰린 걸 꾹 참았다// 이제 나는 울지 않는다” -‘이제 나는&r...
입력:2019-05-07 11:10:01
[겨자씨] 아픔을 공유하라
오프라 윈프리는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외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 사이를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그녀가 겪었던 아픈 경험들은 그녀가 진행하는 토크쇼마다 스며들어 있습니다. 한 번은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던 여인에게 윈프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도 과거에 코카인을 했던 적이 있어요. 당신만 조난 당한 것이 아니고 저도 조난 당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당신 사정을 너무나 잘 알아요. 절망하지 마세요.” 사랑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초대교회 성도들이 물건을 통용하며 자신의 소유를 팔아 필요한 자들과 나누었다고 말씀...
입력:2019-05-06 11:10:01
[겨자씨] 스카이캐슬
자녀를 데리고 바벨탑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부모들이 모여 사는 곳이 스카이캐슬입니다. 비슷한 환경에 사이좋게 지내는 듯 보이나 실은 모두 경쟁상대로 인식하며 정작 중요한 정보는 절대 나누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꼭대기에는 내 아이만 올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명령하고 입력한 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닙니다. 학벌 판타지를 꼭짓점으로 정해놓고 선행학습으로 몰아칩니다. 명문대에 진학해도 부작용은 나타납니다. 부모와 관계가 틀어지거나 우울증에 걸립니다. 심하면 자해를 합니다. 그 흉터를 지우려고 성형외과를 찾는 부모와 아이들이 ...
입력:2019-05-05 11:10:01
[겨자씨] 보는 것에 속다
교회 초청 집회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교회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1980년대에 불렀을 법한 찬양과 율동을 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족히 50년은 넘어 보이는 건물에서 제가 주일학교에 다닐 때와 같은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세련되고 멋드러진 외관의 교회에서 훌륭한 음향을 갖춘 예배를 경험할 때도 있습니다. 강사 초년 시절에는 보이는 것만으로 짐작을 많이 했습니다. ‘이 교회는 아직 바꿀 것이 많구나’ 혹은 ‘이 교회는 시대에 잘 맞추고 있네’ 등이지요. 그런데 함께 예배를 드리다 보면 이런 판단이 무색할 때가 많습니다. 전혀 의...
입력:2019-05-03 07:15:01
[겨자씨] 자녀가 보석인 이유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새 예루살렘의 성곽에는 12개의 기초석이 있습니다.(계 21:19~20) 여기서 홍보석은 루비, 청옥은 사파이어입니다. 두 보석의 주성분은 산화알루미늄인데, 색깔도 없이 투명하며 흙 속에 아주 흔한 물질입니다. 그런데 산화알루미늄에 불순물로 크롬이 들어가면 빨간색을 띠는 루비가 됩니다. 크롬이 0.3% 정도 들어갔을 때 가장 아름다운 빨간빛이 나와 최상급으로 칩니다. 산화알루미늄에 철과 티타늄이 불순물로 들어가면 파란색을 띠는 사파이어가 됩니다. 적당량의 불순물이 최고의 빛깔을 가진 사파이어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자수정도 마찬...
입력:2019-05-02 11:05:02
[겨자씨] 친절이 가져온 명성
미국 전역에 2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고객 만족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백화점이 유명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1970년쯤 알래스카 지점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한 손님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자동차 타이어 두 개를 들고 와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쓰던 물건을 환불해 준다니, 보통 백화점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이 손님은 영수증도 없었습니다. 언제, 얼마에 샀는지 알 수 없는 타이어를 어떻게 환불해 준다는 말입니까. 그러나 매장 직원은 손님에게 샀던 가격을 물어보고는 그 금액 그대로 29달러...
입력:2019-05-01 11:05:01
[겨자씨] ‘내일’이라는 선물
세 아이를 키워 보니 아기들은 발 떨어질 때와 입 떨어질 때가 가장 예쁘다 싶습니다. 기어 다니던 아기가 조심스럽게 두 발로 서고 위태한 자세로 한 걸음씩 옮깁니다. 첫걸음마, 모두에게 기적에 가까운 순간입니다. 좋으면 웃고 불편하면 울던 아기가 말을 시작하면 또 한번 경이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아기들은 ‘엄마’나 ‘아빠’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합니다. 늘 가까이 있고 가장 든든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을 배우듯 말을 배우는 아이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말은 ‘내일’이라는 말이지 싶습니다. 아이...
입력:2019-04-30 11:10:01
[겨자씨] 마녀 혹은 예쁜 소녀
영화 ‘마녀’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니 그 요상한 능력에 정말 어디서 마녀 새끼를 데려다 키운 게 아닌가 싶어 솔직히 나 좀 무서웠다. 너 거두는 게 아닌데. 어디로 보낼 수만 있음 보내고 싶었어. 그런데 니 엄마가 절대 안 된다고. 니가 아직 애라 그런다고. 애들 다 그런다고. 우리가 이뻐라 이뻐라 키우면 이쁜 애가 된다고.” 유전자를 조작해 인간병기로 만들어지던 중 탈출한 ‘class-1’은 그렇게 노부부의 보살핌을 받고 씩씩하고 밝은 여고생, 구자윤으로 자라납니다. 그리고 ‘이뻐라 이뻐라 키우면 이쁜 애가 된다’는 ...
입력:2019-04-29 11:10:01
[겨자씨] ‘페르시아의 흠’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최고급 카페트를 짤 때 아주 작은 흠을 하나 일부러 짜서 넣습니다. 이를 ‘페르시아의 흠’이라 부릅니다. 완벽한 것은 없다는, 그들의 장인 철학입니다. 미국 인디언은 구슬 목걸이에 흠이 있는 구슬 하나를 일부러 꿰어 넣습니다. 모든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디언의 지혜입니다. 인생의 문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걸림돌만은 아닙니다. 잘 다루면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3000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그때마다 홈런 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어머니는 넘어져 울고 있는 ...
입력:2019-04-28 11:10:01
[겨자씨] 섭리에 순응하는 아름다움
일에 지치거나 답답함이 오래 쌓이면 바다를 찾고 싶어집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거나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를 때도 있습니다. 미국의 한 TV프로그램에서 사람들이 제일 오랫동안 틀어놓고 보는 것이 모닥불 타는 모습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접하는 자연은 매 순간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의 바람, 물의 흐름과 불의 세기 등에 따라 그들은 변화합니다. 기계처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면, 지루해서 누구도 오랫동안 쳐다보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의 모습처럼 예상치 못한 환경에 순응...
입력:2019-04-26 06:35:02
[겨자씨] 프레임의 부활
프레임은 심리학에서 ‘마음의 창’ ‘마음의 안경’ 같은 의미를 담은 용어로 사용됩니다. 어떤 프레임을 갖고 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복이 좌우될 수 있습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프레임’이라는 책에서 행복해지는 11가지 프레임을 소개하며 프레임만 바꿔도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독교인은 단순히 프레임이 바뀐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신분과 존재 전체가 바뀐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세상적인 프레임을 갖고 있다면 세상이 제대로 안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시력교정수술을 해서 시력...
입력:2019-04-25 11:10:01
[겨자씨] 합력하는 지혜
우리나라와 중국의 여자핸드볼 결승전 경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류샤오메이라는 세계적인 공격수를 앞세워 전반전 내내 우리를 압박했습니다. 그는 공을 잡을 때마다 거의 골을 넣는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엔 그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전반전을 엇비슷한 점수로 마무리하고 후반전이 시작될 무렵 과연 이길 수 있을까 걱정됐습니다. 그때 임영철 해설위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그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인공이자 전 국가대표 여자핸드볼팀 감독을 지낸 인물이죠. ...
입력:2019-04-24 11:10:01
[겨자씨] 더운갈이가 필요합니다
농부는 꿈속에서도 물이 마르면 안 된다고 합니다. 농부의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가문 논에 물 들어가는 것이라고도 하고요. 모를 심을 때가 됐는데도 비가 오지 않으면 농부의 속은 시뻘겋게 타들어 갑니다. 거북이 등짝보다 더 심하게 갈라지고요. 자식 죽는 건 봐도 곡식 죽는 건 못 보는 게 농부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더운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긴 가뭄으로 모를 심을 때가 돼도 논에 물이 없으면, 농부는 두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마른 논을 갈았습니다. 먼지가 풀풀 나도록 마른 논을 갈고 또 갈면 마침내 논은 먼지처...
입력:2019-04-23 11:10:01
[겨자씨] 용서
수도원 공동체에서 생활하던 한 형제가 유혹을 받아 넘어졌습니다. 공동체는 그 형제를 추방했습니다. 추방당한 형제는 안토니우스가 은둔하는 산으로 갔습니다. 그 형제와 얼마 동안 함께 지낸 안토니우스는 그를 공동체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공동체는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형제는 다시 안토니우스에게로 갔습니다. “공동체가 저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은 안토니우스는 편지를 써서 형제를 다시 공동체에 보냈습니다. “배 한 척이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조난하여 값진 화물을 다 잃고 이리저리 표류하다가 겨우 육지에 닿았소. 그런...
입력:2019-04-22 11:10:01
[겨자씨] 구경꾼과 주인공
아들과 함께 디즈니랜드에 갔습니다. TV와 책으로만 봤던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이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며 재롱을 부리니 아들은 너무 놀라 얼굴은 빨개지고 온몸은 부들부들 떨기까지 합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아들은 무등 타고 있던 제 목에서 내려와 인파를 뚫고 들어가 한참 퍼레이드 중이던 캐릭터들과 악수하고 안아주며 사진까지 찍었습니다. 헤어질 때는 선물까지 받아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나 된 듯 행복해하며 아빠인 제게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예수님 당시 많은 사람이 예수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
입력:2019-04-21 11:05:01
[겨자씨] 내 삶의 가치
어제 우리는 성금요일을 지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만큼 인간에게 큰 은혜는 없을 것입니다. 내가 죽었어야 하는데 대신 죽으신 그 죽음의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요. 그리고 그분이 신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우리를 놀라게 만듭니까. 나도 무시하는 나, 누구도 그리 관심 갖지 않는 것 같은 나를 위해 신이 죽었다니요. 우리의 믿음은 때로 십자가를 믿는 믿음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나를 대신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으셨다는 사실을 그렇게도 확실히 믿으면서 그런 나의 가치에 대해서는 때로 눈꼽만큼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나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입력:2019-04-19 06:05:01
[겨자씨] 은혜의 에펠탑, 십자가
에펠탑이 건립 1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건립될 당시 시민과 예술가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파리의 고풍스러운 거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300m짜리 흉물스러운 고철덩어리라며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프랑스정부는 20년 후엔 철거하겠다는 조건으로 건립했습니다. 20년 후 약속대로 에펠탑을 철거하려 하자 여론은 오히려 그대로 두자는 것으로 돌아섰습니다. 시민들이 매일 에펠탑을 보다 보니 정이 들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흉물스럽게 여겨졌던 그 철제구조물은 이제 프랑스의 랜드마크가 됐고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건축물이 됐습니다. 그래서 자주 ...
입력:2019-04-18 11:10:01
[겨자씨] 사자의 입에서 평안을 누리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살 수 있을까요. 동물의 생태를 다룬 한 TV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대한 덩치에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사자의 입에 한참 물려 있던 동물이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자의 입에 물리고도 살아남은 대단한 동물의 정체는 아기 사자였습니다. 아기 사자가 위험에 처하자 아빠 사자가 입으로 목덜미를 물고 한참을 달려 안전한 곳으로 옮긴 것이죠. 안전한 곳에서 아빠 입에서 풀려난 아기 사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
입력:2019-04-17 11:30:01
[겨자씨] 믿음의 그랭이질
옛 시절 집을 지을 때 주춧돌의 역할은 중요했습니다.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워야 나무로 된 기둥이 비나 습기에 상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경우 주춧돌은 생긴 그대로의 펑퍼짐한 돌을 구해 사용했습니다. 얼핏 주춧돌은 바닥이 반반해야만 쓸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울퉁불퉁한 상태로도 기둥을 세우는 데 문제가 없었던 것은 그랭이질 때문이었습니다. 울퉁불퉁한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며 돌을 깎아내는 대신 선택한 것이 있습니다. 주춧돌의 높낮이를 따라 나무 기둥의 밑동을 깎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것...
입력:2019-04-16 11:05:01
[겨자씨] 버려진 돌의 부활
한 여인이 물에 떠 있는 둥근 바위 같은 곳에 앉아 있습니다. 여인의 눈은 흰 천으로 가려졌고 몸은 한 줄밖에 남지 않은 수금 같은 악기에 간신히 기대고 있습니다. 그녀가 앉아 있는 곳은 금방이라도 뒤집힐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앞을 전혀 볼 수 없으니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아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이 무엇일까요. 영국의 화가 조지 프레더릭 와츠(1817~1904)의 ‘희망(Hope)’입니다. 희망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밝고 따뜻하고 행복한 곳에서 희망은 결코 자라지 않습니다. 희망은 절망 속에서 고통과 슬픔을 먹고 ...
입력:2019-04-15 11:05:01
[겨자씨] 4분 18초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성회를 인도했습니다. 철저히 준비했고 컨디션도 좋았습니다. 설교가 절정을 향해 달려갈 때 갑자기 ‘펑’하며 전기가 나갔습니다. 암흑세계가 됐습니다. 사람들은 웅성대고 아이들은 울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들은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러시아어로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복쉐마구쉬 나쇼미냐(전능한 하나님이 날 찾아주셨다)~” 마이크가 꺼졌으니 메가폰처럼 두 손을 모아 입에 대고 발을 구르며 찬양했습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러시아인들이 찬양을 따라부르...
입력:2019-04-14 20: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