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블시론] 시대유감 ‘예의상실’
- 불쾌한 기억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출근길이었다. 앞에 걸어가던 청년이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있었다. 하필이면 회사 건물 모퉁잇돌에 코를 갖다 대더니 마킹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아이참!”이라는 신음 조의 감탄사가 툭 튀어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견주는 뒤돌아 나를 보더니 갑자기 시비를 걸어왔다. 반려견 행동에 무슨 잘못이 있는가? 내가 반려견 행동에 비난과 욕을 했다는 것이었다. 자조적인 한숨 조의 감탄사라고 해명했지만 듣지 않았고, 그가 해석한 판단대로 나를 몰아세웠다. 아침 출근길 봉변이었다. 다른 날 출근...
- 입력:2022-08-11 15:05:01
- [바이블시론] 예민함은 원래 그런 건가요?
- 스스로를 예민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예민함의 척도는 소리인데, 소리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에 빠질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5배 높다고 한다. 이런 분들은 교감신경계가 극도로 긴장 상태에 있어 자율신경계 실조증이 오기 쉽다. 소리에 예민한 것은 어느 정도는 타고난 감각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학습됐다고도 볼 수 있는데, 뇌가 경계해야 할 위협으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장소를 피하면 소리에 예민해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무섭거나 불쾌했던 기억을 남기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것인데, 뇌의 ...
- 입력:2022-08-04 15:05:01
- [바이블시론] 이상한 변호사가 만난 고래
-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이름의 TV 속 변호사가 사람들 마음을 흔들고 있다. 신생 채널에서 방송되지만 9회 만에 15%를 넘긴 시청률도 이례적인데, 어딜 가나 우영우 얘기인 걸 보면 지금 우리는 그야말로 ‘우영우 앓이’ 중이다. 개인화, 파편화가 점점 더 심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만큼 애정을 갖고 다 같이 이야기하는 콘텐츠는 정말 드물어졌다. 그래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만든 현상은 그 자체로 ‘이상’하다. 이미 워낙 많은 비평과 칼럼에서 우영...
- 입력:2022-07-28 15:05:01
- [바이블시론] 동서양의 ‘그릇론’
- 동서고금에 걸쳐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동서 문화가 다르듯이 그릇 비유 혹은 ‘그릇론’도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과연 동서양은 그릇론을 통해 무엇을 의미하고자 했고, 그런 차이는 어떤 의의를 지닐까? 동양의 그릇론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물론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이 말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문자적 의미는 ‘큰 그릇은 더디 만들어진다’이다. 즉 큰 그릇은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통해 비로소 탄생한다. 따라서 큰 그릇이 되려면 연륜이 ...
- 입력:2022-07-21 15:10:01
- [바이블시론] 법과 관시의 버성김에서
- 오래전 일이다. 개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는 동료가 자신을 해고 처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왜? 무슨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함이라 했다. 다른 출판사들도 다 그리한다고. 고민이 깊었다. 편의를 봐줘야 하는지 냉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이었다. ‘관시(관계)’를 소중히 여길지 법을 존중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결론은 ‘편의를 봐 줄 수 없다’였다. 야박하게도.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 좌우명으로 하는 나와 공공성을 함유한 법인 대표로서의 유별함이 부딪치는 경험이었다. 공공재와 같은 홍성사의 보편적 경영을 위해 내린 제법 긴...
- 입력:2022-07-14 15:05:01
- [바이블시론] 일중독에서 자기답게 사는 법
- 게리 토마스는 ‘내 몸 사용안내서’에서 “몸과 영혼을 함께 돌보려면 방해물 두 가지를 제거하라. 바로 탐욕과 나태다”라고 했다. 인정욕구(탐욕)와 게으름(나태)을 제거하라는 뜻이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생각을 경계하고, 평소 120% 일해 왔다면 80%만 해보길 권한다. 이렇게 말하면 내담자들은 “어떻게 그래요? 원장님은 그렇게 하세요?”라고 되묻는다. 치료자인 나 역시도 인정욕구가 강해 남들보다 일찍 자리 잡았고 일중독으로 살았다. 서른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번...
- 입력:2022-07-07 15:05:01
- [바이블시론] 세상이 말하는 종교의 ‘역할’
- 지난 글에서 최근 종교 조사 연구에 사용된 ‘신뢰’ ‘호감’ ‘관심’을 통해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살폈다. 팬데믹을 거치며 세속사회의 신뢰와 호감의 하락 폭이 커졌을 뿐 아니라 제도종교를 향한 관심 자체가 감소하는 추세를 확인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긴 호흡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정 역시 험난할 것임을 깨달았다. 신뢰 하락을 대수롭지 않거나 투철한 신앙의 열매쯤으로 간주한다면 쓸데없는 얘기겠지만, 참다운 ‘교회다움’에 세상의 신뢰가 중요하다면 그 회복을 위한 출발점은 교회와 세속사회의 ...
- 입력:2022-06-30 15:10:01
- [바이블시론] 전쟁과 평화냐, 평화와 전쟁이냐
- 올해는 전쟁 뉴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전쟁 기념일을 맞는다. 역사가들의 한탄처럼 전쟁의 비보는 넘치나 평화의 희소식은 드물다. 사실 인류 역사는 전쟁으로 점철됐다. 한반도만 해도 한국전쟁 이전에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특히 태평양전쟁 등에 직간접적으로 휘말렸다. 그나마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70여년 동안 정전이라는 불안한 상태지만 제한된 평화를 누리고 있다. 한국전쟁을 회고할 때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사건 하나가 있다. 바로 세계교회협의회가 한국전쟁에 대한 입장을 밝힌 ‘토론토 ...
- 입력:2022-06-23 15:05:01
- [바이블시론] 나그네와 고아를 찾아서
- 소수자로 통칭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은 아무리 반복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오히려 권장하고 독려하고 강제해야 한다. 인간의 인정과 도리고, 하나님의 요청이고, 예수의 지적 사항이었다. 이성에 반하는 사회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인류는 시대별 약자 등 소외계층의 지위를 위해 분투하고 전진하며 제자리를 찾아왔다. 바야흐로 약자로서의 지위가 아니라 다수자와 동등한 위치이고 모자람이 아니라 다름으로 설명되는 인권의 평등은 국제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만약 이를 거스르면 인류 보편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고 동시대 구성원으로부...
- 입력:2022-06-16 15:10:01
- [바이블시론] 예민한 성격으로 편하게 사는 법
- 정신과를 찾는 분 가운데 대부분 관계의 어려움으로 광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이 많다. CGNTV 방송과 유튜브의 ‘유은정 원장의 마음치료 코칭’ 시즌 1, 2, 3 강의를 마치면서 예민한 성격으로 상처받는 분들을 진료실에서 많이 만나게 됐다. 타고난 성격이 예민한 분도 있고 어려서부터 많은 상처를 받은 분도 있다. 모두가 자신이 피해자라고 하는데 정작 가해자는 찾아오지 않는다. 이들의 공통된 질문은 나는 잘해줬는데 왜 나 혼자 상처를 받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이 상처를 받는 이유는 상대를 위해 잘해준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
- 입력:2022-06-09 15:05:01
- [바이블시론] 한국교회 향한 신뢰 호감 관심
- 국민일보가 발표한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 결과에 대한 반응이 다양하다. 팬데믹 이후 더 하락한 신뢰도를 누구는 충격으로, 누구는 충분히 예상된 결과로 받아들인다. 왜 굳이 이런 발표로 어렵게 사역하는 현장 목회자들을 더 힘들게 하느냐는 반발도 있다고 한다. 반응이 어떻든 한국교회가 맞닥뜨린 현실임은 분명하다. 지난 2년 반 동안 체감해온 불신의 객관적 수치다. 교회의 길과 세속의 길은 같지 않기에 세속사회의 신뢰 자체가 한국교회의 궁극적 지향점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이 개신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왜 점점 신뢰를 거두는지 따지는 일은 중요하다. ...
- 입력:2022-06-02 15:05:01
- [바이블시론] 통일은 아직도 우리의 소원인가
- 한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곤 했다. 요즘은 잘 부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과연 통일이 아직도 우리의 소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통일 논의가 명분과 실리 사이의 저울질 속에 실종돼 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통치로부터 맞이한 해방은 분단이란 원치 않은 동반 현상을 통해 이뤄졌다. 그 결과 동어반복인 셈이지만 우리나라는 분단됐기에 통일하려 하고, 통일되지 않으면 분단 상태로 남는 처지에 놓였다. 분단 상황 속에서 통일 논의는 여러 단계를 거쳐 왔다. 먼저 분단 직후에는 통일을 언급하는 것 ...
- 입력:2022-05-26 15:10:01
- [바이블시론] 짐승과 神 사이 인간의 소명
- 2015년 간통죄라 하는 형법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았다. 법적 부부관계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취지다. 여러 해 그 법의 위헌성을 들어오던 터라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우선 걱정이 앞섰다. 조강지처들의 험한 속 끓임이 더할 게 자명했다. 목숨을 다해 남편을 돕고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어느 날, 젊은 날의 빛은 바래고 사지육체는 노화한 여인이 내 남자를 두고 매력적인 젊은 여성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싸움에서 원인 제공자인 남자는 자기 인생을 살고 싶어 취사선택한단다. 여성의 경우가 이렇다면 남성의 경우도 매한가지일 게다. 그러니 ...
- 입력:2022-05-19 15:05:01
- [바이블시론] 마음 면역을 위한 생각 백신
- 정신과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야기는 상처다. 교통사고가 내 잘못이 없어도 날 수 있듯이 나를 상처 주는 사람은 있다. 상처는 마음이 단단하지 않을 때 더 잘 받게 된다. 단단한 마음은 마인드 피트니스(mind fitness)라는 개념으로 체력, 근력, 유연성을 포함한다. 체력이란 기본적인 마음력, 즉 심리적 에너지다. 여유가 없고 바쁘며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은 마치 휴대전화가 방전돼 깜빡거리듯 마음의 충전이 돼 있지 못해 작은 일에도 요동하고 남의 이야기에 잘 속거나 자신의 기분에 좌지우지된다. 근력은 긍정적 에너지를 말한다. 근육운동으로 ...
- 입력:2022-05-12 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