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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 튀려다 고꾸라진다
대중은 익숙한 것에 둔감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것에 민감하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는 것처럼. 그러나 사람이 개를 무는 사례가 몇 차례 반복되면 대중은 금세 식상한다. 대중의 관심을 계속 잡으려면 더 자극적이고 이전과는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 시나브로 SNS가 엽기의 경연장화되고 있다. 말은 더 거칠어지고, 셀카는 더 무모해졌다. 특히 셀카의 경우 남들보다 튀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보다 자극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것이 돈과 유명...
입력:2018-11-09 15:05:01
[역사 여행] 비리유치원 블랙리스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비리유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학부모들의 여론이 뜨겁다. 공개 이후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모든 유치원이 비리유치원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신청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교육청들의 감사를 통해 적발된 유치원들의 명단을 작성·공개하는 것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케임브리지 영어 사전에 따르면 동사로서의 블랙리스팅은 기피하거나 믿을 수 없는 사람, 국가, 기타 대상...
입력:2018-11-09 15:05:01
[빛과 소금-전정희] 봉지커피만 파는 카페
서울 구로초등학교 교문 앞 골목에 아담한 카페가 있습니다. ‘아홉길사랑 구로’라는 카페입니다. 2012년 ‘서울시 아름다운 간판’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를 팔지 않습니다. 딱 한 종류 봉지커피만 팝니다. 뭐 할머니들이 드시는 그 봉지커피가 떠오른다면 딱 맞습니다. 이 봉지커피를 싫어하면 먹지 않아도 타박하지 않으니 마음껏 이용해도 되는 곳입니다. 이곳 카페 오후는 자녀를 데리고 가려는 학부모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내 아이가 교문을 언제 나오나 지켜봅니다. 커피값...
입력:2018-11-09 15:05:01
[한마당-김명호] 한국형 보수정치
급기야 ‘양아치’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보수 정치권에서 보수 대통합이란 의제가 떠오르면서 각자 한마디씩 걸치는 와중에 불거졌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보수통합을 주장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보수가 망가진 결정적 원인은 홍 전 대표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보수를 양아치 수준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보수에게서 품격이란 단어를 완전히 빼앗아 간 분”이라고도 했다. 며칠 전 홍 전 대표는 “보수·우파 재건에 한마음이 돼야 할 때”라며 “제대로 된 내이션 리빌...
입력:2018-11-09 15: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무지도 죄가 된다
올해 국가 건강검진 대상자여서 더 늦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지정병원 중 한 곳을 선택했고, 내가 이용하기에 적당한지 둘러보기 위해 엄마가 미리 병원을 방문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돌아온 엄마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손님이 많아서 바쁘니까 환자가 불구자면 보호자 두 명을 동반하고 내원하라잖아. 아니, 당연히 병원에서 해야 할 일을 왜 보호자한테 미뤄? 그리고 명색이 종합병원에서 일한다는 작자가 무식하게 불구자가 뭐니 불구자가. 요즘 누가 그런 말을 쓰냐고.”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
입력:2018-11-08 15:10:01
[세상만사-강주화] 그는 왜 그렇게 분노했나
지난달 중순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은 많은 사람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피의자 김성수(29)씨의 살인 동기는 극히 미미한데 비해 살인 정황은 너무 처참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담배꽁초를 치워 달라’고 했는데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도 치워져 있지 않아 화가 났다”고 했다. 이어 “게임비 1000원을 환불해 달라고 했는데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했다”고 했다. 김씨는 집에서 가져온 흉기로 피해자의 얼굴과 목 등을 3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즉각 ...
입력:2018-11-08 15:05:01
[여의춘추-배병우] 북한발 성장동력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시정연설에서 “세계가 우리의 경제 성장에 찬탄을 보낸다”고 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암울한 경제지표에 속으로는 걱정이 적지 않을 것이다. 믿는 구석은 있는 것 같다. 북한이다. 이는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 “평화가 경제”라는 말에 집약돼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남한의 밥, 돈이 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남북경협의 경제적 효과가 30년간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성장세가 뚜렷이 약화되는데도 지난 두 달간 평양 정상...
입력:2018-11-08 15:05:01
[한마당-이흥우] 한강물길
해마다 10월이면 서울 마포 일원에서 새우젓축제가 열린다.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다. 올해가 열한 번째니 성공한 축제라고 해도 좋겠다. 마포구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65만여명이 다녀갔다. 새우가 잡히는 곳도 아닌데 ‘마포에서 웬 새우젓축제냐’고 하는 이도 있을 듯하다. 조선시대 한강은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였다. 팔도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온갖 물품들이 조운선에 실려 한강을 통해 한양에 집결했다. 물류와 사람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한강 곳곳에 광나루, 삼밭나루(삼전도), 서빙고나루, 동작나루, 노들나루(노량진), 삼개나루(마포)...
입력:2018-11-08 15:05:01
[내일을 열며-손영옥] “임기는 언제까지입니까”
지난 아시안게임 때 ‘베트남의 히딩크’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보여준 성공 신화는 감격적이었다. 축구 약체로 평가받는 베트남에 2018 아시안게임 4강을 선물하면서 그는 국민 영웅이 됐다. 우리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네덜란드인 거스 히딩크를 수입한 지 17년 만에 한국인 감독을 수출하게 된 것이다. ‘미술계 히딩크’로 불리며 외국인으론 처음 국립현대미술관 수장을 맡은 스페인 출신 바르토메우 마리 19대 관장이 12월 13일로 3년 임기를 끝낸다. 나는 그가 오기 전에 외국인 관장 임명 찬반을 묻고, 올해 초 그가 연임 의...
입력:2018-11-07 15:05:02
[한마당-염성덕] 브룩스와 에이브럼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한파(知韓派)로 불린다. 전형적 군인 가문 출신인 브룩스 사령관은 주한미군 대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애국가를 접했다. 부단히 연습한 결과일까. 지금은 한국어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유일한 사령관으로 꼽힌다. 그는 한국의 우군 역할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 주둔 국가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세게 요구하자 한국 편을 들었다. 지난해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트럼프에게 한국이 기지 건립비의 90%를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비율이 적지 않음을 알린 것이다. 평...
입력:2018-11-07 15:10:01
[시사풍향계-최병욱] 대체복무, 엄정해야 한다
헌재와 대법원의 연이은 결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합법적으로 군에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군 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예술체육요원, 공중보건의사 등이 이에 속한다. 다만 이들 모두는 신체검사 결과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거나 모종의 식별 가능한 자격요건을 갖추었을 경우에 한한다. 이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현역복무 면제는 특별하다. 이공계 석박사 학위, 올림픽 메달, 의사와 같은 일정한 자격요건 없이도 자의적 양심에 따라 군 복무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수...
입력:2018-11-07 15:05:02
[데스크시각-한장희] 정권은 바꿔도 부모는 못 바꾸니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지난달 제출한 한국사 수행평가 과제 제목이 ‘21세기 음서제’다. 뭔가 해서 봤더니 주제 설명 항목에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가 가족과 친척에게까지 특권을 세습한 고려시대 음서제도와 유사하다”고 적어 놨다. 노파심에 “아직 의혹이지 확인된 건 아냐”라고 말해줬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비리 의혹을 규탄하는 대자보들이 대학가에 나붙었다고 한다. “한 청년의 (구의역에서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형성된 사회적 공감대가 소수 귀족노조의 기득권 강화에 이용됐다.” &ldquo...
입력:2018-11-07 15:05:02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개꿈은 축복
간밤에 안녕하셨는지요. 혹시 무슨 꿈을 꾸셨습니까. 꿈을 꾼 것 같기는 한데 막상 이야기하려니 잘 기억나지 않고 연결도 되지 않고 무슨 이런 이상한 꿈을 꿨나 싶습니까. 그렇다면 괜찮은 꿈을 꾸신 것입니다. 마음이 건강한 상태의 꿈은 원래 줄거리가 엉성하고 제대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꿈을 꾼다고 잠을 제대로 못 잔 것도 아닙니다. 그나마 조금 줄거리가 있는 꿈을 꾸는 렘(REM)수면은 하룻밤 서너 번 옵니다. 낮의 기억이 우리 뇌 안에서 한 차례 다듬어진 뒤 뉴런 사이를 소행성처럼 떠다니다 때로는 충돌하고, 합쳐지고, 멀어지면서 꿈이 만들어집니다. 꿈속에서 ...
입력:2018-11-06 15:10:01
[한마당-전정희] 공동의 정의 폭력
개인은 공동의 폭력에 대항할 수 없다. 정치철학자로 공공성의 문제를 탐구한 한나 아렌트의 통찰이다. 거제 폐지 여성 살인사건, 춘천 연인 살인사건, 서울 강서 PC방 살인사건 등의 가해자는 개인이었다. 이들은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폭력을 행사해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불의한 가해자들에게 ‘공동의 폭력’이 폭력을 행사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들은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고유의 힘을 가진 개인은 공동의 폭력이 무서워 스스로의 폭력을 포기한다. 우리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권력을 만들어내고 그 권력을 통해 개개의 폭...
입력:2018-11-06 15:05:01
[청사초롱-손수호] ‘행복’과 ‘희망’을 남용하면…
올해 3월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공사현장에서 55층 외벽의 안전작업 발판(SWC·Safety Working Case)이 160m 아래 지상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구조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SWC를 지지하는 기계장치가 고장 난 것이다. 그때 구조물에 적힌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함께 만드는 행복’. 공사를 둘러싼 비리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동안 노동자는 위험 속에서 묵묵히 행복을 만들고 있었다. 올 상반기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이는 107명에 이른다. 이 중 31명은 높은 곳에 설치된 비계에서 사고를 당했다. 그렇게 행...
입력:2018-11-06 15:05:01
[김명호 칼럼] 권력이 합리성을 잃으면
고용세습은 부패의 전초 ‘목구멍’ 대응은 품격 문제… 여권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본다 권력 내 견제와 균형 기능이 소멸되면 합리성은 사라지고 오만이 남는다 촛불의 분노는 그래서 시작됐었다 최근 들어 정권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조짐들을 본다. 그런 조짐들은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정책의 문제도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고, 품격이나 대응 방식에 관한 문제다. 그래서 분노의 감정에 불을 지를지도 모를 문제다. 그런데 여권은 애써 축소하거나, 본질을 피해간다. 딱한 수준의 변명까지 한다. 상황 관리를 이다...
입력:2018-11-06 15:05:01
[한마당-김용백] 상소리
살다보면 때와 장소, 분위기에 적합하지 않은 언행은 소통 장애를 일으키며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특히 농담(조크)을 했는데 정색을 하며 사실(다큐)로 받아들이는 상황은 심각해진다. 개인 간은 물론 국가 간 공식 석상에선 더욱 그렇다. 옥류관 평양냉면은 ‘상소리(거칠고 상스러운 말이나 소리)’를 함께 떠올리게 됐다. 지난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평양 옥류관 오찬행사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언동이 뒤늦게 파란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지난달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리 위원장의 &ls...
입력:2018-11-05 15:10:01
[돋을새김-고승욱] 규제개혁, 토론이 더 필요할까
규제란 인간의 욕망을 동력으로 성장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성적으로 작동하도록 제어하는 장치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독점, 담합, 관료주의, 부패 같은 부작용과 결합하면 경제의 활력을 죽이는 주범이 된다.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규제개혁을 말할 때 많은 사람이 1978년 미국 민간항공위원회를 책임진 알프레드 칸을 앞세운다. 그는 정부가 정하던 요금을 항공사에 맡겼다. 허가 없이도 항공사를 세울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몇몇 기업이 편안하게 돌렸던 시장이 경쟁으로 요동쳤다. 사우스웨스트항공 같...
입력:2018-11-05 15:05:02
[한마당-임성수] 음주운전 국회의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말한 연예인이 있었다. 2005년 4월, 한 연예인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뒤 앞뒤 안 맞는 변명을 늘어놓았다가 TV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남긴 망언은 지금도 살아남아 음주운전 사고 때마다 소환된다.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라고 말한 국회의원도 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지난달 31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음주는 살인’이라는 강렬한 금언을 남긴 지 고작 9일 만이었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9%,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이 의원의 음주운전은 13년 전 연예...
입력:2018-11-04 15:05:01
[뉴스룸에서-권기석] 1면 자살보도 금한다고?
지난 9월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실. 국회의원 9명과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모여 법 개정안 여러 개를 논의했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그중 하나였다. 이 법안은 ‘자살 보도는 신문 1면이나 뉴스의 첫 순서 등이 아닌 쉽게 알 수 없는 위치나 순서에 배치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살 소식을 신문 1면에 쓸 수 없게 된다. 의원들은 이 법안을 두고 어떤 말을 쏟아냈을까. 그들의 언론관이 드러난 회의록 일부를 옮겨 본다. “언론에 보도지침이라든가 이런 부분...
입력:2018-11-04 15:05:01
[한반도포커스-봉영식] ‘말의 함정’에 빠진 운전자론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스타 강의 교수이자 협상학의 대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협상의 열두 가지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고 주문한다. 상대방이 과거에 했던 발언이나 고수했던 방식을 상기시키면서 전례가 있는 일인데도 이를 수용하기 거부하면 그 모순을 공격하라는 조언이다. ‘콰이어트: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저자로 유명한 수전 케인도 비슷한 조언을 한다.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
입력:2018-11-04 15:05: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고통을 향해 외친다는 것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가 병원 현관에서 제 가슴을 쥐어뜯으며 “인생이 이런 거냐”고 외치는 사람을 보았다. 누군가 다가와 그를 달랬다, 그 심정 다 안다고. 그리고 그를 이끌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그저 지나가던 나는 그 사연을 알 길 없었지만, 눌러 참는 울음이 꺽꺽 토해놓는 것이 고통인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고통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오는’ 것이다. 바다를 아는 자는 바라보는 자이겠으나 바다를 느끼는 자는 헤엄치는 자이다. 바라보는 자에게 바다는 바다를 가리키는 정의로 이해되겠지만, 헤...
입력:2018-11-04 15:05:01
[조용래 칼럼] 대법 징용배상 판결 후 文정부의 전략은
궁극적으로 ‘1965년 체제’ 대체 가능한 새로운 관계 절실하나 당장은 한·일 정상 간 대화가 먼저 징용자들의 배상금을 대신 받았던 한국 정부는 그간의 불충분한 대응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 솔직하게 반성을 1965년 한·일 수교(65체제)와 함께 체결한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 등 4개 협정은 한·일 합병의 불법성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책임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청구권협정은 사실상 ‘경제협력협정’이 되고 말았다. 당시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안착을 위해 일본의 경제 협력과 ...
입력:2018-11-04 15:05:01
[한마당-신종수] 목구멍
냉면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따금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집에 가곤 한다. 평양 옥류관에서 먹어본 적도 있다. 솔직히 밍밍한 맛이어서 많이 먹지는 않았다. 그래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서 냉면 붐이 일었을 때는 일행들과 함께 냉면집 앞에 덩달아 줄을 서서 기다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아졌다. 가을로 계절이 바뀌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목구멍’ 발언이 사실이라면 상대가 대기업 오너들이어서가 아니라 ...
입력:2018-11-02 15:05:01
[제주에 산다] 우리 동네 김목수
내가 김목수를 찾는 데는 거의 2년이 걸렸다. 2016년 집을 짓고 제주에 내려올 때부터 별채를 한 채 더 지으려 계획하고 있었다. 땅도 그만큼 남겨 놓았다. 2년 동안 어떤 모양으로 집을 지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거기에는 누구에게 짓게 할까도 포함돼 있었다. 1차 집을 지을 때는 제주시내 시공업자에게 맡겼지만 이번에는 동네 사람에게 맡기고 싶었다. 주변의 공사장과 신축 건물들을 보며 누가 지었는지 묻고 다녔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동네 목수들에 대해 들었다. 이 질문의 종착점은 항상 한 사람이었다. 하도리에 살고 있는 김목수. 2년 전 제주에 이주...
입력:2018-11-02 1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