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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세계가 반한 조미김
조미김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김 수출국이다. 조미김 덕분에 2010년 수출액 1억 달러를 달성한 후 연평균 28%씩 늘어나 지난해 수출액이 5억 달러를 돌파했다. 김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불릴 만큼 비타민, 무기질을 고루 갖추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은 우리나라와 일본만 먹는 걸로 알았다. 서양인들은 해조류를 ‘바다의 잡초’라 여겨 김도 블랙 페이퍼(black paper)라고 부르는 혐오식품이었다. 그런데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달라졌다. 최근에는 김이 미국, 유럽에서 건강간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입력:2018-03-08 05:00:01
[노승림의 인사이드 아웃] 연극계서 폭발한 ‘미투’… 가부장적 차별·억압의 반작용
  연극·뮤지컬 관객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운동(#MeToo·나도 당했다)’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관객들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를 지지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회의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신여성 예술인이 주목받던 시절에도 연극만은 사회적 편견 속 홀대받아 억눌림의 고통 끝에 터져 나온 저항 여배우에 대한 인식 제고로 이어져야 비로소 진정한 근대화 완성되는 것 ...
입력:2018-03-04 16:10:02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경칩, 그리고 머구리 개고리 개구리
글피(6일)가 경칩(驚蟄)이지요. 말이 놀라 뛰는 驚에 벌레가 꼼짝 않고 있는 蟄으로 된 말입니다. 개구리나 벌레 등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때이지요. 이맘때 일어나 자리를 터는 ‘개구리’는 원래 ‘머구리’였습니다. 1481년 출간된 ‘두시언해’에 나오며, 1527년 간행된 ‘훈몽자회’에 蛙를 ‘머구리 와’라고 풀이한 부분이 있습니다. 17세기 들어 ‘개고리’로 변해 쓰였는데, 개구리가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왜 ‘머구리’ ‘개고리’라고 했을까요. 우리말의 빼...
입력:2018-03-07 01:21:07
[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올리브
올리브 나무 지중해 사람들은 고도비만이나 혈관질환이 없는 편이다. 올리브유와 포도주 덕분이란다.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고대에도 잘 알았던 듯하다. 고대에 올리브유는 귀한 상품이었다. 사막성 기후 가나안 광야에는 올리브나무가 많이 자랐다. 밀 재배가 불가능했던 가나안 사람들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올리브유와 포도주, 소금, 말린 생선을 갖고 해상교역을 시작했다. 기원전 2000년경에 가나안 사람들은 멀리 영국의 남부 콘웰 지방에서 발견된 대량의 주석을 소금과 올리브유를 주고 바꾸어 왔다. 이로써 유럽에 청동기 문화가 만개될 수 있었다. ...
입력:2018-03-07 01:21:07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들불처럼 번지는 ‘요원의 불길’
매우 빠르게 번지는 벌판의 불길이라는 뜻으로, 무서운 기세로 퍼져가는 세력이나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번져가는 형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있지요. ‘요원의 불길’입니다. ‘반역의 군부가 휘두르는 총칼에 분노한 시민들의 저항이 요원의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다’처럼 씁니다. 요원(燎原)은 ‘불타는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불벌’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요새같이 매우 건조한 상태에서 산이나 들에 불이 났다고 생각해보면 요원의 불길의 기세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거기다 바람까지 분다면 말할 것도 없...
입력:2018-03-07 01:21:07
[신현림의 내 곁에 산책]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신현림 시인·사진작가   Stand By Me@Shin HyunRim.Inkjet print.2018 살며시 비치는 커다란 유리창, 솔직하고 투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매번 방어적으로 살아갑니다.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찬 까닭에 우리는 생활 속에서 외롭고 너무나 쉽게 상처를 받습니다. 외로워지면 방어적이 되고 열등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당신의 고민은 무엇일까요? 해야 할 일도 너무나 많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모를 때가 얼마나 많나요? 거기다 마음이 편치 않고 가슴이 답답한 상태로 모는 자신의 고민을 정확히 알아야 해요. 고민이 많을 때는 하염없...
입력:2018-02-23 05:05:02
[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콩의 원산지는 우리나라
콩 콩(대두)은 오랜 기간 한민족의 단백질과 지방을 책임져 왔다. 농학에서 콩의 원산지를 한반도와 만주 남부로 보고 있다. 5000년 전에 콩 재배가 시작돼 북한의 회령 오동 고조선 유적지에서는 기원전 1300년경의 청동기 유물과 함께 콩, 팥, 기장이 나왔다. 실제로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임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조사가 있었다. 1920년대 미국은 식량 종자 확보를 위해 세계 각지의 야생작물 채취에 나서 한반도에서 전 세계 야생 콩 종자의 절반이 넘는 3379종의 야생 콩을 채취했다. 이후 1947년까지 1만개의 콩에 대한 유전자형을 우리나라에서 수집해갔는데, 동...
입력:2018-02-22 05:55:01
[‘소곤소곤 자코메티 이야기’] 세계적 걸작에 대한 존경… 칼바람을 뚫고 달렸지요
마라토너 송봉규씨가 지난 8일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충북 청주에서 서울까지 135㎞를 총 7차례에 걸쳐 나눠 달린 끝에 이날 오후 전시장에 도착했다. 이 정도면 기행(奇行)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살을 에이는 칼바람이 부는 엄동설한에 마라톤을 하다니, 그것도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한국 첫 전시를 보려고 충북 청주에서 서울까지 달리기를 했다니 보통 사람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기행에 가까운 ‘이벤트’를 벌인 ...
입력:2018-02-12 08:40:01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하얀 얼음 결정체 ‘눈’… 비로 쓰는 雪
첫사랑의 향기가 날 듯한, 교통을 엉망으로 만드는, 전방 제설작업의 원흉이던, 대기 중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내리는 하얀 얼음 결정체. ‘용비어천가’에도 나오는 ‘눈’입니다. 얼굴의 눈은 짧게, 이 눈은 좀 길게 발음합니다. 雪(설). 눈이지요. 雪은 원래 雨(비 우) 밑에 彗(비 혜)가 붙은 글자였습니다. 彗는 방 같은 데를 쓰는 비. 하늘에서 뭔가가 내리면 비로 쓰는 것, 눈이라 하겠습니다. 비로 깨끗이 청소를 하면 마음이 맑고 밝아지지요. 彗는 밝은 빛의 꼬리를 달고 직선으로 가는 혜성(彗星)에도 들었습니다. 마음이 깨끗...
입력:2018-02-09 16:10:01
[홍익희의 음식이야기] 뉴욕과 바꾼 육두구 산지
육두구 17세기 금값의 후추보다 더 비싼 향신료가 있었다. 바로 육두구(Nutmeg)다. 인도네시아 반다제도가 원산지로 ‘사향 냄새 나는 호두’라는 뜻이다. 후추 가격의 10배였다. 따라서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육두구 산지인 반다제도를 장악하는 데 사활을 걸고 1621년 10여척의 전함을 이끌고 쳐들어갔다. 여기에 일본인 용병 사무라이들까지 있었다. 그들은 영국군을 물리치고 원주민 대부분을 죽였다. 네덜란드는 이러한 야만적 침탈로 육두구를 독점 매매했다. 이렇게 향신료에는 피의 역사가 함께했다. 육두구는 씨앗을 갈아 만든 향신료다. 후추...
입력:2018-02-08 04:40:01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불이야 불이야…” ‘부랴부랴’
“불났어요, 불이야….” 내가 많이 자라서 처음 학교에 들어갈 무렵, 친구 명숙이의 동생 철식이는 사발밥을 비울 만큼 커서까지 엄마 젖을 빨아먹었는데, 그날도 부엌에 들어와 젖 달라며 울고불고 난리였다 합니다. 놈에게 잠깐 젖을 물리느라 엄마가 깜빡하는 바람에 아궁이 불이 나뭇간으로 옮겨 붙어 집이 홀랑 타버렸지요. 철식이는 그 난리가 저 때문에 났는데도 젖이 아쉬웠는지 연신 입맛을 다셨었는데…. 아궁이에 불을 때서 살던 시절에는 동네에 불이 종종 났지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이웃들은 십시일반 정을 모아 사정 딱한 그들...
입력:2018-02-02 16:05:01
[홍익희의 음식이야기] 후춧가루
통후추 15세기 말 후춧가루는 같은 무게의 금가루와 가격이 같았다. 생산지 가격의 100배였다. 이슬람이 실크로드를 점령해 후추의 육로 수입이 막히자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그러자 바닷길로 후춧가루를 수입하기 위해 포르투갈이 바닷길 탐험에 나섰다. 콜럼버스는 마르코 폴로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책을 읽고 지구가 둥글다는 믿음을 갖게 되어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인도에 도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콜럼버스는 후춧가루를 찾아 1492년 포르투갈과는 반대 방향으로 떠나 신대륙을 발견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시작될 만큼 신대륙 발견은 세계...
입력:2018-02-01 05:50:01
[신현림의 내 곁에 산책] 웃는 당신은 미인입니다
시인, 사진작가   Shin HyunRim.Inkjet print. 커다란 유리창, 밖이 비치는 얇은 커튼. 눈을 들어 바라보니 오후 2시의 겨울 햇살이 참으로 투명했어요. 저리 투명한 빛을 온종일 받고 쉬면 몸이 더없이 건강할 것 같았죠. 삶의 태도도 저 빛처럼 투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 저마다 가면을 쓰거나 쓸 수밖에 없는 생을 살고 있지 않나 싶어요. 우리는 솔직하고 투명하지 않으면 매번 방어적으로 살아가게 돼 있어요. 너무나 외로우면 솔직하기 힘들고, 쉽게 상처를 받지요. 가령 문자에 답이 없어도 목에 가시가 박히는 아픔을 ...
입력:2018-01-26 05:05:01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먼지는 작은 티끌… 티끌은 티·먼지의 총칭
(초)미세먼지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요즘 절감합니다. ‘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티끌입니다. 세종 때 간행된 한글책 ‘석보상절’에 먼지가 보입니다. ‘몬재’의 모습으로. ‘몬’은 뜻이 분명치 않지만 ‘재’는 불에 타고 남는 가루인 재로 보입니다. 지금도 먼지를 ‘몬지’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요. 몬재가 발음이 쉬운 몬지로 변해 쓰이다 먼지가 된 게 아닌가 합니다. 티끌은 티와 먼지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티는 먼지보다 조금 큰 가루로 작은 부스러기이지요. 티끌을 ...
입력:2018-01-26 16:05:01
[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중상주의 꽃피운 청어
청어로 만든 샌드위치 청어가 경제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발트해에서 잡히던 청어가 15세기 초 해류가 변하면서 네덜란드 앞 북해로 몰려들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너도 나도 청어 잡이에 나서 인구 3분의 1이 청어 잡이에 종사해 전 국민의 밥줄이나 다름없었다. 한 어부가 작은 칼을 개발해 생선을 배에서 손질을 끝내 소금통에 보관하는 선상염장법을 개발한 덕분에 보관기간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당시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절임청어는 인기가 높았다. 1년에 140일이 넘는 기독교 육류 금식기간에도 생선은 먹을 수 있어 유럽 전역에 불티나게 팔려나갔...
입력:2018-01-25 04:55:01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쓸데없거나 덧붙었다는 ‘군’
‘군살’. 군더더기 살입니다. ‘군살을 빼다’는 운동 등으로 찐 살을 빼는 것입니다. 꼭 있지 않아도 될 것을 덜어내는 것 또한 군살을 빼는 것이지요. ‘비대한 상부조직 축소로 기업의 군살을 빼야’처럼 씁니다. ‘군’은 몇몇 명사 앞에 붙어 ‘쓸데없는’의 뜻을 더하는 말입니다. 군것(질), 군기침, 군말, 군침, 군불 등이 있지요. 군말은 하지 않아도 좋을 쓸데없는 군더더기 말인데, 췌설(贅說)이라고 합니다. 贅는 혹으로, 필요 없는 것이 붙었다는 뜻이겠습니다. 물론 군더더기의 군도 그 군입니다. ...
입력:2018-01-19 16:10:01
[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칭기즈칸의 육포
육포 13세기에 칭기즈칸의 몽고군이 중국 대륙과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 일대를 순식간에 정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바로 신출귀몰한 기동력 덕분이었다. 몽고군 한 명이 서너 마리의 말을 끌고 다니며 갈아타 하루 200㎞를 달리기도 했다. 당시 유럽인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속도였다. 러시아와 유럽은 전광석화와 같은 몽고군의 기습에 혼비백산했다. 칭기즈칸이 정복한 땅은 알렉산더대왕, 나폴레옹, 히틀러 세 정복자가 차지한 땅을 합친 것보다도 더 넓었다. 고대로부터 대규모 부대가 움직일 때는 그 뒤를 따라가며 식량과 보급품을 지원하...
입력:2018-01-18 04:35:01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살짝 언 살얼음, 깡깡 언 매얼음
‘살얼음’. 얇게 살짝 언 얼음입니다. ‘살’은 온전하지 못함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지요. ‘살살’ ‘살짝’의 살에도 그런 뜻이 살짝 든 게 아닌가 합니다. 위 ‘살’과 뜻이 비슷한 접사로 ‘설’과 ‘데’가 있습니다. 설은 ‘잠이 설깨다’ ‘설익은 밥’처럼 쓰이는데 살과 설은 유전자가 같아 보입니다. ‘데’도 불완전·불충분하게의 뜻을 더하지요. 됨됨이가 제대로 못 된 ‘데되다’, 살짝 잠깐 삶는 ‘데삶다’ 등이 있습...
입력:2018-01-12 16:05:01
[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역사 속 피자
마르게리타 피자 필자가 밀라노 무역관 근무 때 정통 오리지널 피자를 먹기 위해 일부러 나폴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화덕에서 구워내는 나폴리 피자는 아주 얇고 평편한 게 특징이다. 기실 이러한 평편한 피자는 음식을 담아 먹는 용도로 탄생되었다. 기원전 10세기경 이탈리아 에트루리아인들은 청동접시를 쓸 형편이 안 되어 돌 위에 구운 평편한 빵을 접시 대용으로 썼다. 그들은 음식을 다 먹은 뒤 이 빵에 허브를 올려 올리브유에 찍어 먹었다. 그런데 이 접시 대용 빵을 지금의 피자로 발전시킨 사람들은 이후 나폴리 근처에 살았던 그리스인들이었다. 기원전 8...
입력:2018-01-11 04:40:01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식구도 되고 욕도 되는 ‘가히’ 개
“배추씨 심은 밭에 가이 못 들어가게 해라.” 어느 날, 읍내 장에 가시던 어머니의 신신당부가 있었으나 노는 데 정신이 팔려 그만 깜빡했던 것입니다. 이미 가이가 밭에서 뛰어다니고 있었고 밭은 그야말로 개판이 되고 만 거였지요. 눈물이 빠지도록 나는 혼나도 쌌던 것인데, 내용을 알 턱 없는 그 가이 꽁무니를 두어 번 걷어차 봤으나 분은 안 풀렸던 것입니다. 개를 ‘가이’라고 하는 어른들이 있지요. 개는 원래 ‘가히’였는데 한글이 반포되고 40년 후쯤 발간된 ‘두시언해’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가히와 말은 진실로 ...
입력:2018-01-05 16:10:01
[홍익희의 음식이야기] 빈대떡의 유래
빈대떡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후렴구로 유명한 ‘빈대떡 신사’라는 노래가 있다. 이렇듯 빈대떡은 서민음식이다. 옛날에도 그랬다. 빈대떡 유래에 대한 몇 가지 설이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이 빈자들의 떡, 곧 ‘빈자떡’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예부터 녹두는 빈농들이 심었던 작물이다. 메마른 땅에서 비료 없이도 잘 자라 산비탈이나 논밭 가장자리나 모퉁이를 이용해 키울 수 있고 무엇보다 다른 콩에 비해 생육기간이 짧아 빨리 먹을 수 있었다. 춘궁기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
입력:2018-01-04 05:20:01
[색과 삶] 빛나는 밤
한강 야경 호롱불 시대가 가고, 30촉 알전구가 우리 집 밤을 밝히는 사건이 일어난 해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해 이전까지는 신라시대 혹은 조선시대 생활이나 매한가지였다. 나무 기둥 위의 초가지붕과 기와지붕, 재래식 화장실, 안방과 쪽문으로 통하는 부엌과 같은 가옥 구조는 반만년 동안 별반 변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미국 전기회사 기술로 경복궁 건청궁을 밝힌 백열등이 우리나라 전깃불의 시초다. 그해는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한 지 8년 만인 1887년이고, 경상도 시골 우리 집에 오기까지는 대략 80년이 걸렸다. 인류의 삶을 바꾸...
입력:2017-12-28 06:20:01
[색과 삶] 겨울 색
강원도 봉평의 흥정천 초록 나뭇잎과 꽃들이 사라진 겨울은 무채색이다.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찬 공기 탓에 대기오염이 더해져 회색빛 세상이 되곤 한다. 사유의 계절인 겨울은 메마른 갈색만 남긴 채 맨살을 드러낸 나뭇가지에 안갯속 잿빛이 내려앉는다. 산과 들이 그러하듯 새들도 겨울에는 깃털을 회색으로 바꾼다. 까만 밤하늘에 내리는 눈발, 혹은 창백한 달빛, 숨죽여 엎드린 겨울은 색깔을 버리고 또 다른 성장을 모색한다. 활동이 줄어들면 생각이 깊어지고, 창의력이 솟아난다. 그래서 기나긴 겨울을 견디는 유럽에서 철학과 예술이 피어났다. 밝고 ...
입력:2017-12-21 05:25:01
[서양화가 황주리의 나의 기쁜 도시] 브루나이, 행복의 나라로
황주리 그림 그 이름도 낯선 브루나이 왕국의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에 처음 가본 건 2009년이었다. 오래 전 황금색 지붕이 밤하늘에 아름답게 빛나는 동화 같은 풍경을 얼핏 여행 책자에서 본 이후, 실제로 그곳은 내가 가본 가장 신기한 나라 중의 하나다. 교육과 의료와 외국 유학마저 전부 나라에서 공짜로 책임져주는 그런 나라를 상상해 본 적 있는가? 해마다 설날이면 국왕이 모든 국민들에게 세뱃돈을 준다고도 했다. 브루나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라의 하나이며, 동시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 나라...
입력:2017-12-15 05:25:01
[색과 삶] 곶감 예찬
경북 상주 곶감덕장 고향 다녀오는 길에 곶감 한 상자를 샀다. 반쯤 말린 반건시 상주 곶감이다. 이맘때 곶감은 주홍빛이 탐스럽고 말랑말랑해서 먹기에 딱 좋다. 내 어릴 적 겨울에는 세끼 밥이나 고구마를 제외하고는 먹을거리가 귀했다. 겨울방학에 접어들 무렵, 대청마루 추녀 안쪽에 매달아 놓은 곶감을 채 마르기도 전에 하나씩 빼먹곤 했다. 곶감이야말로 그 시절 최고의 간식이었다. 겨울철은 일조량이 적고 채소도 흔치 않아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스럼을 달고 살았다. 곶감은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식품이라 겨울철 영...
입력:2017-12-14 05: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