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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칼럼] 병목 사회 증후군
2018년,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게 저물고 있다 ‘해도 안된다’는 자조 넘치고 기득권 벽 강고해져 병목 현상 방치하면 모든 분야 발전의 동력 꺼질 수 있어 정치적 리더십이 길에 나가 병목을 푸는 모범 보여야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이 창대한 해는 연말도 흥겹다. 아쉽게도 2018년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게 저물고 있다. 비핵화도 경제도 민생도 정치도 연초의 희망은 연말의 실망으로 돌아왔다. 500포인트가 빠진 증시와 반 토막 난 대통령 지지율이 이를 씁쓸히 상징한다. 당장 어려울수록 긴 호흡으로 지난 세월을 돌아보고 자부심...
입력:2018-12-24 15:05:02
[한마당-염성덕] 중국의 안티 크리스마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누가복음 2장 14절) 아기 예수의 탄생 의미를 압축적으로 서술한 성경 구절이다. 복된 성탄절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합창하고 있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인터넷에는 산타클로스들의 선행이 넘쳐난다. 내전의 상흔이 짙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산타클로스 장난감이 팔리고, 무슬림 국가인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남자들이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프랑스 ...
입력:2018-12-23 15:10: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인간을 위한 최소한
서부발전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끔찍한 뉴스는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된다. 간신히 내게 깃든 평온이 나와 무관한 것들로 흔들리는 게 싫은 마음. 이 마음은 잘못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나의 무심함이 누군가의 비극이 되고 또 그 비극이 나의 현실이 되는 일은, 설령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할지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발전’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저버렸던 ‘인간다움’이 비극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삼 이상한 것은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고 국민총생산도 높아졌다는 뉴스다. 일자리 환경...
입력:2018-12-23 15:05:01
[뉴스룸에서-장지영] 한국 성평등 115위 vs 10위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8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이 149개국 가운데 115위에 랭크됐다. 관련 기사에는 예상대로 “납득할 수 없다”는 분노 어린 남성들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이와 관련해 빠짐없이 언급되는 것이 지난 9월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2018 인간 개발 보고서’ 중 성 불평등 지수에서 한국이 성평등 10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수년째 두 보고서가 발표될 때마다 한국에선 극단적인 순위 차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성 격차 지수와 성 불평등 지수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초점을 둔 통계가 ...
입력:2018-12-23 15:05:01
[김진홍 칼럼] ‘제왕적 청와대’가 미꾸라지 키웠다
청와대 특감반에 의해서만 국내 정보 수집되는 만큼 권한이 남용될 여지 커 본질 벗어난 우왕좌왕 해명과 언론에 대한 신경질적 반응 등 청와대 난맥상 실망스러워 청와대 특별감찰반 파동은 청와대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감반 6급 수사관(김태우)인 미꾸라지 한 마리를 상대로 관련 참모들이 모두 나서서 전면전을 펴다 결국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선회했으나 초동 대응부터 최근까지 청와대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미꾸라지의 치밀한 공격으로 수세에 몰리자 당황한 탓인지 자신들이 도덕적으로 가장 우월하다는 오만함과 언론에 대한 ...
입력:2018-12-23 15:05:01
[한마당-신종수] 박항서의 민간외교
베트남전에 한국은 1964년 9월부터 73년 3월까지 32만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미국(55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처음에는 비전투부대를 파병했으나 지상전이 가열되던 65년부터 맹호부대 청룡부대 백마부대로 불리는 전투부대를 보내 남베트남을 도왔다. 수도사단, 제2해병여단, 제9사단 등이 순차적으로 투입됐다. 하지만 베트콩들은 체구가 큰 미군들은 다니기 어려운 낮고 좁은 대규모 터널로 이동하거나 정글에 매복하는 게릴라 전술로 장기전을 벌였다. 60년에서 75년까지 이어졌던 전쟁에서 결국 미국이 졌고 베트남은 공산화 됐다. 닉슨 대통령이 미국...
입력:2018-12-21 15:05:02
[역사 여행] 한국과 미국의 선거제 개혁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48.2% 득표율로 46.1%를 득표한 도널드 트럼프보다 무려 287만여표나 더 얻었지만 백악관 입성에 실패했다. 인구수가 각기 다른 각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306대 232로 밀린 것이다. 선거 후 ‘캐나다로의 이민 신청이 쇄도했다’는 등 미국 사회의 ‘멘붕’ 상태가 SNS를 통해 전해졌고, 그런 결과를 초래한 선거인단 선거제도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도대체 287만표를 덜 얻은 인물이 어떻게 대의민주주의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나’ 하는 볼멘소리 말이다. ...
입력:2018-12-21 15:05:02
[논설실에서] 3색 문래동
슈퍼카 브랜드 영국 맥라렌의 600LT가 그 미려한 모습을 지난 13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영국에서 지난 7월 공개된 모델로 ‘트랙의 괴물’로 불린다. 그런데 슈퍼카 맥라렌 600LT의 미디어 론칭 행사가 열린 곳이 의외의 장소여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서울의 화려한 도심이 아닌 영등포구 문래동 대선제분의 허름한 옛 공장 안이었다. 서울시와 영등포구는 지난달 6일 이 폐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고 선포식을 가졌다. 80년 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공장건물의 역사와 가치에 주목, 허물지 않고 최대한 활용하는 재생 방식을 택했다. 내...
입력:2018-12-21 15:05:02
[한마당-배병우] 부활한 ‘서별관·녹실회의’
지난 10일 취임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비공식 협의 내지 대화 채널의 보강이다. 먼저 홍 부총리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간 금요 회동이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은 매주 금요일 점심을 함께하며 비공식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다. ‘관치의 온상’으로 비판받아 2016년 6월 이후 사라졌던 이른바 ‘서별관회의’도 복원됐다. 비공식 거시경제금융점검회의 성격인 서별관회의는 청와대 일반문인 연풍문 근처에 있는 서별관에서 열린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관련 부처...
입력:2018-12-20 15:10:01
[세상만사-강준구] 투사와 조율가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공직사회와 총성 없는 전투를 벌였다. 문 대통령은 대선 재수 기간 북핵과 경제정책, 권력기관 개혁방안 등을 완성한 상태였다. 북핵 문제는 필요하면 남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서라도 경협 주도의 비핵화를 이끌겠다는 전략이 확고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극심한 경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경제적 약자의 지갑을 두텁게 해줘야 한다는 정책적 소신이 있었다. 국가정보원과 검·경 개혁 작업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속도를 냈다. 하지만 보수정권 9년 반은 긴 시간이다. 청와대는 공무원의 보수화를 여러 차례 하소연했다. 통일부가 ...
입력:2018-12-20 15:05:01
[여의춘추-손영옥] AI 시대, 차라리 로봇 국회의원 어떤가
인공지능이 예술을 창작하고 진품인지도 판단하는 시대 단순 반복이나 어제와 똑같이 일하는 직업은 살아남지 못해 특권 많고 호통·구태 반복하는사람보다 AI의원이 더 나을 듯 얼마 전 현대자동차가 미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대차 아트살롱’에 참석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예술: 자연성과 인공성’이란 주제가 솔깃했다. 강사 이력도 구미가 당겼다.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가 작가로 참여해 화제가 됐던 2018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그 총감독을 맡은 유원준 더 미디엄 대표가 강연자였다. 예술의 미래를 논하는 강연 ...
입력:2018-12-20 15:05:01
[혜윰노트-강민정] 청년이 정착하는 ‘청정지역’
가을이 막 겨울로 바뀌어가는 계절에 강원도 영월 석항트레인스테이에 학생들과 함께 다녀왔다. 올해 8월 ㈜오요리아시아가 위탁경영을 맡아 재개장하게 된 석항트레인스테이는 복합문화공간을 겸비한 게스트하우스다. 폐광지역 마을살리기라는 지역혁신 의제에 사회적 기업의 혁신성을 결합한 곳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석항트레인스테이와 같은 지역혁신 비즈니스가 많이 생겨나면 지역에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들이 지역에 와서 취업하고 창업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모았다. ...
입력:2018-12-20 15: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우리를 집어삼킨 구멍
7년 전 어느 봄밤, 사고가 닥쳤다. 생사를 장담하기 힘든 고비는 넘겼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을 허락하지 않는 통증과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머리맡에 죽음을 부려놓고 잠들곤 했다. 그러는 동안 나만 괴로웠던 것도 아니다. 나를 위해 어떤 순간에도 약해질 수 없었던 부모님과 엉망으로 부러져버린 누이의 미래와 마주해야 했던 동생이 고통의 시간을 함께했다. 육친과도 같았던 친구들 역시 나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내가 지고 있는 고통을 기꺼이 나누어서 지려 했다. 사람들의 말처럼 고통을 나눈다고 고통이 작아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
입력:2018-12-20 15:05:01
[한마당-라동철] 침묵의 살인자
은밀하게 다가와 목숨을 앗아가는 존재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뇌졸중 고혈압처럼 이렇다 할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들에 붙어 있다. 단열재 보온재 등 주로 건축자재로 쓰이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연중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불청객 미세먼지, 폐암 등을 유발하는 담배도 이런 달갑지 않은 별칭을 갖고 있다. 다들 그럴듯한 이유를 갖고 있지만 침묵의 살인자의 대표주자는 일산화탄소라고 할 수 있다. LPG 등유 연탄 목재 등 탄소가 포함된 물질이 불완전 연소돼 발생하는 이 물질은 색도, 냄새도, 맛도, 자극성도 없는 그야...
입력:2018-12-19 15:05:01
[한마당-전정희] 3·1운동 백주년과 공동체 정신
36년 전 대학생 기자 시절에 찾은 경기도 화성군 제암리교회는 농촌의 한적한 예배당 풍경 그대로였다. 1919년 3·1운동 당시 수십명이 문이 잠긴 이 교회에 갇혀 불에 타 죽었다. 일본은 4월 15일 ‘독립운동에 가담하는 자는 최소 징역 10년, 독립자금을 대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포고문을 냈고 제암리교회 학살은 시범 사례가 됐다. 이후 교회는 감시에 눌려 해방 후까지 전임 목회자가 없었다. 교회는 59년 이승만 대통령이 친필을 내린 후에야 조직교회로서 틀을 갖췄고 69년 일본의 기독교인들이 대신 사과하고 성금으로 예배당을 지어주면...
입력:2018-12-18 15:10: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사회관계망의 선순환
블로그를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는데, 개원할 때부터 의원 이름으로 시작했으니 상업적인 블로그이다. 상업적이라고 과장광고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는 검색해서 궁금했던 정보를 얻고, 나는 내 의원 이름을 알리면 괜찮겠다 싶었다. 독후감이나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 글을 올리며 지냈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였는데 그로 인해 삶이 꽤 바뀌었다.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어서 공모전 응모나 출판계획서를 냈고, 내는 족족 탈락했는데, 막상 블로그를 통해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첫 책을 낼 수 있었다. 지금 여기 글을 쓰는 것도 연락이 끊겼...
입력:2018-12-18 15:05:02
[청사초롱-원재훈] 베트남 무적
유년시절, 외갓집 삼촌은 월남에서 미군 통역장교로 근무하고 귀국했다. 월남에서 번 돈으로 서울 신림동에 있는 집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그분은 판사나 검사가 될 수 있었던 재능을 희생하고 장가도 가지 않고 월남에 다녀와 무너진 집안을 일으켰다고 했다. 전쟁 중이었던 월남에 다녀오면 한 재산 모은다는 이야기를 아주 어렸던 내가 기억을 하는 걸 보니, 베트남은 황금의 땅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그것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결과물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소년기에 베트콩은 미국이라는 ‘람보’의 총에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
입력:2018-12-18 15:05:02
[염성덕 칼럼] 文 대통령, 시행착오 줄여라
잘못된 경제정책 궤도 수정에 적극 나서야… 北 두둔하는 ‘갈라파고스 외교’ 밀어붙이면 국제무대에서 외톨이 되기 십상 탈원전에 대한 국내외 여건 크게 달라진 만큼 탈원전 폐기 여부를 국민에게 물어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임기제 대통령이라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국민의 배를 주리게 하려는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민생이 피폐해지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고, 정권 재창출의 희망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입력:2018-12-18 15:05:02
[돋을새김-고승욱] 책임총리는 어디 있는가
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그제 출국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요즘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최대한 나누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철학이 1년반 넘게 국정에 반영되면서 실세 총리의 면모를 한껏 보여주고 있다. 출국할 때 타고 간 공군 1호기에는 외교부·환경부 차관, 관세청장을 비롯한 각 부처 공식수행원 19명이 함께했다. 54개 기업과 경제단체 대표들도 동행했다. 총리가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임명 과정에서 실질적인 인사제청권을 행사한 직후여서 의미가 남달...
입력:2018-12-17 15:05:01
[한마당-이흥우] 진실의 수호자
미얀마 국적의 로이터통신 소속 와 론, 초 소에 우 두 기자는 1년 넘게 미얀마 내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슬람계 소수 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집단 살해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하다 미운털이 박힌 탓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미얀마 지도자 아웅산 수치는 국제사회의 들끓는 여론에도 로힝야족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진실을 찾기 위한 두 기자의 끈질긴 추적보도가 없었다면 아웅산 수치는 여전히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만 남아 있었을 게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는 지난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잔인하게 살해...
입력:2018-12-17 15:05:01
[김명호 칼럼] 문 대통령이 노 저을 때다
구속력 없는 정치적 합의는 깨질 가능성이 많다. 의지 약한 거대 양당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딴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역주의 기댄 독과점 정치 구조 타파는 가장 중요하고 선한 정치 행위… 대통령 강조한 선거제 개혁에 물이 들어온다 꿈쩍 않던 선거제도 개혁이 겨우 첫걸음을 뗐다. 굳이 ‘겨우 첫걸음’이라는 표현을 끌어다 쓴 건 자기를 내던진 단식도, 원내대표 간 합의도 국회의원 밥그릇을 건드리거나 기득권 축소에 영향을 미친다면 성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경험칙 때문이다. 게다가 합의문을 들여다보니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지...
입력:2018-12-17 15:05: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미래가 생성되는 시간
연말에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오남매 중 나를 제외한 모두가 결혼한 데다 조카까지 두셋씩 두었으니 스무 명가량 되는 대식구였다. 하지만 경상도 집안의 무뚝뚝함은 인원수와 상관없는 것. 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 외에는 간혹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전부였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다감하고 자상한 둘째 형이 있었다. 둘째 형은 서먹한 침묵을 화목한 대화로 돌려놓기 위해 애썼다. 하나하나 건강과 사업과 주변에 대해 차례차례 묻다가 마지막 차례로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나에게 물을 말은 뻔했다. 문학이 가진 안팎의 어려움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후 근황을 묻는 것...
입력:2018-12-16 15:05:01
[가리사니-이경원] 빚투
계좌는 열고 통장은 만드는데, 마이너스통장이란 뚫는 거구나. 서류만큼 꼼꼼한 표정의 은행원 앞에서 빚을 지면서 나는 철없게도 유전지대에 시추공을 꽂는 장면을 상상했다. 김이 나다 이윽고 원유가 콸콸 솟구치는 광경을 그리면, 소득증명원으로 인생을 채점 받는 순간에도 괜히 안도감이 드는 것이었다. 급한 불을 끄면 후배들에게 술도 사리라…. 뚫린 건 돌파구가 아니라 신용이었다. 검은 빛으로 떠오른 건 원유가 아닌 미래였다. 문자메시지로 차용증이 몇 번이나 날아온 뒤에야 가슴이 철렁했다. 잔액과 이자가 얼마, 고객님 주소나 연락처가 바뀌면 콜센...
입력:2018-12-16 15:05:01
[뉴스룸에서-김남중] 기초의원 선거제도 개편의 추억
국회가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을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했다. 비례대표를 늘려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야3당의 단식 농성과 여론의 압박으로 이뤄낸 결과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 때문에 저항감을 가진 이들이 많다. 그러나 ‘국회를 이대로 둘 거냐’고 질문을 던진다면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국회개혁의 핵심이 바로 선거...
입력:2018-12-16 15:05:01
[조용래 칼럼] 시간강사법도 의도만 좋았을 뿐
이상적인 목표만 앞세울 뿐 구체적인 방안 치밀하게 설계하지 못하고 내놓은 정책은 늘 그 모양 강사들 일자리 상실, 전임교원들 부담 증가, 학생들 학습권 침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선한 의지가 늘 선한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좋은 뜻도 일방적으로 펼쳐지면 자칫 반감을 사기 쉽다. 상대의 처지를 배려하고 교감을 우선할 때 비로소 선한 의지는 선한 결과를 낳는다. 요즘 교계에서는 ‘봉사’보다 ‘나눔’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 시혜적이고 자기과시적인 태도를 경계하고 상대와 더불어 연대하자는 의지...
입력:2018-12-16 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