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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임성수] 물을 가르는 대통령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가르고 온 것 같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며 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인상적이다. 모든 정치인의 꿈은 대통령이라는데, 해보고 나니 흔적도 남지 않는 ‘물 가르기’처럼 허무하다는 말이다. 2009년 4월 20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를 얼마 앞둔 시점에 한 말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무력감이 느껴진다. 정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닐뿐더러, 어쩌면 유력한 수단도 아니다. “정치는 정치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하면 되지.” 정치의 정점, 권...
입력:2019-01-10 15:05:01
[혜윰노트-홍인혜] 마디가 필요하다
어느 밤 친구와 카페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미 긴긴 대화를 나눈지라 말할 거리도, 마실 거리도 잔 바닥에 말라붙어 가고 있다. 지금 시간은 오후 9시52분, 친구의 눈꺼풀에 졸음이 내려앉는 것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타입의 사람이 존재한다. 지금 시간이 몇 시든 ‘이만 일어날까’ 하는 사람과, ‘지금 9시52분이니까… 우리 10시에 일어날까’하고 말하는 사람. 나는 명명백백 후자의 사람이다. 그리고 사실 나와 같은 성미의 사람이 많음을 안다. 우리는 급박한 마감을 앞두고 쓸데없는 웹 서핑을 하다가도 문득 시계를 ...
입력:2019-01-10 15: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프레임 바깥의 당신
틈나는 대로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부모님 사진을 중심으로 앨범을 몇 권 만들어 볼 생각에서다. 그러자면 블로그와 카페, 클라우드 등 온라인상에 흩어져 있는 사진을 선별해 한곳에 모으는 일부터 해야 했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다시 휴대폰 카메라로 옮겨오는 동안 쌓인 사진은 대충 헤아려 봐도 2만여장이나 되었다. 필름값과 인화비용에서 벗어났다고 고민 없이 셔터를 눌러댄 탓이었다. 그동안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시작으로 지금의 SNS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고 사진을 업데이트했다.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클라우드와 동기화해 저장하는 것도 잊...
입력:2019-01-10 15:05:01
[샛강에서-김준동] 또 한 해를 시작하며
내 고향은 두메산골이다. 오죽했으면 ‘골짜기 안’이라는 뜻으로 ‘골안(고란)’이라고 지었을까. 지금도 마을을 오가는 버스가 하루 한 차례에 불과하다. 폭설이라도 쏟아지면 버스는 좁고 가파른 긴 마을 어귀를 넘지 못한다. 울퉁불퉁한 자갈이 삐죽삐죽 솟아있어 더 그렇다. 유일한 외부 통로가 끊기는 셈이다. ‘하늘에는 성근 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던 곳’이라는 정지용의 ‘향수’가 저절로 읊어질 정도다. 어찌 그리 흡사...
입력:2019-01-09 15:05:01
[한마당-김용백] 반려견 노로바이러스
요즘 방역 당국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겨울철(12~2월) 식중독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식중독은 실내 집단급식과 난방 개선으로 어느새 사철 감염병이 됐다. 부쩍 늘어난 겨울여행이나 겨울산행, 설 명절을 전후한 활발한 이동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다. 겨울철 식중독(급성 위장관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주로 노로바이러스(Human NoVs)다. 변종이 200여개나 돼 예방에 애를 먹는다.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고 낮은 기온에서 활동이 더 활발해 생존력과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설사, 구토 등을 유발시키고 발열&midd...
입력:2019-01-09 15:05:01
[내일을 열며-김영석] FA 뒤에 숨겨진 거액 옵션
삼성 라이온즈 차우찬은 2015년 12월 LG 트윈스와 FA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55억원, 연봉 10억원 등 총액 95억원이 이적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후 삼성 측은 “100억원과 플러스알파를 제시했다”고 공개했다. 차우찬은 삼성이 제시한 100억원이 넘는 금액 대신 LG의 95억원을 선택한 형국이다. 롯데 자이언츠 장원준은 2014년 11월 두산 베어스와 84억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롯데는 장원준에게 88억원을 제시했었다. 이뿐 아니다. 2017년 11월 롯데 강민호는 80억원의 FA 계약을 맺고 삼성 이적을 발표했다. 이후 롯데가 공개한 제시액은 80억원이었다....
입력:2019-01-09 15: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백번을 환자 자리에 앉더라도
7년간 같은 병원에 있었고 25편의 논문을 함께 쓴 교수님이 헌신하고 열정을 쏟던 장소에서 황망하게 세상을 뜨신지 이제 열흘이 되었다. 그분이 돌아가신 과정을 들으며, 열 군데 칼을 맞은 스승의 굳어가는 얼굴을 보며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던 레지던트 후배를 보며, 예전과는 달리 어떤 평범하지 않은 세계로 건너간 듯한 은사님들의 표정을 보며, 각자의 삶에 애써 묻어 놨던 예전 트라우마들까지 한꺼번에 살아나는 참 힘든 한 주였다. 아버지와 시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을 때와는 다른 분노와 죄책감, 안타까움, 걱정이 몰려왔다. 내원하는 환자분들은 오히...
입력:2019-01-08 15:05:02
[한마당-배병우] 김용 世銀 총재의 못 다한 꿈
한국계 미국인 김용(미국명 짐 용 김) 세계은행 총재의 강연에는 한국 사례가 자주 등장한다. 1950년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선진국에 올라선 것을 예시하며 “제3세계에 만연한 질병과 빈곤 극복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역설한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서 보냈던 유년기와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에 온 자신의 부모의 경험, 그리고 자신에게로 이어진 꿈을 엮어 펼치는 얘기는 감동적이다. 2017년 테드 강연에서는 한국에서 살던 3살 때 색동옷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스크린에 띄웠다. 그러면서 당시 세계은행 총재가 한국에 ...
입력:2019-01-08 15:05:02
[청사초롱-윤철호] 협회 회장 월급이 얼마야?
“윤 회장, 그거 월급이 얼마야?” 재작년 2월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이 된 나를 만난 지인들이 자주 물었던 질문이다. “월급? 그런 거 없어. 여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돈을 써야 되는 자리야.” 모르긴 몰라도 많은 협회가 해야 할 일에 비해 돈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회장이 사비라도 털어야 한다. 사람들은 조금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다음 질문. “차는 나오지?” “차? 무슨 차? 협회에서 회장한테 차를 내주냐고? 차가 어딨어, 내 차 내가 몰고 다니지.” “그래? 정부에서 돈 나오...
입력:2019-01-08 15:05:02
[길 위에서] 끝을 생각하다
2019년 새해를 맞으며 생각해봤다.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예상치 못한 부고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2018년 마지막 날 전해진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의 마지막 모습이 큰 계기가 됐다. 도와주려던 사람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당하던 순간에 두 차례나 뒤를 돌아보며 다른 이의 안전을 챙겼던 고인의 마지막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이 평생 소명에 충실하고 타인을 사랑했던 그의 삶을 대변하는 듯했다. 어떤 결말을 염두에 두는지에 따라 글의 전개가 달라지듯 삶도 그러할 것이다. ‘인생, 전도서를 ...
입력:2019-01-08 11:10:02
[돋을새김-남도영] ‘리버럴’ 유시민의 불출마
장관 유시민은 꽤 괜찮았던 모양이다. 그는 노무현정부 후반기인 2006년 2월부터 2007년 5월까지 1년3개월간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함께 근무했던 공무원 A씨는 “인기 많은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유시민 장관은 판단력이 뛰어났고 결정이 빨랐다. A씨는 “공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관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장관”이라며 “유 장관은 판단력이 뛰어났고, 어떤 보고나 현안도 명쾌하게 이해하고 정리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작가 유시민은 베스트셀러 작가다. 20여 권의 책을 냈는데, 나오는 책...
입력:2019-01-07 15:05:01
[박형준 칼럼] 특별감찰반은 없애는 것이 답이다
권력형 범죄 예방과 공직자 통제 기능 있는 특감반은 법률 아닌 청와대 편의적 조직 복종 노리는 은밀한 공포감 조성은 권력이 애용하는 기술… 민주·공화주의와 맞지 않아 태양을 등 뒤에 두고 무법자가 나타난다. 적이 나타나자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진다. 그러나 먼저 총 쏜 이들이 오히려 쓰러지고 무법자는 뿌연 총연 속에 석양 속으로 사라진다. 옛날에 봤던 ‘석양의 무법자’ 한 장면이다. 특별감찰반 문제를 다룬 국회 운영위 모습이 딱 그랬다. 야당이 난사를 했지만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은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 무수한 슛을 ...
입력:2019-01-07 15:10:01
[한마당-라동철] 공시가격 논란
토지 주택 건물 등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매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다. 둘을 통칭해 부동산 보유세라고 한다. 보유세 세액은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 비율, 세율 등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부동산 가격(시세)의 일정 비율을 적용한 공시가격이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단독주택 418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준거가 될 표준 단독주택 22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오는 25일 발표한다. 1298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공시가격은 4월 30일 발표될 예정이다. 올해 보유세 결정에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종부세 세율 인상, 공시가격...
입력:2019-01-07 15:05:01
[한마당-김명호] 空約의 최후
지난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공약(空約)이라고 느꼈지만, 그 좋은 취지에 이끌려 사람들이 ‘위시 리스트(wish list)’ 이상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었겠구나 하긴 했다. ‘국민과의 소통’과 ‘청와대 개방’이란 취지는 누구도 반대 못하는 명분이고, 시대 흐름과도 맞았다. 2012년에도 문재인 후보 측이 내놓았지만 주목받지 못했고, 2017년에는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전 정권의 완벽한 소통 부재, ...
입력:2019-01-06 15:05:01
[김진홍 칼럼]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나무라서야
드루킹 이어 김태우·신재민에 대한 여권의 인신공격과 비난, 조롱, 압박 지나쳐 현 정권에 실망한 그들은 ‘이게 나라다운 나라냐’고 묻고 있어 새해 초, 정국이 어수선하다. 여권의 표현을 빌자면 ‘미꾸라지’(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와 ‘망둥이’(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가 그 중심에 있다. 그들의 폭로는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울 정도다.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작성, 여권 인사의 비리 첩보 묵살, 민간기업 사장 교체 시도, 국채 발행 압박 등등.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권이 자랑해온 도덕성은 허울...
입력:2019-01-06 15:05:01
[뉴스룸에서-천지우] 지질한 남자가 할 수 있는 일
국내에서도 10대의 총기난사 인질극이 있었다. 학생도 군인도 아닌, 강원도 산골에서 화전을 일구던 16세 소년 2명이 서울시내 다방에서 벌인 일이다. 1971년 8월 동네 친구인 김군과 박군은 마을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 소총 2정과 실탄 수백 발을 훔친 뒤 상경, 영등포의 한 다방에서 10여명을 인질로 잡고 3시간 넘게 난동을 부렸다. 출동한 경찰 1명과 행인 1명을 쏴 죽였다. 길거리에도 총을 난사해 시민 4명이 다쳤다. 두 소년은 다방으로 전화를 걸어온 기자들이 자수를 권하자 “살기 싫으니 집어치우라”며 짜증을 냈다. 둘은 새벽시간에 잠시 졸았고 그 ...
입력:2019-01-06 15:05:01
[살며 사랑하며-신용목] 삶은 그렇게 특별해진다
왜 인간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입에 넣은 사탕이 다 녹기도 전에 둘로 쪼개져 불안했던 적이 있다. 그날은 누군가와 결별할 것 같았고 위태롭던 사랑이 끝날 것 같았다. 쪼개진 사탕을 억지로 붙여놓으려고 했을 때 느꼈던 한 뭉텅이 반죽 같던 혀의 우둔함. 나는 그날의 불행을 모두 사탕 탓으로 돌렸다. 그때 사탕은 사탕을 넘어서 일순간 전능해졌던 것이다. ‘의미’의 거처가 시시콜콜한 개인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도 그렇다. 농사가 중요했던 시대야 적절한 때 씨를 뿌리고 거두기 위해 절기와 명절이 필요했다지만, 지금이야 그 상징...
입력:2019-01-06 15:05:01
[한마당-태원준] “새해 복 많이 베푸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말이 관용어처럼 돼버린 탓일 텐데, 농담을 좋아하는 이들은 온라인 낱말사전에 ‘새해복’이란 단어를 슬쩍 끼워 넣으며 ‘복어의 일종’이라고 정의했다. “미국에선 해피뉴이어, 중국에선 신녠콰이러 등으로 불리며 세계 각지에 서식한다. 12월 말~1월 초 대거 번식하는 습성을 가졌다. 독이 있어 한국에선 복주머니에 담아 유통해왔다…” 하면서 능청맞은 풀이를 곁들였다. 해마다 이맘때 주고받는 인사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복주머니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시작됐다. 정월이 ...
입력:2019-01-04 15:10:01
[논설실에서] 어머니의 이름으로
어머니의 이미지는? 따뜻함, 포근함, 아늑함, 인자함이다. 그리고 ‘언제나 내 편’이라는 동지의식까지. 아무리 못난 자식도 어머니에겐 당신보다 소중한 존재다. 경북 청도의 60대 어머니는 자신을 흉기로 찌른 아들에게 행여 경찰에 붙잡힐까봐 마지막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피 묻은 옷 갈아입고 가”라고 아들 걱정을 먼저 했다고 한다. 모성은 참으로 위대하고 숭고하다. 막심 고리키의 소설 ‘어머니’는 나약한 존재에서 사회 변혁의 선봉에 선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정뱅이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무시당하고 살...
입력:2019-01-04 15: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당신 없이 맞는 새해
한 해의 마지막 날, 아빠가 안 계시는 아빠 집에 가족들이 모였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웃고 떠들며 마련해 간 음식과 술을 먹고 마셨다.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크림케이크도 준비했다. 아이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소원을 빌고 촛불을 불어 끌 수 있도록, 촛불에 불을 붙이고 뒤죽박죽인 축하 노래 부르길 반복했다. 촛불 끄기가 다 끝나자 아이들은 각자 숟가락을 들고 아이스크림케이크에 달려들었다. 다른 때와 달리 아무런 제재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왁자지껄 즐거워했고, 그런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도 ...
입력:2019-01-03 15:10:01
[혜윰노트-한승태] 공장서 내 손이 기계에 끼였을 때
어느 날 작업 중에 기계에 손이 끼였다. 당진의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손가락 끝이 고정 장치와 부품 사이에 걸렸다. 있는 힘껏 손을 잡아당겼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머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드릴이 달린 로봇 팔이 굉음을 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정상적인 사고체계는 무너져 내렸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된다는 설명을 여러 차례 들었다. 방법도 간단했다. 이를테면, 파란색 버튼을 누른 다음 녹색 버튼을 누른다, 식으로. 그러면 기계가 멈추고 고정 장치가 풀리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내 머릿속은 이런 상태였다. ‘손...
입력:2019-01-03 15:05:01
[한마당-이흥우] 귀하신 몸, 명태
이렇게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녀석은 없을 게다. 같은 녀석인 데도 상태, 잡힌 시기 및 장소, 습성, 잡는 방법 등에 따라 무려 30여 개 이름으로 불린다. 조선시대 함경도 명천(明川)에 사는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가 처음 잡았다고 해서 이름이 지어졌다는 명태(明太)다. 명태는 계절에 따라 춘태 추태 동태로, 잡는 방법에 따라 그물로 잡으면 망태, 낚시로 잡으면 조태라 불린다. 보관 방법에 따라 갓 잡은 건 생태, 얼린 건 동태, 건조한 건 북어, 반쯤 말린 건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누렇게 말린 건 황태다. 황태를 만들려다 실패한 먹태, 백태, 깡태, 파태...
입력:2019-01-03 15:05:01
[한마당-라동철] 바오밥나무 돌연사
미국 뉴스 전문채널 CNN이 최근 방송에서 아프리카 남부의 거대한 바오밥나무들이 잇따라 죽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술지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에 실린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2년 동안 수령이 오래 되고 덩치가 매우 큰 바오밥나무 14그루가 고사했거나 줄기 일부가 갈라져 반고사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수령이 2000년 이상인 3그루, 1000~2000년인 6그루가 포함됐다고 한다.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남부와 대륙 남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호주 북부에서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식물원 에서나 볼 수 있지만 프랑스 ...
입력:2019-01-02 15:05:01
[내일을 열며-서윤경]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할많하않’. 급식을 먹는 나이인 초·중·고교생이 주로 사용하는 ‘급식체’다. 어떠한 사건, 상황 등을 접했을 때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할 가치가 없음을 표현하는 이 단어를 풀어 쓰자면 이렇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그들이 그랬다. 억울함을 대신 호소해 줘도 나서지 않았다. 이 정도 억울함이라면 분기탱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공감은 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다는 바로 그 말 ‘할많하않’이었다. 그들 세상을 처음 알게 된 건 2000년이다. 당시 벤처...
입력:2019-01-02 15:05:01
[한마당-전정희] 100세 맞은 철학자 김형석 교수
우리 시대의 철학자이자 그리스도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가 됐다. 3·1운동 이듬해 태어나 백수(白壽)가 된 것이다. 고향 평남 대동은 여전히 갈 수 없는 땅이다. 김 교수는 일본 조치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다. 1980년대 초까지 연세대에서 수많은 후학을 길러냈다. 그가 60, 70년대에 쓴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의 철학산책 저서는 우리네 팍팍한 삶에 위로가 되곤 했다. 동료 철학자 안병욱, 수필가 피천득 등과 함께 서정적 문체의 힘을 보여주는 현자였다. 새해 ...
입력:2019-01-01 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