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사랑하며] 한국영화의 저력
- 며칠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하는 장면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히 고전적으로 들리지만 내 취미는 영화 감상이다. 영화광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던 시기는 한 번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매달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집에서도 영화를 즐겨 본다. 처음 극장에 가본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여름방학이 되어 집에서만 보내고 있던 내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오빠는 좋은 곳에 데려가준다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그때 본 영화는 ‘슈퍼맨 2’였다. 하늘을 나는 망토를 걸친 슈퍼맨만큼이나 처...
- 입력:2020-02-11 15:05:02
- [청사초롱] 곧음으로 원수를 갚는 일
- 지금은 가히 불신과 의심을 넘어 분노와 증오의 시대라 할 만하다. 조금이라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자신에게 해가 되면 분노하고 증오한다. 맹자가 이른 대로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의 칠정(七情)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이리니, 분노와 증오까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보아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노와 증오가 쌓이면 원수가 되고 그러면 복수를 해야 한다. 복수의 시대야말로 생지옥이다. 증오와 분노가 복수로 폭발하여 무차별적인 살상을 저지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국내적으로 지역과 당파가, 국제적으로 국가와 민족이 생각과 이해가 다르다고 서...
- 입력:2020-02-11 15:05:02
- [이흥우 칼럼] 검찰정치
- 선택적 수사를 하고 담당 검사에 따라 기소 여부 달라질 수 있다 판단하니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것 대선 적합도 2위 尹 총장, “정치할 생각 없다” 했으나 대호프로젝트’ 소문 무성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 17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가 끝난 뒤 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낱말, ‘검사스럽다’의 정의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의 딸 표창장 위조 혐의에 두 개의 공소장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매우 적확한 정의다. 정 교수 ...
- 입력:2020-02-11 15:05:02
- [길 위에서] 우리의 소원
- 역사적인 날이었다. 미국 문화의 심장에서 또렷한 한국어가 들렸고, 한국 주인공들은 무대를 장악했다. 객석에 앉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은 더 말하라며 “업 업 업”을 외쳤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은 품격 자체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2020 오스카의 최고, 최악의 순간’이란 기사에서 봉 감독을 ‘가장 마음 따뜻한 승자’(The Most Heartwarming Winner)로 칭하면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을 향한 존경의 표현을 높이 샀다. 한국 영화 101년, 미국 아카데미 92년 역사를 새로 쓴 봉 감독의 기생충 수상 소식은 신종 ...
- 입력:2020-02-11 11:05:01
- [한마당] 아카데미 울린 ‘부재의 기억’
- “119 상황실입니다” “살려주세요. 배가 침몰되는 거 같아요” “위치 말해주세요. 위치” “위치를 잘 모르겠어요” “배 이름 뭡니까” “세∼월∼호요. 세월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2분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과 최초 신고자의 통화다. 영화는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긴박한 대화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황은 숨가쁘게 전개된다. 8시56분. “현재 계신 위치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여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막 그러...
- 입력:2020-02-10 15:05:01
- [돋을새김] 반가운 스타의 귀환
- 연초인 1월 3일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의 AC 밀란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이하 즐라탄·39)의 8년 만의 복귀를 공식 밝혔다. 즐라탄은 2010-2011시즌부터 두 시즌만 밀란에서 뛰었지만 85경기에서 56골을 터뜨리며 입단 첫 시즌에 팀의 우승을 이끌어낸 스타다. 복귀 후 한 달여. 올 시즌 하위권으로 밀려났던 명문 밀란은 즐라탄의 영입 후 톱 10에 오르며 상위권 진입을 노크 중이다. 즐라탄은 이 기간 6경기 3골을 넣어 건재함을 입증했다. 왕의 귀환에 팬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요즘 축구계는 ...
- 입력:2020-02-10 15:05:01
- [한마당] 내부 고발자
- 조직 내부의 부정부패와 비리 등을 외부에 폭로하는 사람을 내부 고발자라고 한다. 영어로는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다. 호루라기를 불어 위험을 알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내부 비리는 짬짜미로 이뤄지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의 증언이 필요한 이유다. 내부 고발자 중에는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의 불법행위를 들춰내 잘못을 바로잡고 이를 통해 공익 확대와 공동체의 건강성 회복에 기여한 이들이 많다. 마크 펠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를 언론에 알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냈...
- 입력:2020-02-09 15:05:02
- [살며 사랑하며] 마스크
- 일주일에 한 번 작은 서점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 수업이 진행되었던 지난 수요일, 집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 그날 수강생들은 지난주 과제였던 ‘물건을 소재로 삼아 쓴 짧은 글’을 제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지 두 명의 수강생이 ‘마스크’를 소재로 삼은 소설을 써왔다. 그들의 글에서 마스크는 공포를 뜻하는 것이기도 했고 아직 잊지 못한 연인의 흔적이기도 했다. 나는 마스크를 보면 한 친구가 떠오른다.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녀야 ...
- 입력:2020-02-09 15:05:02
- [한반도포커스] 해상군사역량부터 갖춰야
- 한반도 안정의 관건인 북핵 문제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등 최전선에서의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자는 한반도 평화안정 구축 시도에 따라 지난 2년간 평화의 기운이 감돌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상과 현실은 다르다. 분명한 현실 인식과 점검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를 직시해 적절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과 남북 소통의 실종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다시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과 관계 복원에 성공했...
- 입력:2020-02-09 15:05:02
- [한마당]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최근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권고로 만들어졌다. 이 부회장은 1심 실형 선고 뒤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지만 대법원은 2심의 36억원보다 많은 86억원을 뇌물·횡령액으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50억원 이상 횡령은 최소 징역 5년이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형에 대해 가능하다. 재판부가 형량의 절반까지 직권으로 깎을 수 있는 ‘작량감경’을 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은 재수감된다. 여기서 찬반 양론이 생긴다. &lsqu...
- 입력:2020-02-07 15:10:01
- [한마당] 신종 코로나 인사법
- 문화와 풍습이 다양한 만큼 지구상엔 수많은 인사법이 존재한다. 무수히 많은 인사법 중에서 세계 어느 곳에서도 통용되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인사법이 악수다. 악수의 기원은 분명치 않다. 고대 바빌론에서 기원했다는 설도 있으나 이론이 많고, 수백 년 전 영국에서 악수한 사실은 여러 사료를 통해 확인됐다. 현재는 남녀 간에도 악수를 하지만 악수는 원래 남자의 인사법이었다. 칼을 들고 싸우던 시대, 손에 무기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상대에게 빈손을 내민 게 현대적 의미의 악수로 보고 있다. 당시 여성들은 칼을 들 일이 거의 없어 악수할 필요가 없었다...
- 입력:2020-02-06 15:10:01
- [살며 사랑하며] 겨울의 꿈
- 파삭한 이파리조차 남지 않은 메마른 나무들이 보인다. 황량한 칼바람에 옷깃을 힘껏 여미다 보면 과연 따스한 봄이, 연한 새싹이 이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올 날이 올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겨울이 혹독해도 봄은 언제나 왔다는 것을. 심리적 고통은 지금의 괴로움이 끝없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악화된다. 어쩔 수 없이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계절이 지나가듯, 하루하루 차이는 안 보여도 어느새 옷이 짤막해지는 아이의 키처럼 그 ‘순간’은 변해 간다. 극적인 불안에 쫓기는 공황 발작의 경우에도 시...
- 입력:2020-02-06 15:05:01
- [한마당] 신종 코로나 사태와 인간애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 이후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같은 방역물품을 매점매석하거나 터무니없이 값을 올린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의 곤경을 돕지는 못할망정 불행을 조장해 돈을 버는 것은 양심에 반한다. 시민들의 불안감에 편승해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확산시키는 행태도 ‘공공의 적’이다. 본인에게는 재미있거나 팔로어가 느는 이득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회 전체의 신뢰 체계를 붕괴시키는 반사회적 행위다.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를 헤집고 다니는 감염의심자의 무신경은 엄청난 민폐다. ...
- 입력:2020-02-05 15:10:01
- [한마당] 바이러스와 싸우는 법
- 이탈리아 국립전염병연구소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환자의 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순수한 샘플이 확보되자 이를 각국 연구진이 활용토록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멜버른대학 감염·면역연구소는 감염자 시료에서 바이러스를 추출·배양해냈다. 백신 개발에 착수했고, 역시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샘플을 공유했다. 미국 일본 홍콩 연구진도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악하고 치료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국적 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16주 안에 백신 완성을 목표로 접근법이다른 세 갈래 연구를 지원...
- 입력:2020-02-04 15:10:01
- [살며 사랑하며] 선택의 두려움
- 초등학교 때 푹 빠져 보던 미국 드라마 중에 ‘타임머신’이라는 시리즈가 있었다. 주인공이 꼬마 아이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모험담이었다. 시간장치에서 역사의 사건이 뒤바뀌었다는 신호가 오면 두 사람은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이를 바로잡는다. 과거에 잘못된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설정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얼마 전 모임에서 만약 인생의 한 시기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언제로 다시 돌아가겠냐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짧은 순간에 인생의 여러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취직을 했다면 ...
- 입력:2020-02-04 15:10:01
- [청사초롱] 집이 운다
- “가난한 사람들의 아파트엔 싸움이 많다/ 건너뛰면 가 닿을 것 같은 집집마다/ 형광등 눈 밑이 검고 핼쑥하다/ 누군가 죽여 달라고 외쳤고 또 누구는 실제로 칼로 목을 긋기도 한다(중략)대개는 이유도 없는 적개심으로 술을 마시고/ 까닭도 없이 제 마누라와 애들을 팬다/ 아침에 보면 십팔, 십팔 평 칸칸의 집들이 밤새 욕설처럼 뱉어낸/ 악몽을 열고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 (중략)먼지가 풀풀 날리는 교과서를 족보처럼 싸 짊어지고 아이들이 돌아오면/ 아파트는 서서히 눈에 불을 켠다(중략)밤이면 아파트가 울고, 울음소리는/ 근처 으슥한 공원으로 기어나가 흉흉...
- 입력:2020-02-04 15:10:01
- [신종수 칼럼] 검찰 개혁 얘기 이제 그만하라
- 공수처 설치·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인사까지 다 해 검찰 수사도 조국 사태부터 지금까지 충분히 할 만큼 해 검찰 개혁은 법무 행정에, 청와대 사건은 재판에 맡겨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가 국면을 바꿔 놓았다. 조국 사태 이후 검찰 개혁과 검찰의 현 정권 수사로 대립했던 정국이 소강 상태로 접어들고 온통 신종 코로나 소식뿐이다. 이런 판국에 검찰 개혁이니 검찰 수사니 하는 얘기를 하면 많은 국민들이 짜증을 낼 것 같은 분위기다. 바야흐로 정파와 진영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대립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겨울이 가...
- 입력:2020-02-04 15:05:01
- [한마당] 죽음의 카니발
- 강원도 화천군이 2003년부터 매년 겨울 개최하고 있는 화천산천어축제는 국내 대표적인 겨울축제다. 얼음썰매 타기, 얼음축구, 인간컬링, 눈사람 만들기대회, 문화행사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지만 하이라이트는 얼음낚시다. 얼어붙은 화천천에 구멍을 뚫고 낚싯줄을 늘어뜨려 산천어를 잡아 올린다. 무릎 높이 정도로 물이 찬 수조에 들어가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잡은 산천어는 즉석에서 회를 뜨거나 구워 먹는다. 1월에 3주 일정으로 열리는 이 축제에는 10년 넘게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왔다. 한파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해에는 무려 1...
- 입력:2020-02-03 15:05:02
- [돋을새김] 양승조와 이시종
- 지금 충청도는 전국의 시선이 모인 곳이다. 중국 우한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피해 전세기를 타고 온 교민들이 수용된 곳이기 때문이다.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50㎞ 정도 떨어진 두 곳의 정부 소유 연수원 시설에는 우한 교민 700명이 수용돼 있다. 정확하게는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527명,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173명이다. 충청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교민 수용시설을 충남 천안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였다. 천안은 난리가 났다. 시민들은 물론 시의회와 각 시민단체가 “절대 안 된다”고 반대 목...
- 입력:2020-02-03 15:05:01
- [살며 사랑하며] 만화경
- 주말마다 공원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를 본 것은 반년이 넘었다. 다른 아이들은 그네를 타거나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 있는데 그 아이는 늘 혼자 놀았다. 아이 엄마가 창문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도 아이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눕거나 앉은 채로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동네 주민이 그 아이에 대해 귀띔해주었는데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이후로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아이를 더욱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아이는 늘 허름한 옷차림이었고 낮시간에 공원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 입력:2020-02-02 15:10:01
- [한마당] 영국의 고립
- 영국이 지난 31일 밤(현지시간) 유럽연합(EU)을 공식 탈퇴했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7년 만이고, 1993년 EU 출범 이래 첫 탈퇴국이다.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유럽 대륙에서의 거주 취업 교육이 자유로운 EU시민으로 살고 싶어하는 영국인들은 그 지위를 잃어버리게 됐다. 영국에 정착한 다른 EU회원국 국민 360만여명도 취업허가나 영주권을 따로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은 마찬가지다. 유럽 통합이란 개념을 묵직하게 처음으로 제시한 이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다. 대서양 건너 미국의 힘을 일찍이 인식한 처칠은 미국을 오가면서 국경...
- 입력:2020-02-02 15:10:01
- [한반도포커스] 코로나 사태로 한·중관계 읽기
- 신종 코로나 사태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한·중 관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중국에 대해 5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성의를 보였음에도 중국 정부는 한국 전세기 일정을 느닷없이 지연시키는 등 푸대접을 했다. 중국은 한국에는 오만한 패권국의 행태를 나타냈음에도 미국과 일본에는 전세기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정부는 한·중 관계가 그리 나쁘지 않으며 사드(THAAD) 국면에 비해 호전됐다고 했지만, 이번 일로 대중 관계가 ...
- 입력:2020-02-02 15:05:01
- [최현주의 알뜻 말뜻] 눈은 ‘스노’보다 눈답다
- 1930년대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소설가 이태준은 그의 수필집 ‘무서록’에서 시인 정지용의 말을 빌려 이런 글을 남겼다. ‘바다’라는 말이 일본어 ‘우미(ぅみ)’나 영어의 ‘씨(sea)’보다 더 크고 바다다운 것은 바다에 ‘아’라는 경탄음이 두 번이나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바다는 ‘아아’라는 경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오래전에 읽은 책이지만, 지금도 바다를 볼 때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가 바다 앞에서 매번 ‘아아, 바다다!’라고 감탄하듯 산...
- 입력:2020-01-31 15:05:02
- [한마당] 시노포비아
- 세계에서 음식 종류가 가장 많은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중국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중국인조차 평생 다 먹어 보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중국 음식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오죽하면 “중국인은 네 발 달린 것 중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고, 날아다니는 것 중에선 비행기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까 싶다. 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재래시장에 살아있는 수많은 야생동물이 진열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애완용도 있지만 대개가 식용이다. 누구나 그렇듯 중국인도 신선한 고기를 선호한다. 중국인은 살아있는 것을 신선하다고 여겨 가공육이나 포장육에 대한 ...
- 입력:2020-01-31 15:05:02
- [혜윰노트] 현대공예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핀란드 디자인 10,000년’ 전이 열렸다. 기존의 전시가 대부분 전시품 위주였던 것에 비교해 해석을 앞에 두는 독특한 구성방식으로 화제가 되었다. 나 역시 꽤나 인상 깊게 보았는데, 전시와 별도로 목수인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전시장 한편에 붙어 있는 해설 문구였다. “장인정신은 오늘날 과학과 기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장인의 손에 익은 ‘어떻게 할지를’ 아는 능력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다.” 이 문구는 공예 관련인들의 SNS에 포스팅되기도 했고, 공예가들 사이의 대화에서 언급되기...
- 입력:2020-01-30 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