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사랑하며] 등굣길 풍경
- 아이 학교의 교통지도 봉사는 동네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직업상 봉사를 하려면 진료 없는 날로 스케줄을 맞추고 휴가도 내야 해서 처음에는 이 제도가 참 껄끄러웠다.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종일 건물 안에서만 머물며 어둑한 시간대에 출퇴근하다가 날 밝은 오전의 동네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에도 나름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방학 중에는 안 한다지만 그래도 쨍쨍한 햇빛 아래이거나 살이 에는 추위 속에서는 아무래도 몸이 힘든데, 예년보다 추위가 덜한 요즘에는 40여분 한 자리를 지키는 것도 할 만하다. 길 위 아이들 모습은 정말 각...
- 입력:2020-01-30 15:10:02
- [한마당] 마스크 대란
- ‘업체가 상품 품절로 고객님의 주문을 취소하여 안내드립니다. 환불은 지금 처리 중이며, 환불 완료 시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지난 28일 오전에 받은 휴대폰 문자다. 전날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KF80 마스크를 구입하고 결제까지 했음에도 구매가 취소됐다는 사실에 조금 당혹스러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로 너도나도 마스크를 찾고 있으니 품절될 만도 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다음 날 해당 사이트를 다시 들어가보니 같은 제품이 버젓이 진열돼 있었다. 가격만 바뀐 채로. 개당 700원이...
- 입력:2020-01-30 15:05:01
- [한마당] 가스라이팅
- 1944년 영화 ‘가스등(Gaslight)’은 값비싼 보석을 손에 넣으려는 살인범의 집요한 수법을 그렸다. 부유한 오페라 가수가 집에서 피살되자 조카딸 폴라가 그 저택을 물려받는다. 유학을 떠난 폴라는 잘생긴 음악가 그레고리와 결혼해 10년 만에 저택으로 돌아왔는데, 그와 살면서부터 사소한 물건을 자꾸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기억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느끼며 심리적 불안에 빠져들 무렵 밤마다 가스등이 흐릿해지고 다락방에선 소음이 들려온다. 남편은 매번 “가스등은 평소처럼 밝다”며 폴라의 망상으로 몰아갔고, 그런 일이 반복되자 폴라...
- 입력:2020-01-29 15:10:01
- [살며 사랑하며] 누구나 틀릴 수 있다
- 대학원 시절, 조교로 사무실에 근무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전화가 종종 걸려왔다. 국문과 사무실이었던지라 맞춤법이나 단어는 기본이고 고사성어나 속담을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야기하다 서로 의견이 엇갈려 언쟁이 벌어지면 맞는 답을 찾기 위해 관련된 곳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냥 궁금해서 전화를 건 사람도 있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서로 언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자신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틀렸다고 말을 하면 답답하기 마련이다. 퇴근 무렵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배나무밭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가 ...
- 입력:2020-01-28 15:10:01
- [한마당] 처갓집 설민심
- 설에 장인 장모가 전남 여수에서 역귀성을 했다. 바리바리 싸 온 음식으로 맛있고 풍성한 식탁이 차려졌다. 그런데 첫 식사 자리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정치에 조금도 관심이 없고 음식 만들기나 집안일, 자식들 걱정밖에 모르던 70대 중반의 장모가 대뜸 “자네는 이번 검찰 인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왜요? 어머니”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장모는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과 말싸움을 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검찰 인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검찰 인사에 문제가 많지만 검찰 개혁 여론도 많다고 했더니 “그게 뭔데 나중에 ...
- 입력:2020-01-28 15:05:01
- [청사초롱] 자기연민의 시대
- 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주인공 리키는 택배기사다. 다니던 건설회사가 금융 위기로 파산하는 바람에 3D 업종을 전전하다 친구의 권유로 택배기사 일을 하게 된다. 리키는 힘겨운 노동을 하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고 했다. 지금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다 보니 도소매업이 점점 몰락해가면서 택배만 성업 중이다. 그러나 택배 업무마저도 곧 인공지능(AI)에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내 110개의 창고, 45개의 분류센터 및 50여개의 배송 스테이션...
- 입력:2020-01-28 15:05:01
- [길 위에서] 젊은 벗들에게
- 대학 입시를 앞둔 조카 앞에서 올해 설에도 묻지 못했다. ‘학교생활은 어떠니.’ 이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최근 조사한 ‘설날에 듣기 싫은 말’ 가운데 7위다. 자연스럽게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풀어보려 했으나 이마저도 맘에 걸렸다. ‘나 때는 말이다’ 역시 듣기 싫은 말 3위였다. 명절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질문 1위는 ‘앞으로 계획이 뭐니’였다. 애먼 TV 리모컨만 무시로 돌려야 했다. 속으로 끙끙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 너 잘되라고 하려는 말인데.’ 아차차. 이것도 듣기 싫...
- 입력:2020-01-28 11:05:01
- [한마당] 코로나바이러스
- 주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corona)바이러스는 외형에서 이름을 따왔다. 전자현미경으로 바이러스를 관찰하면 둥글고 납작한 몸체 가장자리에 뾰족뾰족한 못들이 돌출해 있는 왕관 모양이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의미한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첫 환자가 확인됐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32개국으로 퍼져나가 8300명가량을 감염시켰고 775명을 숨지게 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5년 중동 지역에서 발생해 27개국 2468명이 감염돼 이 중 851명이 사망했다. 두 전염병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였다. 치명...
- 입력:2020-01-27 15:05:01
- [돋을새김] 누가 조국을 놓아주지 않는가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이제 조국을 놓아주자”고 말했다. 갈등을 끝내자는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였다. 그런데 조국이 끝나지 않는다. 4개월 전인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은 조국을 놓아줄 기회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태국·미얀마·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주말 당정청 고위 인사 4명을 청와대로 불렀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막 끝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이낙연 총리, 노영민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이해찬 대표...
- 입력:2020-01-27 15:05:01
- [한마당]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 현대 자본주의의 다른 이름은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다. 기업 이익 최대화와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를 경영의 최고 목표로 삼는다. 주주자본주의가 미국을 넘어 세계의 ‘표준’이 된 데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62년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기업은 대중이나 사회에 대해 그 어떤 사회적 책임도 없다, 오직 주주들에게만 책임을 진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한 시카고학파의 ‘시장 근본주의’는 광범위한 혁명을 촉발했다. 80년대 로널드 레이...
- 입력:2020-01-23 15:10:01
- [살며 사랑하며] 판, 소리와 추임새
- 문제가 생기면 서구에서는 영웅을, 한국에서는 책임자부터 찾는다고들 한다. 부정적인 남 탓 성향을 꼬집는 말이라 듣기엔 불편해도, 그 말이 맞는다 싶은 경우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마주하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작은 전통음악 공연장에서 우리 문화에 대해 다르게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날의 공연자는 능청스러운 농담과 재치를 섞어 판소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무대를 열었다. 어딘가 어색한 청중들의 분위기는 어느새 소리꾼의 맛깔난 입담 덕에 금세 긴장이 풀어졌고 나 역시 무대에 쏙 빠져들어 갔다. 진행자의 설명에 의하면, 판소리는 ‘판’, ...
- 입력:2020-01-23 15:05:02
- [한마당] 청해 부대
- 중동국가 오만의 살랄라항에서 600㎞ 떨어진 아라비아해. 동이 트기 시작하던 2011년 1월 21일 새벽 4시58분 작전 개시 명령이 내려졌다. 5시17분 청해부대 구축함 최영함에서 해군 특전요원들을 태운 고속단정 3척이 바다에 내려졌다. 해상작전 헬기 링스가 이륙해 삼호주얼리호에 접근한 다음 저격수가 기선 제압을 위한 조준사격을 가했다. 6시9분 갑판에 오른 특전요원들은 AK 소총 등으로 저항하는 소말리아 해적들과 총격전 끝에 21분 만에 4층 선교를 장악하고 복부 등에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구출했다. 공격팀은 이어 57개 격실에 대한 수색을 전개했고, 선장...
- 입력:2020-01-22 15:05:01
- [한마당] 새말모임
- 지금도 많은 사람이 애창하는 ‘편지’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히트곡 가운데 하나다. 이 곡을 부른 남성 듀엣 어니언스는 수많은 오빠부대를 거느리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니언스가 양파들이 돼버렸다. 어니언이 양파니 틀린 건 아니지만 두 단어의 뉘앙스 차이는 어찌할까. 어니언스만이 아니었다. 쌍둥이 자매로 구성된 바니걸스는 토끼소녀가 돼야 했고, 패티김은 김혜자, 4중창단 블루벨스는 청종(靑鐘)이 됐다. 가톨릭 세례명을 예명으로 썼던 김세레나(본명 김희숙)는 본명을 쓰라는 당국의 압력에 김세나로 타협을 봤다고 한다. 외국어 간판을 ...
- 입력:2020-01-21 15:10:01
- [살며 사랑하며] 참견과 조언의 차이
- 딸아이의 사춘기가 한창이던 무렵, 아이와 나누는 대화는 의도와 무관하게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대화는 말다툼으로 끝을 맺었고, 아이는 어김없이 “다시는 엄마와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아”라며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점점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상황에 대한 올바른 방향이라고 제시했던 조언을 아이는 불편해 했다. 자신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말도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면 당황스러웠다. 아이의 행동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청소년 시절 나는 누군가로부터 간섭받는 ...
- 입력:2020-01-21 15:05:01
- [청사초롱] 사람의 인품을 알려면
- 사람의 인품을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다른 사람의 인품을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성공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나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 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타인의 인격과 성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모든 사회 운영과 인간관계의 시작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그 사람의 인품을 파악하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법은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지 못할 방법 중 하나다.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이라...
- 입력:2020-01-21 15:05:01
- [뉴스룸에서] 카를로스 곤과 한국 언론
- 일본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마쓰모토 준이 출연한 드라마 ‘99.9-형사전문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드라마 제목에 나오는 99.9는 일본 형사재판의 유죄 판결률인 99.9%를 의미한다. 이 드라마는 2016년 시즌 I의 인기에 힘입어 2018년 시즌 II가 만들어졌다. 마쓰모토가 연기하는 변호사 미야마 히로시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살인범의 누명을 쓴 채 감옥에서 죽는 아픔을 겪었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싶었던 그는 끈질긴 노력 끝에 진범을 찾아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데...
- 입력:2020-01-21 15:05:01
- [박정태 칼럼] 가는 낙하산, 오는 낙하산
- 국책은행장 모두 친문 인물로 채워넣는 등 보은인사 천지 야당 때 극렬 반대하다 180도 입장 바꾼 ‘내로남불’ 행태 임기 도중 선거판으로 달려간 공공기관장 자리도 총선 낙천 낙선자들에게 대물림될 듯 ‘국제통화기금(IMF)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IMF 상임이사, 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관료 출신 두 사람의 이력이다. 누가 더 ...
- 입력:2020-01-21 15:05:01
- [돋을새김] 정치하는 엄마들의 승리
- 매달 70만~80만원씩 유치원비를 냈는데 아이의 간식은 겨우 포도 두 알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유치원장이 원비를 개인적으로 쓰고 명품가방도 샀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이 이런 비리 유치원을 적발했지만 가장 중요한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분노한 엄마들은 행동했다. 명단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행정소송에 나섰다. 개인으로는 우리 애가 밉보일까 봐 불안한 학부모였지만, 뭉치니 정치권이 눈치를 보는 힘이 되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보였던 일이 현실화됐다. 명단은 공개됐고, 마침내 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한 법안이 통과됐다. 지난 13일 ...
- 입력:2020-01-20 15:10:01
- [아재 기자 성기철의 수다] 작은 결혼식의 조건
- 결혼식을 아예 않기로 한 친구 체면·허례 볼모잡힌 결혼 문화 작지만 더 의미있게 할순 없나 신랑·신부 의지와 노력이 관건 10여일 전 고교 친구가 동창회 카톡방에 이런 글을 올렸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제일 성가신 일이 결혼식 하객으로 가는 일이다. 결혼이 인륜지대사라고 했지만 당사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하객으로 가서 축의금 내고 서둘러 식사나 하고 나오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딸이 곧 결혼한다. 결혼식은 양가 합의로 하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낸 축의금이 좀 아깝긴 하지만 현행 결혼식 문화를 바꾸자는 게 내 지론이므...
- 입력:2020-01-20 15:10:01
- [한마당] 육포
- 육포(肉脯)는 소고기를 얇게 저며 말린 것을 말한다. 우둔살에 진간장을 치고 주물러서 길쭉하게 말린 장포, 다진 고기를 둥글게 빚고 잣을 박은 편포,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한 염포 등이 있다. 보존성이 뛰어나 예부터 전투식량으로 애용됐다. 공자(孔子)는 육포 한 묶음만 가져오면 제자로 받아줬다고 한다. 배움을 원하면 누구나 가르쳤다는 이야기에 육포를 인용한 것은 당대의 선물 가운데 가장 격이 낮았기 때문이다. 반면 ‘고려도경’은 송나라 사신을 대접한 술상에 어포와 함께 육포가 올랐다고 기록했고, 조선의 궁중 잔칫상에도 얇게 썬 고기를 모아놓...
- 입력:2020-01-20 15:10:01
- [한마당] 제1노총 뺏긴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광복 직후인 1946년 3월 창립됐다. 이후 본격적인 조직 결성에 나서 몸집을 지속적으로 불려왔다. 자체 집계 결과 2018년 12월 기준 조합원 수(103만6000명)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후발주자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995년 11월 출범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세력을 대거 확대해 2019년 3월 조합원 100만명을 넘어섰다. 자체 집계로 100만3000명이었다. 양 노총은 그해 2월과 4월 각각의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100만명 시대를 선언하고 ‘200만 조직화’에 나섰다. 지난 연말 발표된 정부 공식 통계는 좀 다르다. 2018...
- 입력:2020-01-19 15:10:01
- [살며 사랑하며] 철물점과 예술가
- 길을 걷다가 길가의 가게에 시선이 멎었다. 2층짜리 연립주택 1층에 있는 철물점이었다. 처음에는 철물점이라는 것을 몰랐다. 철물점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기도 했지만 살면서 이런 외관을 갖춘 철물점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도꼭지, 샤워기, 자물쇠, 형광등 같은 철물점에서 파는 물건들과 멜로디언, 스피커, 기타 같은 음향기기와 악기들을 벽면에 빼곡히 달아 꾸민 그 가게는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 같았다. 벽면에는 ‘모기장 수리’ ‘전기 공사’ ‘수도꼭지 교체’ ‘출장 수리’와 같은 글자가 붙어 있었다. 밤에는 초록빛 등을 켜놓...
- 입력:2020-01-19 15:10:01
- [가리사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역사 교과서
- 현직 대통령 전면 사진, 정부 정책 홍보 내용 실린 건 독재정부에나 가능한 일 아닌지 올해 새 학기부터 고교생들 책상에 놓일 한국사 교과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파격적인 대접을 받았다. 씨마스 출판사가 내놓은 한국사 교과서 318쪽에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악수 장면이 실려 있다. 가로 21㎝ 세로 28㎝ 크기인 두 정상의 사진은 페이지 전체를 가득 채운다. ‘청와대 홍보물’을 연상시키는 편집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물론이고 김구 안창호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이회영 같은 내로라하는 위인들도 한국사 교과서에서 이런 예우를 받지는 ...
- 입력:2020-01-19 15:10:01
- [한반도포커스] 대일 공공외교 확대해야
- 작년 12월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겨우 봉합되었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도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해결은 당분간 기대 난망이다. ‘대법원 판결과 피해자 중심’의 한국 vs ‘국제법 준수와 한국 내 입법조치로 해결’을 주장하는 일본 간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부 판결 존중, 피해자 실질적 구제, 한·일 관계 중시를 기초로 강제동원 해법을 제안...
- 입력:2020-01-19 15:05:01
- [한마당] ‘만시지탄’ 집회 소음 규제
- 서울 세종대로(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한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의 최대 스트레스는 소음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좀 덜하다. 봄·여름·가을에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위와 집회가 열린다. 창문을 꼭꼭 닫아도 다 들리는 확성기 소리와 구호, 음악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짜증이 난다. KT빌딩에 입주해 있는 민간 기업 직원도 같은 하소연이다. 그는 “다수가 하는 집회뿐 아니라 특정 주장이나 목적을 내세운 1인 광고·시위의 소음도 장난이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은데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겠다는 생각이 든다”...
- 입력:2020-01-17 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