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길] 비명 같은 시 상처를 보듬다
- “안돼요는 우리집에서 나쁜 말이었어/ 안돼요라 말하면 매를 맞았지/…/ 그가 나를 덮쳤을 때/ 내 온몸이 거부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안돼요라고 말하지 못했어/ 소리를 지르려고 했을 때/ 내 몸에서 나온 것은 침묵뿐이었어” 시집 ‘해와 그녀의 꽃들’에 실린 ‘어릴 때 배우지 못했는데, 커서 어떻게 동의를 말하겠는가’의 일부분이다. 시인 루피 카우르는 인도 출신 캐나다인이다.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문화에서 자랐고 성폭력 피해를 당한 카우르는 시를 통해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의 시가 알려진 것은 인스...
- 입력:2018-04-19 16:10:02
- [책과 길] 우연, 매일 만나는 일상의 기적
-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학자들이 우주의 메커니즘을 설명할 때 불확정성 운운하면서 눙치고 넘어가는 분위기를 꼬집은 것이었다. 그의 말을 쉽게 풀어쓰자면 이런 얘기다. “모든 일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모든 사건은 필연의 결과라고, 인간이 어수룩한 탓에 원인을 규명하지 못해 필연을 우연이라고 착각하는 거라고. 예컨대 동전 던지기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동전의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건 우연의 결과가 ...
- 입력:2018-04-19 16:10:02
- [책과 길] 보통 사람들을 희망으로 이끄는 안내서
- 노로는 충분하지 않다/나오미 클라인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384쪽/1만7000원 도널드 트럼프가 어쩌다 미국의 조종간을 잡을 수 있었는지 다룬다. 눈길을 끄는 건 트럼프를 하나의 ‘브랜드’로 간주한 뒤 ‘트럼프 현상’의 실체를 파고든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알려졌다시피 트럼프는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고 온갖 사업을 벌여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오랫동안 ‘트럼프’라는 이름은 미국 상류층의 삶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였다. 트럼프는 건물 생수 안경 향수 등에 ‘트럼프(TRUMP)’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
- 입력:2018-04-19 16:05:05
- [책과 길] 유머·삶의 지혜로 풀어가는 ‘미스터리’
- 삶에는 여러 사람의 인생과 인생이 겹쳐 있고 그래서 뜻하지 않게 환희와 고통이 교차되는 지점에 서 있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평화가 찾아든다. 삶은 그렇게 반복된다. ‘베어타운’은 숲 속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통해 아이러니한 인간의 삶을 응축해 보여준다. 픽사베이 베어타운/프레드릭 배크만 지음/이은선 옮김/다산책방/572쪽/1만5800원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
- 입력:2018-04-19 16:05:05
- [200자 읽기] 개헌 논의·선거제도 문제점 2부로 구성
-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백상진·김예찬/루아크 총 2부로 구성됐다. 1부에는 헌법 개정과 관련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항들이 정리돼 있다. 2부에서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살핀다. 저자들은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이 되는 데에 이 글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88쪽, 1만3000원.
- 입력:2018-04-19 06:35:02
- [200자 읽기] 동물의 크기가 생존에 미치는 영향 분석
-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모토카와 다쓰오/김영사 일본에서 1992년 출간돼 지금까지 90만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다. 저자는 동물의 크기가 이들의 생존 전략과 행동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지렁이가 뱀처럼 몸통이 굵어지는 쪽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왜 바퀴가 달린 동물은 없을까’ 같은 기상천외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이상대 옮김, 280쪽, 1만4000원.
- 입력:2018-04-19 06:35:02
- [200자 읽기] 핑크 플로이드 음악 세계를 철학적으로 접근
- 광기와 소외의 음악/조지 A 라이시 등/생각의힘 영국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 세계를 철학적으로 살폈다. 필진으로 참여한 인물들의 면면은 철학자, 음대 교수, 오디오 애호가 등 각양각색이다. 실험적인 사운드와 철학적인 노랫말로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핑크 플로이드의 업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경준 옮김, 416쪽, 2만원.
- 입력:2018-04-19 06:35:02
- [200자 읽기]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 통해 전쟁 참상 고발
- 빈딘성으로 가는 길/전진성/책세상 빈딘성은 베트남 중남부 해안에 위치해 있는 고장이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의 맹호부대는 이곳에 있는 한적한 농촌마을에서 1000명 넘는 사람들을 죽였고 가축을 도륙했다. 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참전 군인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들려준다. 280쪽, 1만4800원.
- 입력:2018-04-19 06:35:02
- [200자 읽기] 거울뉴런 통해 본 인간의 감정 공감
-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크리스티안 케이서스/바다출판사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기분이 울적해지는 건 뇌에 있는 신경 세포인 ‘거울뉴런’ 때문이다. 벨기에 출신 과학자인 저자는 거울뉴런을 통해 인간이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공감하는지 들려준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는 공감하도록, 타인과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다.” 고인미·김잔디 옮김, 344쪽, 1만7800원.
- 입력:2018-04-19 06:35:02
- [책과 길] 17세기 후반 조선에서 소는 노동력 & 탐식의 대상
- 역사학자인 저자가 지난해 펴낸 ‘조선의 생태환경사’(푸른역사)는 이색적인 작품이었다. ‘생태환경’이라는 렌즈로 조선의 사회상을 면밀하게 살핀 책이었는데 시각이 참신하고 내용도 풍성해 눈길을 끌었다. 저자는 기함할 정도로 많은 사료를 가져와 조선시대에 인간과 환경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들려줬다. 특히 화제가 됐던 것 중 하나는 소고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저자는 1인당 섭취량을 기준으로 보면, 조선 사람들이 20세기 말 한국인보다 더 많은 소고기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건 왠지 믿기지 않는 말이다. 조선은 가난...
- 입력:2018-04-12 16:05:03
- [책과 길] 응용언어학자인 아들과 어머니가 나눈, 일상의 소소한 수다
- 어머니와 나/김성우 지음/쇤하이트/304쪽/1만4000원 “그래서 어떤 엄마가 아이를 잘 키우는 거예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돌아오는 대답. “자기가 애한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지.” 40대 아들과 60대 어머니가 나눈 대화 한토막이다. 저자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이렇게 적었다. “나는 다양한 경험이나 훌륭한 교육의 제공 등을 생각했다. 어머니의 답은 달랐다. 단지 ‘무엇’이 아니라, ‘내가 자식에게 무엇을’이었다. 대상뿐 아니라 관계까지 엮은 지혜였다.” 이런 대목을 만날 때마다 어머니의 지혜...
- 입력:2018-04-12 16:05:03
- [책과 길] 아들의 이름으로…
- ‘귀환’은 저자 히샴 마타르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시절 교도소에 수감됐던 아버지 자발라 마타르의 흔적을 좇는 이야기다. 그의 아버지는 1996년 이후 연락이 끊겼고, 카다피는 2011년 반정부 시민군에 의해 사살됐다. 사진은 카다피가 살던 수도 트리폴리의 밥 알아지지아의 요새로, 그가 죽은 뒤 이곳은 시민군의 놀이터가 됐다. 국민일보DB 귀환/히샴 마타르 지음/김병순 옮김/돌베개/344쪽/1만5000원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저자와 그의 가족이 겪은 굴곡진 삶이다. 둘째는 이 같은 가족사를 ...
- 입력:2018-04-12 16:05:03
- [지구촌 베스트셀러] 이케가미 아키라·사토 마사루 외 ‘종교와 자본주의·국가’
- 이슬람 과격파에 의한 전 세계적 테러, 국내적으로는 ‘미투(#MeToo) 운동’에서 전직 대통령 비리로 이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에 등장하는 종교인들. 종교를 행동의 전제로 둔 일부의 종교인들 때문에 종교는 신랄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종교의 함의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일본에서 종교를 주제로 삼은 대담집이 출판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아키라, ‘지식의 거인’으로 불리는 사토 마사루 등 유명 지식인들이 바로 이 대담의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공통...
- 입력:2018-04-12 16:05:04
- [책과 길] 나의 아들은 지구에 온 어린왕자입니다
-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펴낸 류승연씨의 가족사진. 남편과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 비장애인인 딸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류씨는 “나는 살면서 그 누구도 변화시켜본 경험이 없지만 내 아들은 이미 나를 변화시켰다”고 적었다. 푸른숲 제공 따지고 보면 그 옛날 우리를 웃게 만든 영구와 맹구도 발달장애인이었다. 어수룩하고 엉뚱했으며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속마음은 어린아이와 다를 게 없었으니까. 지금도 TV 코미디 프로그램엔 영구나 맹구 같은 캐릭터가 꾸준히 등장한다. ‘무한도전’ 같은 리얼 ...
- 입력:2018-04-05 16:10:02
- [책과 길] 미역국과 낙지전골이 빚은 이야기
- 음식과 요리. 숱한 사연과 온갖 비밀을 품고 있는 말. 부엌에서 무언가 구워지고 데워지는 냄새에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것처럼 음식과 요리 이야기에는 반사적으로 궁금증이 일어난다. 흔한 소재인데도 언제나 끌린다. 7명의 젊은 소설가들이 써낸 7편의 이야기 ‘파인다이닝’도 음식과 요리라는 주제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왜 하필 요리 이야기일까. 소설집을 기획한 소설가 윤이형은 이렇게 적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요리라는 행위는 ‘계속 살아가겠다’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일 때가 많다. (중략)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 ...
- 입력:2018-04-05 16:10:02
- [지구촌 베스트셀러] 로젠 레이크의 ‘중국의 남은 여자들’
- 중국에서도 여성들이 직장과 성공, 자아실현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25세가 넘은 미혼 여성을 중국에서는 ‘성뉘(剩女)’라고 한다. ‘남은 여자’ 또는 ‘독신 여성’ 정도로 해석된다. 중국 여성들은 왜 결혼을 기피할까. 로젠 레이크는 베이징의 한 방송국에서 5년간 일하며 접한 사례들을 모아 ‘중국의 남은 여자들(Leftover in China)’이란 책을 펴냈다. 레이크는 책에서 미혼 여성들 문제가 “최고의 교육과 직장을 향한 치열한 경쟁 탓”이라고 했다. 책에 소개된 장메이(28)는 베이징...
- 입력:2018-04-05 16:10:02
- [책과 길] “북한은 절대로 붕괴하지 않는다”
- 대북 문제 전문가 박한식을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가 인터뷰했다. 북한의 실체를 속속들이 확인할 수 있는 신간이다. 한반도 문제의 해법이 무엇인지도 들려준다. 일단 이 책의 인터뷰이인 박한식이 누구인지 알아보자. 그는 1939년생으로 여든을 바라보는 재미학자다. 미국 조지아대에서 30년 넘게 국제관계학을 가르쳤다. 세계 유수의 매체들은 지금도 북한 이슈가 불거질 때면 그에게 자문을 구한다. 박한식은 북한을 50회 넘게 방문했고, 미국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의 방북을 중재하기도 했다. 박한식은 이 책에서 시종일관 차분하고 친절한 말투로 ...
- 입력:2018-04-05 16:05:04
- [책과 길]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이게 시 쓰는 기쁨의 전부”
- 문정희는 “여성 시인으로서 시대와 역사와 사회에 대한 투시력을 기르려고 오랫동안 노력했다. 시대를 읽지 못하고는 시를 쓸 수 없다”고 했다. 그가 4년 만에 낸 시집 ‘작가의 사랑’에는 시대정신과 싱싱한 생명력이 시종 흐른다. 사진작가 이재훈이 찍은 사진이다. 민음사 제공 문정희(71) 시인은 50년 넘게 시인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의 시에서 시인의 나이를 가늠할 수는 없다. 문정희의 시는 언제나 생명력이 넘친다. 젊음이 시 속에 팔딱팔딱 살아있다. 최근 출간한 그의 14번째 시집 ‘작가의 사랑’에서도 그렇다. 50년...
- 입력:2018-04-05 16:05:04
- [지구촌 베스트셀러] 마이클 이시코프·데이비드 콘 ‘러시안 룰렛’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다룬 또 하나의 책이 발간됐다. 화제작 ‘화염과 분노’만큼 충격적인 증언이나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러시아 스캔들을 다룬 책 중 가장 깊이 있고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평가에 걸맞게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 1위에 올랐다. 중견 언론인 2명이 함께 쓴 ‘러시안 룰렛’은 트럼프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미국 정치에 개입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농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놀아났다는 게 저자들...
- 입력:2018-03-29 16:10:02
- [책과 길] 책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엿보다
- ‘출판하는 마음’을 통해 책을 만드는 일의 고충과 보람을 전한 출판인 10명.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번역가 홍한별, 서점 주인 정지혜, 편집자 이환희, 출판사 대표 이정규, 디자이너 이경란, 편집자 김민정, 작가 김경희, 마케터 문창운, 온라인서점 MD 박태근, 제작팀장 박흥기. 신재환 사진작가 제공 동사 ‘짓다’의 쓰임새를 떠올려본다. ‘집을 짓다’ ‘농사를 짓다’ ‘밥을 짓다’ ‘약을 짓다’…. 생각해보면 이 동사의 속뜻은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닿아있는 듯하...
- 입력:2018-03-29 16:05:03
- [책과 길] 함께하는 ‘상상’의 즐거움
-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있었고 누구나 그림책을 적어도 한 권은 읽고 자랐다. 그림책이 그날 밤 꿈을 바꿔놓은 경험, 그림책으로 잔잔한 위로를 받아본 기억, 뜨끈한 방바닥에 엎드려 귤을 까먹으면서 그림책을 넘겨본 추억,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가며 그림책을 읽어주던 엄마 아빠의 얼굴…. 그림책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뜻 손이 갈만한 에세이다. 그림책만으로 어떻게 얼마나 충분한지, 내 마음과도 같은지 확인하고 싶게 한다. 책은 첫머리에 ‘파이 이야기’를 쓴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의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의 한국...
- 입력:2018-03-22 16:10:02
- [지구촌 베스트셀러] 요슈카 피셔 ‘서구의 쇠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민족주의적·권위주의적·외국인 혐오적인 유럽 정당과 정치인들의 부상.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틱한 사건들이다. 독일 전 외무장관 요슈카 피셔는 신작 ‘서구의 쇠퇴’(Der Abstieg des Westens)에서 지정학적 위상 변화, ‘서구 우세’의 종언, 세계 권력으로 부상하는 중국 등 드라마틱한 변동을 냉철하게 분석한다. 12년 전 정치 인생을 마감한 피셔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은 개혁이냐, 자포자기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서구의 ...
- 입력:2018-03-22 16:05:03
- [책과 길] 머리 복잡할 때 산수를 해야하는 이유
-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지난해 6월 펴낸 ‘이동진 독서법’(예담)에서 자신이 책을 고를 때 쓰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①서문을 읽는다. ②목차를 본다. ③책의 3분의 2쯤 되는 페이지를 읽어본다. ①번이나 ②번은 많은 독서가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눈길을 끄는 건 ③번이다. 왜 그는 책을 고를 때 3분의 2쯤 되는 페이지를 읽어보라고 한 것일까. 이유는 3분의 2쯤 되는 지점이 “저자의 힘이 가장 떨어지는 때”여서다. 이 지점이 나쁘지 않다면 근사한 책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책 ‘산수의 감각’은 어떨까. 3분의 2...
- 입력:2018-03-22 16:05:03
- [책과 길] 사멸해가는 말들의 단어장
- 사라질 것 같은 세계의 말/요시오카 노보루 지음/문방울 옮김/시드페이퍼/116쪽/1만3000원소설가 김애란의 단편 ‘침묵의 미래’는 소수언어를 다룬 작품이다. 소수언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해당 언어를 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 가뭇없이 사멸할 위기에 처한 말과 글이다. ‘침묵의 미래’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소수언어를 보존하려고 설립된 ‘소수언어박물관’에서 살아간다. 작가는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자신밖에 남지 않은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 뒤 이렇게 적었다. “화자들은 중이염이나 관절염, 치매, 백내장 외에도 마음의 ...
- 입력:2018-03-22 16:05:03
- [책과 길] 세상 어디에도 없는 따뜻한 블랙유머
- 커트 보니것은 2차 세계대전에 징집돼 독일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서 대량 학살을 목격하면서 반전(反戰) 작가로 거듭났다. ‘제 5도살장’ ‘고양이 요람’ ‘챔피언들의 아침식사’ 등 휴머니즘에 입각한 작품들을 써냈다.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아내인 질 크레멘츠가 찍은 이 사진에도 보니것의 인간적인 면모가 물씬 풍긴다. 문학동네 제공 세상이 잠든 동안/커트 보니것 지음/이원열 옮김/문학동네/400쪽/1만5800원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1922∼2007)의 미발표 단편집이 나왔다. 책을 설명할 만한 수식어를 이것저것 떠올려 봐...
- 입력:2018-03-22 16:05:03